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행 탄핵안 가결…헌정사상 첫 '대행의 대행' 체제로
박지은
pje@kpinews.kr | 2024-12-27 17:14:45
與 "탄핵 원천무효"…권한쟁의심판·효력정지가처분 신청
대행 맡은 崔 "국정 혼란 극복에 총력"…韓은 직무정지
민주, 헌법재판관 임명 강공…'장관 연쇄탄핵' 불사 경고
崔 "대행의 대행, 역할 제한적"…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시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을 맡은 총리까지 탄핵되는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한 권한대행이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의결서'를 전달받으면서 이날 오후 5시 19분부터 직무가 정지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이어받았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대행의 대행체제'가 가동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돼 직무가 정지된 지 13일 만이다.
탄핵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00명 중 192명이 참여해 표결한 결과 찬성 192표로 통과됐다. 미국 출장 중인 김문수 의원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169명 등 범야권 의원 191명과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투표해 전원 찬성했다. 친한계 조 의원은 당론을 어기며 유일하게 표결에 참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거칠게 항의한 뒤 표결하지 않고 집단 퇴장했다.
우 의장은 표결에 앞서 한 대행 탄핵안 가결 정족수가 국무총리 기준인 '재적의원 과반수(151명)'라고 발표해 여당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국민의힘은 가결 정족수가 대통령 기준인 '재적의원 3분의 2(200명)'라고 주장해왔다.
우 의장은 "이 안건은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라며 "헌법 제65조 2항에 따라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장은 국회법 10조에 따라 국회 의사를 정리할 권한이 있으며 이 안건의 의사진행을 위해 헌법학계와 국회 입법조사처의 의견을 종합 검토해 의결 정족수를 판단했음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 선언으로 무기명 비밀투표가 시작됐고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뒷편에 마련된 투표소로 줄지어 이동해 투표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의장석으로 달려가 고성을 지르며 집단 항의했다. 이들은 "원천 무효" "직권남용"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우 의장을 규탄했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의장석으로 올라가 우 의장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에는 총 5가지 사유가 담겼다. △해병대원·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건의 △12·3 내란 사태 당시 국무회의 소집으로 내란 절차적 하자 보충 △내란 행위 이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권력 행사를 하려 한 행위 △권한대행으로서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지연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탄핵안 가결 후 서면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현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국정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지금은 국정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는 국정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굳건한 안보, 흔들림 없는 경제, 안정된 치안 질서 등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더이상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보태지 않기 위해 관련법에 따라 직무를 정지하고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야 합의를 청하는 말씀에 대해 야당이 합리적 반론 대신 이번 정부 들어 스물아홉번째 탄핵안으로 답한 것을 제 개인의 거취를 떠나 이 나라의 다음 세대를 위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국민의힘은 규탄대회를 열고 "한 대행 탄핵은 원천무효"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피청구인은 우 의장이다.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은 알림문에서 "피청구인의 행위는 원천 무효로서 청구인들의 국민대표권 및 탄핵소추안 심의·표결권을 중대하게 침해했으며, 헌법과 국회법을 위반한 행위로 무효 선언 및 효력 정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한 대행 탄핵안 가결 요건을 둘러싼 논란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에 앞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국민 성명을 통해 "권한대행이 내란대행으로 변신했다"며 "체포, 구금, 실종을 각오하고 국회 담을 넘던 그날 밤의 무한책임감으로 어떤 반란과 역행도 제압하겠다"고 탄핵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이 관철될 때까지 '권한대행의 대행'까지 탄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를 비롯해 권한대행직을 차례로 물려받을 장관들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연쇄 탄핵'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여권의 '탄핵 심판 시간 끌기'에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관 2명 임기는 내년 4월 끝난다. 3명 공석이 조속히 채워지지 않으면 현재 '6인 체제'의 헌법재판소가 무력화될 수 있다. 헌재는 6인 체제에서 이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를 개시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많은 분이 말씀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에 준하는 적극적인 권한 행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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