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실리콘 나노튜브서 '포논 국소화' 현상 첫 규명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 2026-06-11 14:03:22

희토류 재료에 의존하지 않는 차세대 열관리 시장 선도 기대
'나노튜브'로 폐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기술의 한계 넘어서는 성과

포스텍 연구팀이 속이 빈 실리콘 나노튜브 구조를 활용해 버려지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소자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원리를 규명했다.

 

▲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 백창기 교수(왼쪽), IT융합공학과 통합과정 김기영 씨. [포스텍 제공]

 

포스텍은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 백창기 교수, IT융합공학과 통합과정 김기영 씨 연구팀이 '속이 빈 실리콘 나노튜브' 구조를 이용해 폐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소자의 효율 한계를 돌파할 원리를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연구 성과는 에너지·나노기술 분야 국제 학술지인 '나노에너지'에 게재됐다.

 

'열전소자'는 전기를 만드는 소자로, 산업 현장의 폐열 회수부터 배터리 냉각, 우주 탐사선의 전원 공급을 위한 핵 전지까지 쓰임새는 다양하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센터 열관리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문제는 소재다. 열전소자 핵심 재료는 비스무트, 텔루륨 등 희소금속이다. 매장량이 적고 공급망이 불안정해 국제 정세가 흔들릴 때마다 가격과 수급이 요동쳤다.

 

반면 실리콘은 지구상에 풍부하고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제조 공정과도 잘 맞는다. 그런데도 지금껏 실리콘 기반 열전소자가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는 효율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열전소자 효율을 높이려면 열은 최대한 막고 전기는 잘 흐르게 해야 한다. 그런데 구조를 작게 만들수록 열 이동은 줄어드는 대신 전기 흐름까지 방해받는다.

 

연구팀은 이 딜레마를 '속 빈 구조'로 풀었다. 일반적인 나노선이 속이 꽉 찬 막대 모양이라면 나노튜브는 내부가 비어 있는 대롱 형태다. 두 구조를 비교한 결과, 나노튜브에서 약 70% 낮은 열전도도가 확인됐다.

 

더 놀라운 것은 표면적 비율을 같은 조건으로 맞췄을 때의 결과다. 조건이 같으면 성능도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나노튜브는 약 33% 더 낮은 열전도도를 보였다. 속이 비어 있다는 구조 자체가 열을 추가로 막는 독자적인 효과를 낸다는 증거다.

 

연구팀은 그 원인을 '포논 국소화' 현상에서 찾았다. '포논'은 고체 안에서 열을 전달하는 진동을 입자처럼 표현한 개념이다. '포논 국소화'란 이 진동이 구조 전체로 퍼지지 못하고 일부 영역에 갇혀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그동안 극저온 등 매우 특수한 구조에서만 나타난다고 알려진 이 현상이 비교적 단순한 나노튜브 구조에서도 상온에 가까운 환경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포스텍 연구팀이 처음 증명한 것이다.

 

백창기 교수는 "이번 연구가 제시한 원리가 실용화된다면 버려지는 열을 전기로 되돌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길이 열릴 수 있다"며 "국내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과의 호환성 덕분에 희토류 재료에 의존하지 않는 차세대 열관리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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