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담배 1위 기업들, '액상 전자담배' 2라운드…폭풍전야 vs 찻잔 속 태풍?
남경식
| 2019-05-23 14:26:58
정부, 금연 정책 강화…전자담배에도 경고 그림 부착
미국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1위 '쥴 랩스'(JUUL Labs)가 국내에 공식 진출하면서 담배 시장 지형이 바뀔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액상 전자담배는 이미 한 차례 유행이 지났고, 정부가 흡연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쥴 랩스는 지난 22일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어반소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4일부터 서울에 위치한 GS25, 세븐일레븐,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에서 액상 전자담배 '쥴' 디바이스와 팟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아담 보웬 쥴 랩스 설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0여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쥴을 개발했다"며 "쥴은 모든 부분에서 다른 전자담배 제품들과 차별점을 띄고 있어,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한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담배 시장 점유율 1위 KT&G도 액상 전자담배 제품을 새로 선보이며 맞불을 놓는다. KT&G는 오는 27일부터 서울, 부산, 대전 등 주요 도시의 편의점 CU에서 액상 전자담배 '릴 베이퍼'를 판매한다. KT&G는 쥴의 국내 진출 소식에 '릴 베이퍼' 출시를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을 뒤늦게 내놓으며 필립모리스에게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주도권을 내준 바 있다.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지난 2017년 6월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출시했다. KT&G는 다섯 달 뒤인 2017년 11월에야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출시했다.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는 출시 석 달 만에 수도권에서 담배 시장 점유율 5%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현재도 필립모리스는 국내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이 약 65%로 압도적인 1위다. KT&G는 국내 전체 담배 시장 점유율은 60%를 상회하고 있지만,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은 약 27%에 불과해 체면을 구기고 있다.
지난 3월 한국 법인을 설립한 일본 전자담배 브랜드 '죠즈'(jouz)도 연내 액상 전자담배를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죠즈의 대표 제품인 궐련형 전자담배 '죠즈20'은 일본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한국, 미국, 일본 1위 업체들이 국내 액상 전자담배 시장에서 경쟁을 펼칠 예정이지만, 담배 시장의 판도가 급변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쥴이 아이코스와 같은 열풍을 일으키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쥴은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 처음부터 온라인 판매가 금지됐고, 니코틴 함량이 낮다"며 "이미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액상 담배 제품은 유통 역량 부진으로 소비자 접근성이 낮다"고 밝혔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쥴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편이나, 국내 유통망과 시장 이해도 측면에서는 KT&G가 앞서고 있다"며 "신제품에 대한 초기 소비자 반응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쥴이 미국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기는 하지만, 미국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없는 시장"이라며 "쥴이 미국 외 다른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쥴 랩스 관계자는 "쥴이 미국 이외의 국가에 출시된 지 얼마 안 됐다"며 "점유율을 이야기할 만한 수준은 아직 안 된다"고 인정했다.
정부가 담배 산업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담배 업체들 입장에서는 악재다. 안 그래도 제한이 많았던 마케팅이 앞으로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쥴 랩스의 기자간담회 전날인 지난 21일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 근절을 위한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해, 액상 전자담배 시장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금연 대책의 중점 추진 방향으로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에 대한 적극 대응, 청소년 시기의 흡연 적극 차단 등을 꼽고 있다. 쥴은 휴대하기 쉽고, 가격이 다른 담배보다 가격이 저렴해 미국에서 청소년 흡연율을 두 배로 높였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담뱃값에 붙는 경고 그림의 면적을 30%에서 55%로 확대하고, 담배광고 사전 자율심의제를 도입하며, 담배 판촉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전자담배 기구에도 경고 그림 및 문구 부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을 의식했는지 쥴 랩스 측은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규제를 적극 따르겠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 '릴' 신제품 출시 때와 달리 '릴 베이퍼' 출시를 앞두고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열지 않았다.
설령 액상 전자담배가 시장의 호응을 얻는다고 해도, 기존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대체할 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어떤 담배를 판매하든 전체 담배 판매량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며 "액상 전자담배 판매로 편의점 매출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전자담배 시장이 초기에는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최근 그 성장세가 많이 꺾였다"며 "액상 전자담배는 기존에도 출시됐다가 현재 소강상태에 있는데, 올해 출시되는 제품들이 완전히 새로운 것들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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