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재판중지법 추진 않겠다"…與, 하루 만에 번복 왜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5-11-03 16:29:10
대통령실 "대통령 재판 중단 헌법상 당연…입법 불필요"
법안 추진에 제동…'방탄 입법' 논란 차단, 역풍 우려
대장동 판결 직후 타이밍도 잘못…국힘 "즉각 폐기"
더불어민주당은 3일 현직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하는 이른바 '국정안정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청래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간담회를 통해 '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민주당은 전날 이 법안을 '국정안정법'으로 명명하며 이달 중 처리를 시사했는데,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입장 번복 배경에 대해 "관세협상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과 홍보 등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도 선을 그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헌법상 당연히 중단되는 것이니 입법이 필요하지 않고 만약 법원이 헌법에 위반해 종전의 중단 선언을 뒤집어 제기하면 그때 위헌심판 제기와 더불어 입법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헌법 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이 중지된다는 것이 다수 헌법학자의 견해"라며 "헌법재판소도 같은 취지로 해석을 내린 바 있다"고 말했다.
강유정 대변인도 "해당 법안에 대해 불필요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일관적인 입장"이라고 못박았다.
재판중지법은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형사재판을 받을 경우 국정 수행에 차질이 생긴다는 점을 근거로 재판 절차를 임기 이후로 미루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6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뒤 본회의에 계류된 상태다.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본회의 처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이번 결정이 보류인지 포기인지에 따라 불씨가 남아 있는 셈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법안 처리를 미루는 게 아니라 아예 안 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국 상황에 따라선 재추진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당보다 대통령실 판단이 중시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재판중지법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만큼 역풍에 대한 부담과 우려가 컸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실과 조율을 거친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 실장도 "당에 사법개혁안 처리대상에서 재판중지법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중지법 관련 대통령은 더 이상 정쟁에 끌어들이지 않고 우리가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해석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을 정쟁 중심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대통령실 제동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법안은 발의 시기부터 '위인설법'(爲人設法, 특정인을 위해 법을 만드는 것)' 논란이 거셌다. 법안 추진·통과 과정에서 '이재명 1인 방탄 입법' 시비가 불붙어 중도층 이탈과 국정 지지율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외교와 주식시장 활황으로 지지율 오름세를 타고 있는 이 대통령으로선 괜한 악재를 자초할 필요가 없다.
여권의 대응이 적절치 못한 것도 입장 선회 배경으로 보인다. 법원은 지난달 31일 '대장동 사건' 민간업자들 모두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의 '윗선'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자 민주당은 "대장동 1심 판결을 통해 이 대통령에 대한 배임 혐의 기소가 조작(造作)임이 분명히 밝혀졌다"며 곧바로 '국정안정법' '국정보호법' '헌법 84조 수호법' 운운하며 재판중지법 추진을 시사했다. 여론전을 통해 프레임 전환을 꾀했는데, 하루가 지나 손을 든 모양새가 됐다.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는 내부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이 지난 6월 이후 넉 달여 만에 재판중지법에 눈을 돌린 건 법원이 최근 재판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김대웅 서울고법원장은 지난달 20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재판 재개가)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자 민주당이 급해졌다.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변호인단 출신으로 분류되는 조원철 법제처장은 지난달 24일 법사위 국감에서 "이 대통령은 다 무죄"라고 주장해 구설에 올랐다.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불러 재판 재개 여론에 힘을 싣는 결과로 작용했다.
그는 이날 친여 성향 유튜브인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이 대통령 대장동 사건 등에 관해 "너무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대여 공세의 고삐를 더욱 조였다. 장동혁 대표는 "여야 협의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게 민주당인데 그런 민주당의 발표를 누가 믿을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경북도청에서 '대구-경북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다.
장 대표는 "대통령이든, 정청래 대표든 누구든 책임 있는 사람이 이 대통령 재임 기간에 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를 바란다"고 압박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 여론의 역풍을 의식한 일시적 숨 고르기일 뿐, 호떡 뒤집듯 말을 뒤집는 민주당의 특성상 지금 당장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