[기고] 농업인에게 희망을 주는 ‘농업인의 날’을 기대한다
UPI뉴스
go@kpinews.kr | 2023-11-09 09:00:00
11월 11일은 국가기념일로 정한 ‘농업인의 날’이다. 추수를 마치고 농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맞이하는 이날은 한 해 동안 농사일에 힘쓴 농업인을 위로하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1996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정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많은 사람들에게 ‘빼빼로데이’로 알려져 있는데, 농업계에서는 과자 대신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을 돌리며 우리 농업의 소중함과 가치를 되새겨보는 소중한 시간으로 기념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특정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목적 때문일 것이다. 첫째는 전 국민이 함께 그날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고, 둘째는 기념일과 관련된 이슈를 되돌아보고 대안과 해결방안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갖자는 취지일 것이다.
매년 ‘농업인의 날’이 되면, 많은 지자체뿐만 아니라 다수 농업단체에서 기념식을 포함해 다양한 축제를 개최하곤 한다.
필자가 아쉬운 점은 이러한 기념행사에 더해서 이날을 계기로 우리 농업이 처한 냉정한 현실을 인식하고, 해법과 대안을 모색해 보는 대토론회와 학술대회 등의 개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농업인의 날’에 정부와 농협, 학계, 농민단체, 농업인대표 등이 다 같이 모여 우리 농업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지혜를 모으는 전국 규모의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정책대안을 발굴·제시한다면, ‘농업인의 날’을 더욱 뜻깊게 빛낼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해방 후부터 기념해 온 ‘권농일’을 ‘농업인의 날’로 명칭을 바꾼 후 국가기념일로 격상한 지 어느덧 27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농업인이 처한 현실은 엄중하고, 우리 농업의 경쟁력도 타 산업에 비해 여전히 발전속도가 더디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자동차, 조선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며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반면 농업분야는 2022년 영농활동으로 벌어들인 가구당 농업소득이 949만 원에 불과해 30여 년 전인 1994년 농업소득 1032만 원에도 못 미칠 정도로 퇴보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농림어업이 우리나라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3.9%에서 올해에는 1.6%로 축소되었다. 농가소득의 경우에도 2002년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의 71.9% 수준이었는데, 2022년에는 59.1%로 그 격차가 벌어졌다. 최근 럼피스킨병으로 축산농가가 커다란 고통을 겪고 있는 경우와 같이, 기후 위기 영향으로 폭염·폭우·병충해 빈발 등 자연재해가 빈번해지고 있어 농업인들이 영농을 지속 영위하는 데 따른 위험과 스트레스도 계속 커지고 있다.
영어권과 중화권에서는 삶의 기본요소를 ‘식의주’ 순서로 말한다. 그만큼 먹는(食) 문제는 생명과 직결되고, 산업으로서의 농업은 결코 포기해서도, 단 한순간도 그 가치가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인지했듯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자국의 곡물 수출을 금지해 곡물값이 폭등한 바 있다. 또한 최근 주요 일간지와 방송에서는 ‘금배추,금겹살·금달걀’ 등 농산물 가격 상승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있는데, 농식품의 경우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어 서민들의 삶에 미치는 체감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업은 식량안보를 위해서도 서민경제를 위해서도 반드시 경쟁력을 높이고 유지·발전시켜야 하는 산업임이 분명하다.
국토가 우리의 3분의 1에 불과한 네덜란드는 미국에 이어 전 세계 2위농산물 수출 강국으로 전 국민의 1%에 불과한 농업인이 국내총생산의 8%를 담당하고 있다. 1980년대 유럽 통합 영향으로 남유럽에서 값싼 채소와 과일이 유입되어 네덜란드 농가들이 큰 타격을 받았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민관이 협력하여 수익성이 높은 농작물을 개발하고 첨단기술 도입 등 투자를 늘려 농산물 수출 강국으로 거듭났다. 네덜란드의 사례와 같이 국토의 크기는 농업경쟁력 향상의 절대적인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우리 농업도 국가를 경영하는 위정자들이 농업의 가치와 식량주권에 대해 확실한 신념을 갖고 투자를 늘리고 비전을 제시한다면 얼마든지 농업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수준의 첨단 IT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기술을 농업에 접목해서 생산 효율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혁신을 달성할 수 있다.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안은 올해 대비 5.6% 늘어난 18.3조 원 규모로, 전체 예산 증가율 2.8%의 두 배 규모로 증액되었다. 국가적 관심과 투자가 늘어날수록 우리 농업의 경쟁력과 농업인들의 자신감은 배가될 것이다. 매년 ‘농업인의 날’이 되면 우리나라가 농업 강국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두가 지혜를 모으는 시간을 갖고, 이를 통해 우리 농업인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갖게 하는 소중한 계기로 활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합천율곡농협 강호동 조합장 |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