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천호 "기후 위기로 인류 멸종 위험…문명 전환해야"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 2025-07-29 14:25:01

대기과학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기후 위기 해법 설파
"정의로운 세상 만드는 것이 기후 위기 대응에서 중요"
"화석 연료 체계로 기후 위기 극복? 있을 수 없는 일"
"시민이 연대해 정치가 압박하고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찜통더위가 연일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연관된 극한 기후 현상이다. 지구촌이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KPI뉴스는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며 해법 마련의 필요성을 설파해온 대기과학자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과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인터뷰는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K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ㅡ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고 있는데 왜 그런가.

"기온이 올라가면 바다에서 수증기가 더 많이 증발하고 구름이 많이 만들어져 비가 내릴 때 폭우가 된다. 폭우가 발생하려면 공기가 올라가야 하는데, 올라간 공기는 성층권에 막혀 다시 내려온다. 옛날보다 많은 공기가 올라갔다가 내려오니 고기압이 훨씬 강해져 거기선 폭염이 발생한다. 이렇게 폭우와 폭염이라는 정반대되는 극단적 현상이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이 기후 변화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ㅡ한국은 기후 변화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빠른 편이다. 그 이유는.

"기온 상승 속도가 전 세계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빠르다. 한국은 우선 위도상 북쪽 지역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북극 쪽으로 갈수록 기온 상승 속도가 빠르다. 다른 하나는 도시화로 인한 열섬 효과다. 100년 이상 된 관측소가 있는 지역들에서 그간 도시화가 엄청나게 이뤄졌다. 기온 상승의 약 20~30%는 그로 인한 열섬 효과 때문이라고 본다."

ㅡ기후 위기 관련 재난이 전 세계에서 빈발하고 있다. 그런데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지역·계층·국가와 재난 피해가 집중되는 지역·계층·국가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온실가스의 약 80%는 주요 20개국(G20)이 배출한다. 하지만 기후 위기 관련 재난 사망자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 나온다. 온실가스 다량 배출과 상관없는 태평양과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없어질 위험에 처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홍수가 발생하면 가난한 사람이 대개 가장 큰 피해를 본다. 폭염 피해의 전면에 노출되는 것도 쪽방촌 노인이나 건설, 택배 노동자처럼 땡볕에도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세상이 너무나 정의롭지 않다는 걸 말해준다. 불평등을 해소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기후 위기 대응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ㅡ이상 기후가 사라지길 바라면서도 화석 연료 위주 에너지 체계의 혜택은 계속 누리려 하는 이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오늘날 위기의 본질은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인류 문명이 지구의 물질적 유한성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의 법칙에서는 붕괴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화석 연료 위주 체계로 기후 위기를 극복하겠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명 전환이라는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면 화석 연료 기반 문명을 재생 에너지 기반 문명으로 바꿔야 한다.

이제까지 인류가 경험했던 모든 위험은 회복 가능한 위험이었다. 기후 위기는 다르다. 인류가 멸종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는 위기, 그게 바로 기후 위기다."

ㅡ화석 연료 위주 체계에 대한 집착이 한국 경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 중심인데 세계 시장에 RE100(2050년까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력을 100% 친환경 재생 에너지로 대체한다는 내용의 캠페인), 탄소국경조정제도 같은 진입 장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세계 시장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새 진입 장벽은 탄소 배출 감축, 재생 에너지 전환과 맞물려 있다. 그러나 한국은 너무나 준비를 안 하고 있다. 전력에서 재생 에너지 비중이 G20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이상훈 선임기자]

 

ㅡ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포함해 기후 위기에 대한 현 정부의 시각을 어떻게 보나.

"윤석열 정부는 재생 에너지 전환에 신경을 쓰지 않고 3년의 시간을 날렸다. 현 정부는 RE100처럼 당장 먹고사는 것과 관련된 현안 대응에는 관심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문명 전환 측면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재생 에너지 전환은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봐야 한다. 재생 에너지 전환에 성공하면 에너지 수입액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성과가 될 것이다.

그린피스가 미국 대학에 의뢰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이 2050년 탄소 중립에 도달할 경우 재생 에너지 분야 일자리 200만 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재생 에너지는 망이 분산되기 때문에 그 일자리가 전국에 퍼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런데 현 정부는 수도권 중심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재생 에너지를 많이 만드는 비수도권으로 전력을 많이 쓰는 산업을 보내 지역 소멸을 막는 게 아니라 재생 에너지를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끌어올 방안을 주로 고민하고 있다."

ㅡ기후 위기 체감도가 높아지면서 일회용품 적게 쓰기 같은 환경 문제와 관련한 일상 속 실천에 대한 시민 관심이 커졌다.

"아름다운 실천이지만 그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 현 문명의 기반 자체를 바꿔야 풀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는 이 시스템 전환에 관심이 별로 없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민이 연대해 정치가에게 압박을 가하고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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