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李, '개혁 속도' 아리송…與선 투톱 충돌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5-09-11 16:24:30

"구더기 싫어 장독 없애서야…檢 보완수사권 치밀 검토"
"정부가 후속조치 주도"…폐지 주장 강경파와 입장 달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엔 힘 실어…"그게 무슨 위헌인가"
정청래, 여야합의 뒤집자 김병기 "사과하라"…鄭 고개숙여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갖고 여당 주도의 3대 개혁(검찰·언론·사법 개혁)과 3대 특검(내란·김건희·해병 특검)법 개정 등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사안에 따라 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등 강경파와 의견을 같이하거나 달리했다. '실용'을 부각해온 만큼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도 끌어안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개혁에 대한 속도전을 독려하는 건지, 속도조절을 주문하는 건지 아리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이날 집권당에선 공교롭게 투톱이 충돌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강성 당원·지지층의 거센 항의로 당 지도부가 여야의 특검법 개정 합의를 파기한 것이 발단이었다. 협상을 이끌었던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 대표 사과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이 대통령 취임 100일 여권 모습은 향후 강온노선을 둘러싼 내부 갈등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포함한 수사·기소 분리의 후속 입법과 관련해 "일단 수사 기소 분리는 했는데, 그걸 어디에다 맡길 건가. 그렇다면 경찰은 믿을 만하냐"고 반문했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독을 없애면 되겠느냐"고도 했다. 검찰청 폐지로 수사 기능이 경찰에 쏠리게 되는 데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검찰이 사고를 엄청 쳐서 수사권을 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는데, 하다보니 검사는 사건 수사에 손도 대지말라고 하다가, 이제는 아예 '관심도 갖지마'라는 식으로 가고 있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이 과정은 감정을 배제하고 아주 논리적이고 치밀하게 전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구더기가 안 생기도록 악착같이 막아야지 아예 장을 먹지 말자, 장독을 없애자 이러면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 검사가 보완수사권을 직접 수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들어 완전 폐지해야한다는 민주당 강경파 주장에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죄 지은 사람은 처벌 받고 죄 짓지 않은 사람은 억울하게 처벌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금부터 1년 동안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주도하자"며 "전문가들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야당, 여당, 피해자, 검찰 의견도 다 들어 논쟁을 통해 문제를 다 제거하자"고 제안했다. 정부 주도로 후속조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지난 7일 고위 당정 협의회에선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는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 반대에도 자꾸 당의 참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수석은 참다 못해 "당이 참여하지 말라는 게 누구 뜻인지 좀 아시겠나"라며 이 대통령 의중임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선 힘을 실었다. "그게 무슨 위헌이냐"며 법조계 등의 반대론을 일축했다.


이 대통령은 "삼권분립에 대해 오해가 있는데 사법부 독립이란 것이 사법부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주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모든 것은 국민에 달렸다. 대한민국에는 권력 서열이 분명히 있고 국회는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했다.


"입법부를 통한 국민의 주권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며 "내용이 뭐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입법부와 사법부가 이 문제로 다투면 나도 의견을 낼 수 있다"는 경고도 곁들였다.

이 대통령은 "사법이란 정치로부터 간접적으로 권한을 받은 것인데 어느 날 전도돼 정치가 사법에 종속됐다"며 "결정적 형태가 정치 검찰이다. 나라가 망할 뻔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절제와 자제가 사법의 가장 큰 미덕이고 국민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대통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를 위해 내란재판부 설치에 공감을 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명확한 방향 제시에도 강경파가 보완수사권 폐지를 포기할 지는 두고볼 일이다. 

 

이 대통령은 3대 특검의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내용의 여야 원내대표 합의안에 대해 "이재명이 시킨 거 같다는 여론이 있다"며 "저는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또 "저는 그런 걸 원하지 않고 협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조직법을 개편하는 것과 내란의 진실을 분명히 규명해 엄정히 책임을 묻는 것을 어떻게 맞바꾸냐라는 게 제 생각"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여야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김병기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전날 마련한 합의안은 휴지가 됐다. 국민의힘이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에 협조하는 대신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방향으로 특검법을 수정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합의안이 알려지자 강성 당원, 지지자와 의원들이 원내 지도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당 지도부는 결국 당심에 휘둘렸다. 정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협상안은 제가 수용할 수 없었고 지도부 뜻과 다르기 때문에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부 (의견과는) 많이 달라 저도 어제 많이 당황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하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선 "그동안 당 지도부, 법사위, 특위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밝혔다. "원내 지도부가 당내 소통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협상했다"며 책임을 떠넘긴 정 대표 등 당 지도부를 향해 공박한 것이다.

 

정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데 대해 당과 의원,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제 부덕의 소치"라고 밝혔다고 김현정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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