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A형간염 전파설은 근거없는 '괴담'

이민재

| 2019-05-03 11:30:43

일부 누리꾼들, 외국인노동자 A형 간염 확산 원인제공자로 지목
고용노동부 "외국인노동자, 입국 전·후 이중으로 건강검진 받아"
의학계도 "과학적 근거 희박하다"는 의견 밝혀

올들어 A형 간염 환자들이 늘면서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A형 간염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괴담'이 나돌고 있으나, 이 같은 주장은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 28일까지 A형 간염 신고 건수는 3597명으로 2018년 같은 기간(1067명) 과 비교할 때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A형 간염 환자가 급증하자 이 소식을 전하는 국내 언론기사의 댓글난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외국인노동자들이 A형 간염 확산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 언론사의 A형 간염 관련 기사에는  "최빈민국 외노자 좀 받지말자... 접종이란 것도 모르는 것들 온갖 질병 다 걸려 들어와 옮기고..." "…외노자 짱X들은 팬티도 한달에 한번 갈아입을 정도로 미개한 새X들인데" "외노자들이 옮기는거지 홍역 에이즈 간염 메르스" 등의 댓글이 달렸다.

 

▲ 외국인 노동자들을A형 간염 확산의 주범이라고 비난하는 한 언론사 사이트 기사 댓글 [포털사이트 댓글난 캡처]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외노자 질병 전파설'이 근거가 박약하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 관계자는 "전염병을 가진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 들어 오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는 국내에 입국하기 전·후 이중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만 국내에서 일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외국인이 국내 구직자 풀에 등록하려면 현지에서 건강진단을 받고 그 진단서를 첨부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국내 사업자와 근로계약이 체결되어 입국을 한 다음엔 국내 병원측에서 다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사후 질병관리도 이루어진다고 언급했다.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 관계자는 "일단 사업주에게 인계가 된 사람은 건강보험에 가입된다"며 "사업장에 채용돼 있으면 그 사람들(외국인노동자)도 내국인과 똑같이 건강검진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중의 건강검진을 거치게 돼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A형 간염을 부추기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막연한 두려움에 뿌리를 두고 있을뿐, 의학적 근거는 박약하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 일부 누리꾼들은 A형 간염 확산주범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지목하고 있으나, 의학적 근거는 희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남구로역에 일감을 찾으러 온 일용직 근로자들의 모습. 남구로역 인력시장을 찾는 근로자의 70%가량이 외국인이다. [문재원 기자]


의학계 역시 '외노자 질병전파설'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는 "외국인노동자가 질병 전파의 원인이라는 통계 및 학계 보고자료를 본 적 없다"며 "그 말이 맞다면 그 분들(외국인노동자들)의 A형 간염 발병률이 높아야 하고, 그 분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A형 간염이 많이 생겨야 할텐데 그런 통계나 근거는 없다"고 답했다.

오히려 해외 여행을 다녀온 한국인들이 A형 간염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교수는 "국내 여행객이 동남아 등 따뜻한 나라에 여행을 갔다가 A형 간염에 걸려오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외노자 낙인 찍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홍역이 퍼졌을 때도 유사한 현상이 있었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02년 사스 발병 당시에도 외국인노동자를 질병 전파의 원흉으로 간주하는 여론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공포'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는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면 두려울 수 있다"며 "정부가 시민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공포를 갖지 않도록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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