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수출 급증 '부메랑'…철강 이어 반도체·車도 폭풍전야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2-11 17:47:33

철강 25% 관세 면제 폐기, 가격경쟁력 잃을 우려
월스트리트저널 "협상으로 회피 어려울 것"
대미 수출 20% 급증, 그만큼 관세 타격 커

무차별적인 트럼프발 관세 폭풍이 한국으로도 향하고 있다. 철강업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됐으며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표 산업까지 우려되는 위기 상황이다. 최근 몇년새 대(對)미국 수출이 급증했기 때문에 더욱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석달 전보다 0.4%포인트 크게 낮추면서 정국 불안과 함께 통상환경 악화를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KDI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통상 여건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통상정책의 불확실성도 급등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관세 부과에 관한 포고문에 서명한 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서명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포고문에는 한국을 비롯해 호주,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 집권 1기 때 25% 관세 예외를 적용했던 국가들이 열거돼 있으며 다음달 12일자로 기존 합의를 폐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선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을 첫 타깃으로 삼을 것이란 관측은 많았다. 쇠락한 미국 동북부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 유권자들을 위한 철강업 부흥 정책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시행된 바 있다. 한국은 관세 대신 수출 물량을 268만 톤으로 줄이는 쿼터 부과국에 속했지만 이제는 동일하게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가뜩이나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철강업계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관련 인사들이) 이번 조치가 최근의 대(對)캐나다·멕시코·중국 관세와는 달리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강조한다"면서 "이민과 마약 등 비무역 이슈와 연계시키는 징벌적 관세와 달리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구조적 관세는 단순한 협상으로 회피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철강업계의 미국 수출 비중은 9.8% 수준이다. 2014년에는 17%에 이르렀으나 트럼프 집권 1기를 거치면서 축소됐다. 주요 수출 품목은 자동차용 강판으로 현대제철이 현대차그룹 미국 공장에 공급하거나 포스코가 미국 완성차 업체에 수출하는 경로가 대부분이다. 미국 현지 가격보다 한국 업체들의 철강이 가격 우위를 가지기 위한 관세 마지노선은 20% 정도로 파악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25%가 적용되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는 셈이다. 

 

또 중국의 저가 철강 제품들이 미국에 진입하지 못하게 되면 다른 지역으로 공급이 늘어나는 일종의 풍선 효과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 한국 철강업체들의 설 자리가 그만큼 좁아질 수 있다.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 제철소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세아제강지주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현지 생산기지 증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철강이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몇주간 철강과 알루미늄뿐 아니라 반도체와 자동차, 의약품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며, 그외 다른 두어개 품목에 대해서도 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동차는 매우 크고 중요한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관세 엄포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진 한국 산업에는 날벼락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100개 기업의 지난해 1~3분기 북미 지역 매출은 313조5000억 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19.5% 급증했다. 

 

반도체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IT전기전자 업종이 114조 원으로 42.7%나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AI용 반도체 경쟁력을 선점한 SK하이닉스는 세배 가까이 성장한 27조3000억 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58.8%를 차지할 정도다. 삼성전자도 84조6000억 원 규모로 24% 증가했다. 

 

자동차 업종도 129조4000억 원으로 13.2% 증가했다. 전체 매출액 증가율 4.8%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현대차는 17% 늘어난 57조3000억 원, 기아는 12% 증가한 48조9000억 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만큼 상대국 제품에 매기는 '상호 관세'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KDI는 "통상 분쟁에 따른 교역 제약의 직접적 영향과 함께 이에 따른 각국의 경기 둔화는 우리 수출에 추가적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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