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 나는 유명인 섭외비는 '영업 비밀'?

권라영

| 2019-06-25 15:14:49

김제동, 회당 1000만 원 이상의 강연료로 논란
고려대 응원단 "축제 세부 견적서는 영업 비밀"

방송인 김제동이 대전 대덕구에서 2시간가량 강연을 하고 그 대가로 1550만 원을 받기로 했다가 '고액 강연료' 논란에 휩싸였다.


▲ 방송인 김제동이 여러 지자체에서 받아온 강연료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제동 페이스북 캡처]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은 지난 4일 "1550만 원은 결식 우려 아동 급식을 3875번 먹일 수 있고, 소득주도 성장으로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을 한 달간 12명이나 고용할 수 있는 돈"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논란은 충남 논산과 아산, 경기 김포, 경북 예천 등을 거쳐 서울까지 번졌다. 김제동은 이들 지자체에서 1회당 평균 1300만 원가량의 강연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강연료가 지나치게 높은 금액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조영철 미스틱스토리 대표는 "연예인의 행사비, 출연료는 시장 논리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수요가 없는데 더 달란다고 더 주는 법도 없고, 수요가 넘쳐서 주겠다는데 일부러 깎아줄 일도 없다"고 말했다.

한 강사 섭외업체는 "일부 유명 스타강사는 2시간 기준 1000~1500만 원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연 장소가 지방이면 교통비나 숙박비 명목으로 더 높은 금액이 오갈 때도 있다"고 전했다.

연예인 섭외비 비공개에 횡령 의혹도

이처럼 대중 인식과 업계 반응에 차이가 나는 이유 중 하나는 유명인사의 행사 섭외비가 비밀에 부쳐지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직접 말하지 않는 한 일반 대중이 이번 논란처럼 정확한 금액을 알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연예인을 초청하는 행사의 경우 보통 주최사와 연예기획사 사이에 대행사가 끼는 구조로 이뤄진다. 따라서 섭외 금액은 대행사의 경쟁력을 증명할 '영업 비밀'로 취급된다.

이로 인해 지난달 고려대학교 재학생들 사이에서 응원단이 축제 '입실렌티' 예산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고려대학교 응원단은 올해 입실렌티를 위해 총 2억7500여만 원을 지출했다. 가수 김연우, 청하, 10cm, 그룹 러블리즈, 세븐틴, 데이브레이크가 입실렌티 무대에 올랐다. 래퍼 빈지노, 지코와 그룹 트와이스, 레드벨벳, 가수 아이유를 섭외한 연세대학교 축제 '아카라카'에는 총 행사 비용으로 1억7000만 원가량이 쓰였다. 입실렌티의 0.6배 정도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재학생들은 "가수 한 팀 더 부르는데 1억 원을 들였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고려대학교 응원단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3억 원이 어디 쓰인 거냐", "분실물 3억 원" 등의 댓글이 달렸다.


▲ 고려대학교 응원단은 지난 5월 축제인 '입실렌티' 비용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횡령 의혹에 휩싸였다. [고려대학교 응원단 페이스북 캡처]


논란이 커지자 고려대학교 응원단장은 "입실렌티에 관한 모든 회계자료를 투명하게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5일 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학우들은 비밀유지 서약서를 써야 했다.

응원단은 공청회에서 공개한 입실렌티 행사 세부 견적서가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며 "이 내용이 공청회로 인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거나 공개돼 이들 업체에 영업상 손해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응원단의 미필적 고의로 인해 이들의 영업에 지장을 초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비밀유지 서약서를 받은 이유를 설명했다.

고려대학교 학내 언론 고대신문에 따르면 올해 입실렌티 총비용 중 연예인 섭외에는 약 1억1000만 원이 사용됐다. 인지도와 영향력 등 여러 요소에 따라 각 가수에게 돌아가는 공연료는 다르겠지만 한 팀당 평균 1800만 원가량이다. 연세대학교 응원단은 연예인 5팀 섭외에 약 1억2000만 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팀당 평균 2400만 원을 받은 셈이다.

고려대학교 학생 A(21) 씨는 "학생들은 이러한 세부사항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응원단이 행사 비용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면서 "대행사 측 해명을 들어보니 행사 규모 차이로 무대 장비 등을 많이 사용해 총비용이 상승했다는데, 처음부터 필요한 장비와 금액 등 수치를 명확히 제시했으면 논란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장 논리 따지기 전 투명성 확보해야"

고려대학교 응원단은 올해 학생들에게 총 2만3000여 장의 티켓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1장당 가격은 1만3000원이었다. 그러나 응원단은 논란이 일기 전까지 학생들에게 어디에 어떻게 돈을 사용하는지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응원단이 아닌 학생들이 입실렌티의 주인공"이라며 이러한 응원단의 행태를 비판했다.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퍼진 대자보에는 △예산 집행과 결산, 수익금 관리 분리 및 이에 대한 감사에 학우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치 마련 △수입 항목 전체에 대한 증빙내역 공개 △입실렌티 행사진행업체 선정에 있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완전한 공개입찰 방식 채택 등의 요구가 담겨있다. 이 대자보 연서명에는 1100여 명이 참여했다.

김제동의 강연료 논란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자체와 정부 예산 중 일부가 몇 년에 걸쳐 그에게 강연료로 지급됐음에도 정작 세금을 납부한 국민들은 이번 논란이 일기 전에는 정확한 액수를 알 수 없었다.

김제동을 강사로 부른 지자체들은 대부분 "사전 조사에서 선호도가 높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사에 참여한 이들이 비용에 대한 정보를 알고도 이러한 선택을 했을지 의문이 남는다. 같은 금액으로 김제동 대신 다른 강사 두세 명을 섭외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투명한 절차가 마련된 뒤에 시장 논리를 따져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