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체포, 헌정사상 처음…與 반발, 정국 격랑 속으로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5-01-15 15:21:24

12·3 비상계엄 선포 43일만…공수처, 신병 확보·본격 수사
尹, 묵비권 행사…공수처 "尹, 오전 2시간 조사때 진술 거부"
尹 "계엄은 범죄 아냐" 페북글…"유혈 막으려 출석" 메시지
與 "공수처 직권남용 고발 검토…정치적·법적 책임 물을 것"
이재명 "안타까운 일…헌정질서 회복하고 민생·경제에 집중"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됐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3일만이다. 현직 대통령이 체포된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10시 33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돼 조사를 받기 위해 공수처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신년 정국은 초유의 사태를 맞아 요동치고 있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체포에 강력 반발하며 공수처에 대한 법적 조치 등을 응을 예고해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공조본은 이날 오전 4시쯤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도착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끝에 6시간 반 만에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당초 우려했던 공수처·경찰과 경호처 간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때와 달리 경호처는 강력 저지에 나서지 않았다. 지휘부와 직원 간 균열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 전 공수처 '자진 출석'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공수처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상 자진 출석은 불가능하다며 거부했다.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를 통과해 진입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 18분 만인 이날 오전 10시51분 공수처가 있는 정부과천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수처로 이동할 때는 수갑을 차지 않은 채 경호차량을 이용했다.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금일 오전 11시부터 공수처 338호 영상녹화조사실에서 피의자 조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검사가 직접 조사를 맡았다. 공수처는 200쪽이 넘는 질문지를 준비하며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인다는 방침이었으나 윤 대통령의 비협조로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출입기자단 대상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오전 조사는 이재승 차장이 오전 11시부터 시작해 오후 1시30분쯤 끝났다"며 "현재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현재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조사를 받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로 영상녹화는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조사를 마치면 서울구치소에 구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 후 페이스북에 약 9000자 분량의 글을 올려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계엄은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내란'이라는 내란 몰이 프레임 공세로 저도 탄핵 소추됐고 이를 준비하고 실행한 국방부 장관과 군 관계자들이 지금 구속돼 있다"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선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며 "그렇기 때문에 소규모 병력을 계획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 사항 중 내란죄를 철회한 것과 관련해 "내란 몰이로 탄핵소추를 해놓고 재판에 가서 내란을 뺀다면 사기탄핵, 사기소추"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계정에는 육필 원고 사진과 함께 올해 초 직접 작성했다는 설명이 게재됐다.
 

윤 대통령은 앞서 체포영장 집행으로 관저를 나서면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언론에 배포한 영상 메시지에서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며 "공수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관저에서 공수처 검사가 체포영장을 제시할 때 윤 대통령은 순순히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공수처에서 취재진과 만나 "공수처 검사 2명이 체포영장을 한 장 한 장 설명하니 윤 대통령이 '알았다. 가자'라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직무 범위를 넘어선 부분이 있다"며 "직권남용이기 때문에 필요하면 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총에서는 공수처 고발과 항의 방문, 규탄대회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의총에서 "대통령이 체포됐다고 해서 불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불법 영장을 집행한 공수처에 정치적·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기현·나경원 의원 등 35명은 새벽부터 관저 앞에 집결해 5, 6줄의 '인간 띠'를 만들어 체포영장 집행에 항의했다. 의원들은 체포영장 집행 저지 과정에서 일부 경찰, 시위대와 충돌을 빚기도 했다. 윤상현·권영진·이상휘·박충권 의원 4명은 체포영장 집행 직전 관저에 들어가 윤 대통령 부부와 만났고 나중에 20명 가량이 합류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윤 의원 등에게 "나라가 종북 좌파들로 가득차 있어 위기인데 2년 반을 더 해서 무엇하겠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이 위기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종북 좌파의 존재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 나라를 위한 일"이라면서다.

 

윤 대통령은 "들어가는 것이 마음 편하다. 여기(관저)에 있어도 잘 나가지 못한다"며 "나는 가지만 정권 재창출을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의총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체포에 대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제 신속하게 헌정 질서를 회복하고 민생과 경제에 집중할 때"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이날 예정됐던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비공개회의를 이어가며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관저 앞에 모여 있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통곡하거나 분노했다. 반윤 시위대는 "체포를 축하한다"며 환호했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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