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괴물이 됐는가?

김병윤

| 2018-12-03 15:39:49

김경두·전명규 얼음판 제왕노릇 일삼아
학연·혈연 앞세워 종목의 사유화

▲ 김경두 대한컬링경기연맹 前 부회장(왼쪽)과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前 부회장 [SBS 방송캡처, 뉴시스]

 

김경두. 한국 컬링의 개척자. 전명규. 한국 쇼트트랙의 선구자.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빙상인이다. 비인기 종목의 지도자이다. 자신의 전공종목과 무관한 분야를 키워냈다. 세계 정상급으로. 해당종목의 최고 실세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끝내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공 보다는 사를 추구했다. 한국사회의 폐단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한국사회의 폐단이 무엇인가. 학연. 지연. 혈연으로 맺어지는 관계이다. 두 사람은 철저히 이용했다. 학연과 혈연이 그것이다.


김경두. 레슬링 선수 출신이다. 고향은 경북 의성. 전 대한컬링연맹 부회장이다. 캐나다에 레슬링 경기를 하러 갔다. 우연히 컬링 경기를 보았다. 컬링의 매력에 빠졌다. 컬링은 빙판 위의 체스라 불린다. 머리싸움이 볼만 하다. 체력도 강해야 한다. 컬링을 한국에 처음 도입했다. 1994년 한국 최초로 경북컬링협회 설립. 2006년 경북 의성에 컬링전용구장 건설. 10여년 이상 의성에서 선수들을 키웠다. 열악한 환경을 극복했다. 고생 끝에 낙이 왔다. 평창 동계올림픽 은메달 획득. 컬링에서는 최초, 최고의 수식어가 어울린다. 많은 일을 했다. 인정해줘야 한다. 이런 김경두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언론의 도마 위에 올라있다. 정부와 대한체육회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다. 컬링계에서 영원히 퇴출 될 기로에 서있다. 형사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추락하는 데는 날개가 없다. 도와줄 사람이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왜 이런 현실이 됐을까. 김경두는 혈연을 앞세워 사익을 추구했다. 컬링계의 독보적 지위를 활용했다. 아주 나쁜 방향으로. 김경두의 딸과 사위는 컬링 선수 출신이다. 딸은 평창올림픽 대표 팀 킴의 감독을 지냈다. 사위는 평창올림픽 혼성 더블 대표 팀의 감독을 맡았다. 부부가 대표 팀 감독을 맡을 수도 있다. 실력과 자질이 있다면. 문제는 그들의 대표 팀 감독 자질이다. 미흡하단다. 웃기는 일이다. 가족끼리 장구치고 북치고 다 했다. 여기까지는 물증이 없으니 넘어갈 수도 있다. 증거가 나왔다. 금전적 문제다. 훈련비를 횡령했다. 영수증을 위조했다. 상금을 훈련비로 전용했다. 마음에 안 드는 선수를 교체하려 했다. 팀 킴 선수들은 눈물로 호소한다. 그동안의 부정과 전횡을 밝히면서. 김경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김경두 가족들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감사결과가 궁금하다. 결과는 팀 킴 선수들의 주장이 맞을 듯하다. 두고 볼 일이다.


감사결과와 상관없이 필자가 확인한 게 있다. 의성 군민들의 싸늘한 반응이다. 김경두는 의성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김경두는 의성 컬링훈련원을 사유화 했다. 의성 지역 내 학생과 주민들의 컬링훈련원 사용을 통제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더 사용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컬링훈련원 사용료 문제다. 의성군민 일각에서는 김경두가 사용료 착복을 위해 자신들을 내친다고 분통을 터뜨린며 의성을 떠나야 한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김경두는 진정한 가족 사랑의 뜻을 알았을까. 몰랐다면 이번 사태로 깨우쳤을까. 우리는 김경두 일가의 전횡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비뚤어진 가족 사랑의 처참한 결과를. 사익을 앞세운 혈연의 비극적 말로를.

쇼트트랙 영웅, 집착으로 제자들 파멸시켜


얼음판에 전횡을 일삼았던 또 다른 인물이 있다. 쇼트트랙의 대부로 통하는 전명규다. 빙상연맹 부회장을 지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출신이다. 한국체육대학을 졸업했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코치로 팀을 이끌었다. 당시 감독은 편해강이었다. 전명규는 실질적으로 팀을 지도했다. 한국 대표 팀은 쇼트트랙 천미터 개인전과 5천미터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이 동계올림픽 44년 만에 처음으로 따낸 값진 금메달이었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이후 전명규는 쇼트트랙의 제왕이 됐다. 전명규는 발 밀어 넣기 등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을 쇼트트랙 최강국으로 자리 잡게 했다. 한국 쇼트트랙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모든 빙상인들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전명규는 이런 공헌에도 불구하고 얼음판에서 사라져야 할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전명규는 왜 이런 처지에 몰렸을까. 빗나간 학교 사랑 때문이다. 전명규는 한국체육대학 교수이다. 한체대 빙상팀은 국내 최강이다. 이승훈, 모태범, 안현수, 노진규, 심석희 등 최고의 선수들이 거쳐 갔다. 빙상인들은 이런 선수들이 한체대로 진학하는데 전명규의 막강한 영향력이 작용했다고 말한다. 전명규는 한체대 출신 선수들의 후견인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한체대 출신 선수들의 성적을 위해 다른 선수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다. 그뿐이 아니다. 자신의 영예를 위해 선수들을 이용했다.

 

▲ 굳게 닫힌 경북 컬링훈련원 [뉴시스]

25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노진규는 대표적 희생양이다. 노진규는 골육종을 앓고 있었다. 전명규의 강요에 억지로 출전했다. 결국 노진규는 수술시기를 놓쳐 삶을 놓아야 했다. 전명규는 올림픽 대표 쿼터 확보와 한체대에 잘 보이기 위해 노진규를 억지로 출전시켰다. 노진규의 어머니는 전명규의 이런 악행을 폭로하며 울음을 감추지 못했다.
전명규의 맹목적 학교 사랑은 심석희 구타사건에서도 나타났다. 심석희는 평창올림픽 출전을 며칠 앞두고 선수촌을 이탈했다. 조재범 코치에게 많이 맞았다. 조 코치는 전명규의 제자였다. 전명규는 조 코치에게 심석희를 다그치라고 지시했다. 조 코치는 끝내 손을 댔다. 조 코치는 이전에도 전명규에게 불려가 뺨도 맞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체대가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고 몰아치면서. 전명규의 어리석은 의식은 조 코치의 구속으로 끝맺음 됐다. 결국 무모한 학교 사랑은 제자의 삶을 완전 파멸시켰다. 


우리 사회에는 많은 부조리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없어져야 할 3가지 연이 있다. 학연. 지연. 혈연이다. 이 3가지 사사로운 연이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꼭 필요한 연이 오길 바란다. 좋은 인연 말이다.

 

KPI뉴스 / 김병윤 기자 bykim716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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