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제도에 막힌 관세, 정치로 돌파하려는 트럼프...성공할까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hongkyooncho@korea.ac.kr | 2026-02-26 14:33:13

대법원 위헌판결에 제동걸린 트럼프 관세정책
중간선거 앞두고 '정치적 기동성' 택한 백악관
공화당 내부 균열과 체감 물가 여론이 변수

제도에 막힌 관세, 정치로 돌파할 것인가. 지난 금요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행정부의 핵심 관세정책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리자 격앙된 어조로 사법부를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이번 화요일에 행한 2기 취임 후 첫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 address)에서는 보다 계산된 메시지를 내놓았다.

미 행정부는 다른 관세 관련 권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상당한 지렛대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으며 의회의 입법 조치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트럼프는 단언했다. 관세의 전면전은 사법부에 의해 제동이 걸렸지만 무역정책의 기조를 바꾸겠다는 신호는 아니었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관세정책이 이제 제도와 정치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들어갔음을 보여준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트럼프는 지금 왜 의회를 우회하려 하는가. 연방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IEEPA)을 근거로 한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에 제동을 걸며 명확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국정연설에서 새로운 관세 입법이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우선 두 가지 계산이 엿보인다.

첫째, 공화당 내부의 불편한 기류다. 관세는 노동자 보호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기업·농업·유통업계의 부담을 키워왔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의원들에게 관세는 결집의 요인이 아닌 부담의 이슈에 가깝다. 실제로 지난 금요일 공화당 내에서도 권력 분립을 강조하며 이번 사법부 결정을 환영하는 목소리마저 나왔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존 커티스 상원의원, 돈 베이컨 하원의원의 발언은 당내 제도주의 흐름을 상징한다. 이들은 관세 그 자체보다 민주주의 시스템의 견고함을 강조했다.

둘째, 입법은 타협을 전제로 한다. 의회를 통과하는 법안은 범위·기간·대상 등에서 여러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행정부의 정책은 다소간 신축성을 띨 수도 있다. 트럼프가 굳이 법적 안정성이 더 높은 입법 경로를 택하지 않은 이유는 제도적 확실성보다 정치적 기동성을 선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가 도모할 수 있는 대체 관세 수단은 무역법(Trade Act of 1974) 122조, 301조,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of 1962) 232조 등이다. 이들 조항은 특정 상황, 산업, 국가 등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지만 기한 제한, 절차 요건, 조사 과정 등이 요구된다. 즉 대통령의 의지만으로는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행동을 취하기 어렵다. 게다가 남용 시 또 다른 소송과 법적 분쟁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들 조항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보다 범위가 제한적이고 조사, 절차 등이 엄격하다. 즉 황제의 손짓은 어려워질 뿐 아니라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관세정책 설계가 힘들어진다. 트럼프의 국정연설 발언은 제도적 현실과는 간극이 있는 것이다.

연방대법원의 제동 이후 추가 입법 없이 다른 권한을 통해 관세정책을 추진하겠다는 트럼프의 전략에는 대법원 위헌 판결에 따른 관세 환급 리스크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떠오르고 있다. 펜 와튼 예산 모델(Penn Wharton Budget Model)에 따르면 1750억 달러가 넘는 관세 환급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1750억 달러라는 이 그림자는 먼저 재정에 영향을 준다. 이미 누적된 연방 재정적자에 대규모의 관세 환급은 재정 부담을 가중케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행정 혼란이다. 관세 환급 대상과 범위, 이자 지급 등을 둘러싼 소송 등으로 행정 절차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국정연설에서 의회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힌 것은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일 수 있지만 환급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선택지는 복합적인 국면을 맞는다.

ABC뉴스,워싱턴포스트,입소스의 최신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5%가 트럼프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불만을 나타냈으며 57%는 그의 경제정책 운영에 불만을 표했다. 유권자의 평가는 이념보다 생활에 바탕을 둔다. 트럼프가 추구하는 관세정책의 다른 목적들보다는 생활물가와 일자리 등 체감이 더 중요하다. 관세의 제조업 보호 담론은 일부 산업 지역에서 여전히 설득력을 갖겠지만 수입물가 상승과 공급망 차질은 전국적인 부담으로 확산된다.

11월 중간선거는 체감 경제 투표의 성격이 강하다. 유권자는 가계 형편이 개선되었는지 등을 기준으로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중간선거는 사실상 관세정책의 국민투표에 가까울 수 있다. 경제지표의 개선 없이 물가 부담이 지속된다면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정치적 집착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경제의 지배'로 집권한 공화당에게는 더욱 뼈아픈 대목이 된다.

제도와 정치 사이에서 지금 트럼프의 선택은 의회를 즉 제도를 우회함으로써 정치적 공간을 확보해 보려는 전략이다. 트럼프가 국정연설에서 의회의 입법은 필요 없다고 말한 것은 제도적 확실성을 포기하는 대가를 치른다. 단기적으로 강력한 이미지를 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시장의 신뢰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지금의 우회 전략은 트럼프에게 일견 매력적이겠지만 여러 리스크를 키운다. 제도와 정치 사이에서 트럼프가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가 중요하다. 관세정책은 이제 정치경제학의 문제다.

 

▲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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