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尹 직무집행 정지 필요"…尹 만났으나 소득 없어

박지은

pje@kpinews.kr | 2024-12-06 14:36:47

韓 "尹, 비상계엄 같은 극단적 행동 재현 우려 커"
尹요청에 면담…"'직무정지' 입장 뒤집을 말 못 들어"
"'특별 조치 안하겠다' 말해…해명할때 아니라고 판단"
조경태·안철수도 찬성…마라톤 의총, 결론 없이 격론
민주 "탄핵안 표결, 두시간 당겨 7일 오후 5시 추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6일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찬성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윤 대통령 요청으로 서울 용산 한담동 관저에서 면담을 가졌으나 소득 없이 헤어졌다.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대통령실과 여당은 종일 우왕좌왕하며 혼란상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표결 날짜를 당길지 등을 저울질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탄핵 정국으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면담에는 대통령실에서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오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표결될 예정인데, 한 대표 뜻을 따르는 친한계 의원 8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 가결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 부결 당론을 정한 만큼 친윤계의 거센 반발로 극심한 내분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만난 건 이런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두 사람은 지난 4일 대면해 수습책을 논의했으나 이견만 확인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면담 후 의원총회에 참석해 "당론으로 정해진 건 못 바꾸겠지만 제 의견은 업무 정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으로부터 이 판단을 뒤집힐만한 말은 못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론을 바꾸는 건 의원들의 논의에 따라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고 어려운 결단"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은) '체포지시를 직접 하지 않았다'고 했다"며 "'현재로선 특별한 조치를 안 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계엄 선포 당일날 정치인들 체포 시도(에 대해) 특단의 조치 없이는 상황을 타개 못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최순실 사안은 측근들이 해먹은 내용이며 그와 다르게 이번엔 군을 동원해 국민을 향한 계엄선포 및 국회에 진입한 것으로 심각한 상황들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대통령에게 '12월 3일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입장을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요청드렸으나 '아직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했다.  

 

마라톤 의총에선 수십명이 나서 난상토론을 벌였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는데 아직 어떤 결론을 내린 건 없다"고 말했다. 신 대변인은 "탄핵 부결 당론은 이미 결정된 것"이라며 "바꿀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오후 9시 의총을 재개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에서 당초 탄핵 반대에서 선회한데 대해 "새로이 드러나고 있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계엄령 선포 당일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 등을 반국가세력이라는 이유로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하도록 지시했던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 이번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이 재현될 우려가 크고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큰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탄핵안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300명) 3분의 2 이상 찬성(200명)이다. 범야권 의석(192석)을 감안하면 여당에서 '8표'만 이탈하면 된다. 친한계 의원은 20명 안팎이다. 절반만 한 대표와 의견을 같이 하면 가결 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 

 

친한계 조경태 의원은 이날 여당 의원 중 처음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 천명했다. 비윤계 안철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표결 전까지 윤 대통령이 퇴진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 탄핵안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초재선 소장파인 김예지·김상욱·우재준·김재섭·김소희 의원 5명은 탄핵 표결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석 대변인은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조, 안 의원은 탄핵에 찬성하는 것이고 5명은 개방적"이라며 "탄핵 찬성이 200명 넘는다는 게 합리적 판단"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윤상현, 나경원 의원 등 중진들은 추경호 원내대표 주재로 회의를 열고 한 대표의 탄핵 찬성 입장은 '당론 위배'이라는데 대체적인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전날 의총에서 탄핵 반대 당론을 정했다. 친윤계와 중진 다수는 '박근혜 트라우마' 때문에 탄핵에 적극 반대하는 기류다. 오세훈 서울·홍준표 대구·유정복 인천시장 등 당 소속 시도지사는 회동을 갖고 "탄핵만은 피해야한다"며 '비상 거국 내각 구성후 2선 후퇴'를 촉구했다.

 

당내 세력이 약한 한 대표도 '현실론'에 기대 전날 탄핵 반대 동조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위헌적 계엄을 옹호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고 했다. 상충되는 메시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나 모순적이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또 친한계 내부에서 "이참에 '정치인 한동훈'의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 차별화해야한다"는 건의가 많았다고 한다. 결국 한 대표가 고심 끝에 윤 대통령을 버리고 민심을 택하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윤계의 거친 반격이 예상된다. 한 대표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친윤계가 한 대표 퇴진 공세를 본격화하면 여당은 내분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적잖다.

 

대통령실은 '의원체포 지시 없었다' 공지를 낸 뒤 바로 취소하는 등 난맥상을 보였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만난 뒤 국회를 방문해 의총에 참석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아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야당 의원과 보좌진은 윤 대통령을 저지하기 위해 본관 입구에 모이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국회 방문 일정이 없다"고 공지했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비상대기하며 여당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한 대표 메시지가 나와 한때 표결을 하루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초 예정대로 7일 표결하기로 했다. 다만 시간은 2시간 앞당기기로 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 지연 전략을 쓰려고 해서 본회의는 오후 5시 정도에는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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