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위 "유서대필, 검찰총장이 사과" 권고

오다인

| 2018-11-21 14:37:48

"노태우 정권 압력으로 총장이 유서대필 조작 지시"
"검찰에 불리한 증거 은폐, 감정 결과에도 오류"

'유서대필 조작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강기훈(55)씨에게 검찰총장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 '유서대필 조작 사건'으로 옥살이를 했던 강기훈씨가 2016년 11월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에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를 심의한 결과 이같이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유서대필 조작 사건'은 1991년 5월8일 전국민족민주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이 서강대학교 본관에서 분신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친구 강기훈이 유서를 대필하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다. 강씨는 자살방조 및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3년 간 옥살이를 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사건 발생 16년 만인 2007년 11월 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국가 사과와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2012년 대법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 2015년 무죄가 확정됐다.

과거사위는 당시 노태우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따라 검찰총장이 유서대필 조작을 지시했고, 초동수사 방향이 정해지면서 검찰권이 남용됐다고 판단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검찰총장은 정구영, 서울지검장은 전재기, 서울지검 강력부장은 강신욱 전 대법관이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치안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총장은 '분신의 배후'를 밝히라고 지시, 서울지검 강력부에 수사팀이 구성됐다. 유서대필로 수사방향이 정해지면서 필적 감정이 도착하기도 전에 강씨가 용의자로 특정됐다.


과거사위는 "무고한 사람을 유서대필범으로 조작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검찰의 과오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가 필요하며 현 검찰총장이 강씨에게 직접 검찰 과오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과거사위는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범죄사실 입증에 불리한 증거는 은폐하고 유리한 증거만 선별해 감정을 의뢰하는 등의 위법한 행위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김씨의 흘림체 필적은 수사 초기 확보됐지만 감정되지 않았고 기록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또 전민련 업무일지 감정 결과에 오류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필적 감정도 대부분 규칙을 위반해 이뤄지는 등 전문가 감정이라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과거사위는 지적했다.

특히 전민련 수첩 실물을 직접 조사한 결과, 수첩 절취선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이 부실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에 과거사위는 당시 검찰이 수첩이 조작됐다고 본 것은 부당하다고 결론내렸다.

과거사위는 검찰 수사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던 점, 피의사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단정적 주장이 언론에 수시로 공표된 점도 잘못됐다고 짚었다. 이로써 국민과 법원에 잘못된 예단을 갖게 하고 판결에 영향을 미칠 위험을 초래했다며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재심 때도 검찰이 과거 수사관행을 두둔하고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며, 재심에 기계적으로 불복하고 과거 공방을 반복하는 등의 관행을 중단하고 재심 절차에 대한 준칙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검찰이 운영하는 '상고심사위원회'에서 과거사 재심 개시 결정이나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한 불복 여부를 심의하도록 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