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美연준 의장 후보 지명의 정치경제학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hongkyooncho@korea.ac.kr | 2026-01-26 13:47:22

美연방대법원과 공화당, 대통령 해임권 확대와 연준의장 수사에 우려
연준의장 후보 지명, 통화정책뿐 아니라 중앙은행제도 정당성 시험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법적·정치적 논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 권한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연방검찰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준 본부 건물 개보수 비용을 문제 삼아 형사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주 연방대법원 심리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보수 성향 대법관들조차 대통령의 해임권 행사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점이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뿌린 대로 거두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오늘의 대통령이 사용하는 수단은 차기 대통령에게 그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특정 케이스에 대한 판단을 넘어 향후 제도 전반에 확산될 수 있는 악순환에 대한 경계였다. 파월 의장은 연준 본부 건물 개보수 비용에 대한 의회 증언과 관련하여 법무부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법무부의 조치는 구실에 불과하다고 반박하며 형사 기소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공익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금리를 결정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말했다.

 

▲ 챗GPT 생성

 

사태의 심각성은 의회 반응에서도 드러난다. 공화당 상원의원들 사이에서조차 파월 의장 수사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연준의 독립성을 공개적으로 옹호한 장면은 이 사안이 더 이상 진보·보수나 정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중앙은행을 둘러싼 법·정치적 공방은 이제 미국 헌정 질서에서 독립기관의 위상과 한계를 시험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연방대법원과 의회 내 보수 진영마저 대통령의 해임권 확대와 연준 의장 수사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연준 의장 후보 지명 이슈는 한층 더 무거워진다.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지명을 수락하게 되는 후보자는 통화정책 능력만으로 평가받지 않을 것이다. 정책 전문성에 더하여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태도, 정치적 압력에 맞설 수 있는 의지까지 동시에 시험받게 된다. 시장은 그 신호를 즉각적으로 읽어낼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번에 지명되는 연준 의장은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중앙은행 제도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시험대에 서게 된다.

연방대법원이 쿡 연준 이사 사건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든 이미 중요한 메시지는 발신되었다. 무리한 해임 시도는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높은 저항에 직면한다는 점이다. 이는 트럼프라는 특정 대통령을 겨냥하는 차원을 넘어 다음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권력자에게 적용되는 신호다.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공화당 톰 틸리스 의원이 '연준 의장 수사 문제가 완전하게 해결될 때까지 후임자 인준을 반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정당 정체성의 약화라기보다 중앙은행 독립성이 갖는 제도적 가치를 존중하려는 비정파적 인식의 표출로 읽힌다.

이 때문에 연준 의장 후보 지명은 누가 선택받는가보다 어떤 선택이 가능한가의 문제가 더 중요해졌다.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의 해임권 행사에 제동을 걸고 동시에 행정부가 현직 연준 의장을 형사 수사 대상으로 삼은 상황에서 후임 지명은 더 이상 인물 선택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지명 자체가 제도의 경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드러내는 시험대가 되었다. 연준 의장 후보자의 이름보다 지명이 이루어지는 조건이 핵심 변수가 된 것이다.

현직 연준 의장이 법적 압박을 받는 국면에서 후임 지명이 논의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강한 신호를 보낸다. 정치적으로 가장 쉬운 선택지는 분명하다. 행정부와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독립성 논쟁을 회피하며 조용히 일하겠다고 약속하는 이른바 순응형 후보자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역사에서 이런 선택이 남긴 결과는 대체로 명확했다. 연준 의장이 정치적 압력에 순응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는 순간 시장은 이를 선제적으로 가격에 반영하게 된다. 순응형 후보는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소음을 줄일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정책의 신뢰성과 효과성을 훼손한다. 시장은 누가 오느냐보다 어떤 조건에서 오느냐를 반영하게 되며 만약 순응형 후보가 지명된 것으로 인식될 경우 중기적 금리·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키울 우려가 있다.

이번 사안에서 또 하나 주목할 요소는 상원의 태도 변화다. 공화당 의원들마저 연준 의장 수사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인준을 유보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은 이례적이다. 이는 행정부를 견제하려는 정파적 시도가 아니라 연준이라는 중앙은행 제도 자체를 방어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 인준 거부는 정치적 공격이 아니라 이 조건에서는 어떤 후보도 충분한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는 제도적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연준 의장 지명의 정치경제학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대통령은 누구를 지명할 것인가의 문제보다 지명이 가능한 환경을 먼저 복원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지금 중요한 관심사는 연준 의장 후보 자체 못지않게 그 지명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의 회복이다. 사법을 통한 압박, 해임권 확대 시도, 정치적 메시지가 혼재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인사는 어떤 인물에게도 부담이 된다. 연준 의장 지명은 권력의 특권이 아니라 제도에 대한 신뢰를 위임받는 행위다. 그 신뢰를 훼손한 뒤 인물을 선정하는 것은 문제를 구조화하는 선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시장은 이름보다 조건을 가격에 반영한다. 지금 시장이 묻고 있는 질문은 누가 오느냐가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오느냐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명되는 인물의 이름이 아니라 지명이 이루어지는 방식 그 자체에 담겨 있다. 연준 의장 후보 지명은 불확실성을 끝내는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불확실성이 허용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선택이다. 중앙은행 독립성에 관한 정치·제도적 조건의 이슈가 되고 있다. 연준 의장 후보 지명의 정치경제학에 더욱 주목하게 되는 시점이다. 

 

▲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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