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당정관계 시험대로…한동훈 중재 역할 해낼까

박지은

pje@kpinews.kr | 2024-08-27 16:15:37

韓 "의료개혁 본질 잃지 않으며 국민 우려 덜 대안 필요"
"정부와 논의 단계"…28일 與 복지위원과 만나 의견수렴
안철수·유승민 경고…"사상 초유 사태, 尹 직접 나서야"
尹의지 확고…韓총리 "증원유예 검토했지만 어렵다 판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의정 갈등' 난제 풀이에 발을 담그고 있다. 의료 공백 문제가 국민 건강을 위협할 만큼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달리면 파국은 시간문제다.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고 국민 다수가 피해를 입는 현실은 여권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집권 여당 대표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한 대표가 당 차원의 해법을 내며 절충을 시도하는 배경이다. 

 

한 대표는 27일에도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금 상황에 대한 국민 걱정과 우려를 경감시킬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제안'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서다.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간담회에 앞서 홍보관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한 대표는 "여러 의견을 정부와 나눈 바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논의 단계라 내용을 상세히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의 이날 발언은 이를 공식 확인한 것으로 읽힌다.

 

한 대표는 오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여당 의원들과 만나 해법 찾기에 나설 예정이다. 의정 갈등을 방치했다간 '의료 개혁'의 성과보다 '의료 대란'의 대가가 훨씬 클 수 있다는 게 한 대표 인식으로 보인다. 여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여건이다. 

 

당내에선 경고의 목소리가 잇달아 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내년은 인턴도 없고 공중보건의도 군의관도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을 것"이라며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의료개혁을 주도한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안 의원은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전공의와 의대생은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정부의 인식은 완전히 잘못됐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올 명분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방법은 의대 증원의 원칙을 바탕으로, 증원은 1년 유예하되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논의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용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4일 페이스북 글에서 "대통령은 총선 직전 2천명을 늘려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더니 사태가 이 지경이 되어도 한마디 말이 없다"며 "진단도 틀렸고 처방도 틀렸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한 사람의 고집과 오기 때문에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이대로 흘러간다면 그 파국의 결과는 끔찍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완고하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국회 운영위에서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것이 없다"며 한 대표 제안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 제안을 검토했지만 어렵다 판단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역대 정부에서 번번이 실패한 의대 정원 증원을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한다. 이런 대통령을 설득하는 건 신중하고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 대표가 섣불리 중재자를 자처하면 윤 대통령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의료 개혁과 국민 걱정'을 함께 언급하며 대안 마련 필요성을 강조한 한 대표의 이날 메시지는 현 상황이 '당정 갈등'으로 비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재 입지가 좁다는 건 부담이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전날 SBS라디오에서 "중재 역할을 하고 싶어도 공간이 안 생긴다"며 "정부 측에서도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가지고 해야 (협상의) 룸도 생기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한 대표로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의료 대란 실태 조사와 대응 방안 마련을 직접 지시하는 등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한 대표가 의정 갈등 해결에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정치력과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 용산이 꺼리는 사안에 대해 당초 예상과 달리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민 눈높이'를 공언했으나 용산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만큼 의정 갈등에 대해선 보다 적극성을 보여야한다는 의견이 적잖다.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당대표 도전에 나서면서 수평적 당정관계를 약속하지 않았나"라며 "취임 후 한달 넘게 행동으로 보여준 게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의 충돌, 당정갈등을 각오하더라도 할 건 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야당이 여야 대표 회담을 앞두고 '한 대표 결정권은 없다'고 비웃는 것도 전혀 엉뚱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는 30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 회동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29일 국정 브리핑도 주목된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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