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 과잉진압, 조현오-청와대 직거래
권라영
| 2018-08-28 14:36:32
조현오 경기청장, 강희락 경찰청장 반대하자 청와대 접촉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쌍용차 노동조합원 과잉진압은 사전에 청와대에 보고 후 승인받아 진행하였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당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경찰병력 투입을 반대하자 조현오 전 경기경찰청장은 청와대와 직접 접촉해 진압 작전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쌍용차 사건 인권침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진압 당시 경찰 공권력 행사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경찰청에 공권력 과잉 행사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며,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취하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2009년 쌍용차 노조는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대해 평택 공장 점거 농성을 했다. 이에 경찰이 사측과 협조해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고 대테러장비를 사용해 노조를 강제진압했다.
조사위는 당시 경찰이 강경한 기조의 '쌍용자동차 진압 계획'을 수립했음을 경찰청 내부문서를 통해 확인했다. 이 문서에는 사측의 경찰권 발동 요청서 접수, 법원의 체포영장·압수수색영장 발부, 공장 진입 시 사측과 동행, 단전·단수 등 공장 내 차단 조치 계획, 체포한 노조원들의 사법처리 등이 포함돼 있다.
조사위에 따르면 그해 8월 4~5일 강제진압 작전은 청와대가 최종 승인했다. 당시 강 전 경찰청장은 노사 협상의 여지가 있어 시간을 더 가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강제진압에 반대했다. 그러자 조 전 경기청장은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과 직접 접촉에 나섰다.
강 전 청장은 경찰병력이 공장에 대규모로 진입한다는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고, 조 전 청장이 5일 재차 병력을 투입하려고 하자 진압작전을 중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조 전 청장은 본청장의 지시에도 강제진압을 강행했다.
문서상 최종 결재는 고용노동비서관에 의해 이뤄졌으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보고가 올라갔을 것으로 조사위는 추정했다. 다만 조사위는 구치소에 있는 이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해 소명 기회를 주지 못한 만큼 이번 발표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진압에 사용된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 유독성 최루액, 헬기 등은 대테러장비로 분류돼 있다. 특히 다목적발사기 등은 테러범이나 강력범 진압 등 직무수행에 맞게 사용돼야 함에도 파업 중인 노조원을 향해 사용됐다는 점이 위법하다고 조사위는 판단했다.
경찰이 노조원에게 헬기로 최루액을 투하하거나 저공비행해 시위대를 해산하는 소위 '바람작전'을 펼친 점도 문제가 됐다. 경찰은 파업기간 동안 헬기 6대를 동원했고 296회 출동 중 211회에서 최루액을 사용했다. 살포된 최루액은 약 20만ℓ로 알려졌다.
경찰은 쌍용차 파업과 관련해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홍보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조 전 청장은 경기청 소속 경찰관으로 구성된 '인터넷 대응팀'을 만들도록 지시했으며, 이들은 온라인 여론몰이에 나섰다. 이들은 댓글과 영상을 통해 노조원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부각해 여론을 악화하려 했다.
조사위는 "인터넷 기사나 동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검색해 편향적 댓글을 다는 등 대응활동을 했다"며 경찰의 정당한 업무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찰에 직권남용,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조사위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최근 사측에서 노조를 와해할 목적으로 비밀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건에는 즉각 공권력이 투입될 수 있도록 사측과 경찰 등 관계기관이 사전 협의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해당 문건 자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않아 경찰과 회사가 짜고 노조를 와해시키려 했다는 측면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다만 진압과정에서 공조체계가 이뤄졌다는 점은 밝혀졌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경찰청에 노동쟁의에서는 노사 간 자율 교섭을 원칙으로 하며 경찰력은 최후·보충적으로 투입하고, 경찰력 투입 결정 절차의 투명성 보장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또 경찰이 진압작전 당시 입은 각종 물적 피해 등과 관련해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16억69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취하하라고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이 사건은 청와대의 승인에 따라 정부가 노사자율로 해결할 노동쟁의 사안을 경찰의 물리력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 사건"이라며 "정부는 이 사건 파업 이후 노동자들과 가족들에게 이뤄진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명예회복과 치유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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