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일감몰아주기 용납 안돼", 카카오 "해외기업과 역차별"

김이현

| 2019-05-23 15:04:12

공정위, 15개 그룹과 간담회…기업들 "업종특성 등 고려해 경쟁법 유연한 적용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일감 몰아주기를 해소하고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관행을 개선해달라고 촉구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막기 위한 입체적 해결책 마련 방침도 밝혔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15개 기업 전문경영인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대기업집단간 정책간담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병혁 기자]


최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편입된 카카오 측은 "플랫폼 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주고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을 해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오전 10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5개 중견그룹 CEO와 정책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밝히며 협조를 당부했다.

참석한 기업은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집단 11~34위 중에서 금융전업 그룹과 총수가 없는 집단 등을 제외한 한진, CJ, 부영, LS, 대림, 현대백화점, 효성, 영풍, 하림, 금호아시아나, 코오롱, OCI, 카카오, HDC, KCC 15개 그룹이다.


신세계와 두산은 이미 간담회를 해 이번에는 초청되지 않았다. 최근 총수가 조원태 회장으로 바뀐 한진에서는 석태수 부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매물로 내놓은 금호아시아나에서는 이원태 부회장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근절 등 공정경제 구축을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와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는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중소 협력업체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부당하게 희생시키는 그릇된 관행으로, 이제 더는 우리 사회에서 용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이 일감을 독식하는 과정에서 관련 분야의 독립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공정한 경쟁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고 그 결과 혁신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뿐만 아니라 존립할 수 있는 근간마저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의 부재(不在)는 대기업 자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기업의 핵심역량이 훼손되고 혁신성장의 유인을 상실해 세계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배 주주 일가가 지분을 많이 가진 비주력·비상장 회사에 계열사들의 일감이 집중되는 경우에는 그 합리적인 근거를 시장과 주주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소 협력업체가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도급 분야에서 공정한 거래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며 "혁신성장의 싹을 잘라버리는 기술탈취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하도급법, 상생협력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을 포괄하는 입체적인 해결 방안을 관련 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정경제란 모든 경제 주체에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평평한 운동장을 보장해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기업 지배구조, 즉 의사결정자가 적기에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제도와 관행이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대표들은 그룹마다 주력 업종이 다르고 규모도 달라 경쟁법을 집행할 때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경쟁법을 좀더 유연하게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배구조 개선, 지주회사 전환, 일감 몰아주기, 하도급 불공정거래 개선 등의 문제와 관련해 개별 그룹의 입장에서 특수성도 거론했다.

카카오는 플랫폼 기업의 특수성과 해외기업과의 역차별을 언급했다. 여민수 카카오 사장은 "같은 사업에서도 해외 글로벌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만 규제를 적용받는 경우가 있고 기존 비즈니스모델과 부딪치는 경우도 있다"며 "과거 산업에선 필요한 규제였지만 IT혁명기에서는 예기치 않게 새로운 산업의 탄생과 발전을 막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여 사장은 "글로벌 산업계는 4차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는데,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 좀더 전향적으로 헤아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과거 경쟁법 집행의 기준과 법리로는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경제현상을 따라가기가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며 "과거의 기준을 너무 경직적으로 적용해선 안 되고 미래를 위한 동태적 개혁이 필요하며, 국내외 기업 간 차별없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플랫폼이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이 섹터별 감독기관이 있다"며 "방통위원장과 양 위원회가 어떻게 협업할지 고민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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