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선거법 파기환송심 연기…'사법 리스크' 사실상 해소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5-06-09 15:32:43

고법 "헌법 84조 따라"…불소추특권에 재판 포함 해석한 듯
기일 지정 안하는 '추후지정'…5건 재판 중 나머지 중지 주목
김용태 "법원, 권력 눈치보기 자인"…한동훈 "사법부 큰 오점"
민주, 고법 결정에도 12일 본회의서 '재판중지법' 처리 방침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심 기일을 연기하기로 9일 결정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는 이날 이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기일을 변경하고 추후지정했다고 밝혔다. "헌법 84조에 따른 조치"라는 게 서울고법 설명이다.

 

21대 대선 전 대법원이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만큼 고법의 18일 결정이 주목됐었다. 그런데 '기일 추후지정'이란 선택이 이뤄져 여야 반응이 극명히 갈렸다. 

 

▲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달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포장마차에서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를 마친 뒤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한 데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그렇다고 죄가 없어지냐"며 사법부를 맹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성토하며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트' 차단을 위한 입법을 계획대로 추진키로 했다.

 

기일 추후지정(추정)이란 기일을 변경, 연기 또는 속행하면서 다음 기일을 지정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소송 절차 중단 등으로 인해 법률상 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경우 등의 상황에서 기일을 추정해 두는 사례가 많다. 추정 상태가 되면 재판이 열리지 않는다. 이 대통령 임기 동안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은 중단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이 받고 있는 다른 여타 재판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된 것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추' 개념에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이 포함되는지를 두고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서울고법 결정은 불소추특권에 진행 중인 형사 재판도 포함된다고 해석한 셈이다.

국민의힘이 강력 반발하는 건 서울고법 결정이 이 대통령의 다른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에 선례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총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고법은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이, 수원지법에서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법인카드 유용 사건 재판이 열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결정"이라며 비판하며 헌법 소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강전애 대변인은 논평에서 "지난 대선 날 방송 3사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선거법 파기환송심 등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유권자 5190명을 상대로 '심층 출구조사'를 실시했다"며 "응답자 63.9%는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법률의 해석권한은 헌법재판소에 있다"며 "국민들의 의견이 갈리는 국가적으로 첨예한 사건의 경우 재판부 단독의 해석보다는 원칙에 입각하여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다"고 지적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이 됐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유죄취지의 판결을 받은 사건을 심리하지 않는게 사법정의에 맞느냐"며 "법원 스스로 통치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자인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어떤 권력도 헌법 위에 설 수는 없고 대통령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며 "법원 스스로 통치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욱 심각한 건 개별 재판부 판단에 맡기면 곤란하다며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민주당 태도"라며 "대통령이 됐으니 아예 재판을 못하게 막겠다는 것으로 이쯤되면 사법부를 정치권력의 하명기관으로 여기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김 위원장은 전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을 향해 "공직선거법·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재판을 받을 건지 답해달라"고 촉구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고법을 향해 "스스로 사법부 독립을 꺾었다"며 "대한민국 사법부의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 전 대표는 "다른 이 대통령 재판 중인 재판부들은 절대 이러지 말아야 한다"며 "누구도 헌법 위에 있지 않다는 원칙을 바로세우지 못하면, 잘못된 나라를 대대로 물려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외 다른 사건 재판도 있는 점을 언급하며 "법원이 개별 재판부에 맡기겠다는 태도를 갖고 간다면 곤란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을 처음부터 발목 잡는 모습이 참으로 후안무치하다"며 김 위원장을 직격했다.

 

민주당은 서울고법 결정과 별개로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직결되는 일부 법안을 조만간 계획대로 처리할 예정이다.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을 정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조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선거법 외에도 이 대통령 재판이) 여러 개 진행되고 있는데 법원은 개별 재판부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라며 "이런 경우가 지속되면 헌법 정신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뜻인 만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 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5일 본회의에서 3대 특검법과 검사징계법을 무난히 처리한 만큼 형사소송법 개정안 가결도 자신하는 분위기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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