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운명의날 D-3…재판부는 보름 전 최태원 사촌형 구속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1-31 16:42:01

삼성전자 실적 추락, 회장은 '미등기'
서울고법 형사13부, SK 일가 재판서 '사회적 책임' 언급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 증거능력 인정 여부 쟁점
경제개혁연구소 "총수 사법 처리, 오히려 투자 늘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삼성물산 부당합병 혐의 항소심 선고가 오는 2월 3일 나온다. 

 

어떤 결론이 내려지든 삼성그룹 리더십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담당 재판부는 보름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을 구속시키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바 있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총수가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기업에 부정적 영향이 없고 오히려 전문경영 체제로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2조9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고 같은 기간 SK하이닉스가 거둔 8조 원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쳤다.  AI용 반도체 개발에 뒤처진 삼성전자의 위기가 수치로 재확인된 셈이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법적 책임 없이 권한만 행사하는 미등기 임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연간 보고서 발간사에서 "최고경영자의 등기 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미등기 임원 상태는 이른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021년 1월 구속됐다가 같은 해 8월에 가석방됐고 이듬해 특별사면됐다. 부당합병 혐의에 대해서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가 나왔으나 항소심이 이어졌다. 

 

결국 3일 선고 결과에 따라 등기 임원으로 명실상부한 복귀를 할 지, 아예 회장 직무조차 수행치 못하는 처지에 놓일 지가 판가름 난다. 2심 결과는 대법원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법리 해석과 적용만 판단하는 법률심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이재용 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5년,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운명의 키는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가 쥐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16일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을 구속시킨 재판부다. 최 전 회장은 SK그룹 창업자 고(故) 최종건 회장의 둘째 아들로 최태원 회장 사촌 형인데, 2000억 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1심과 형량은 같았지만 법정구속을 결정한 것이 달라진 점이다.

 

재판부는 "대부분 결정이 SK그룹 내 회장으로서의 지위를 가진 최 전 회장의 단독 결정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에서 책임이 무겁다"며 "과거 대주주 일가가 기업의 재산을 유용해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많은 비판이 있었고 기업정신이나 사회적 가치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엔 같은 재판부가 분식회계 등 혐의를 받는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내렸던 1심에 비해 형량을 높였다.

 

이 회장 항소심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혐의다.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이 일부 회계 처리 기준 위반임을 명시했고 재판부는 이를 반영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1심은 경영권 승계 작업이 곧 불법이 될 수는 없고 합리적 사업 목적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회장에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렸다는 주장에 힘을 보태는 분식회계 혐의를 더 상세히 들여다봤던 셈이다. 

 

또 1심은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서버 등 증거에 대해 선별 작업 없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배제했다. 그러나 2심에선 이런 증거를 인정할 가능성이 엿보여 쟁점화가 예상된다. 

 

1심 판결 두달 후인 지난해 4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에 438억 원(당시 환율 기준)을 배상하라는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2023년 엘리엇에 이어 재차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이날 '재벌 총수의 사법 처리가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수익성과 자본비용, 성장성에 어떠한 수준의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과거 횡령과 배임 등으로 총수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삼성과 현대차, SK, 한화, CJ 등 9개 기업집단의 43개 상장 계열사를 대상으로 사법 처리 전후 각각 5년 간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총자산수익률(ROA), 이자·세금·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 토빈큐(자산의 시장가치/장부가치), 매출 성장률 등 핵심 지표에 부정적 변화를 초래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오히려 총수의 사법 처리 이후 계열사들은 여타 기업에 비해 설비 투자 비율이 4~7%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총수 부재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매우 안정적으로 운영되며 미래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지속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에 대한 전문경영 체제 전환 요구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를 위한 제안' 논평을 통해 "이제 경영과 책임의 일치를 추구하는, 지배주주가 없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선진국형 전문경영인 경영 체제로 전환을 준비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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