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기술 사업화'에 올인하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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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kpinews.kr | 2024-12-26 13:39:42

'기술 사업화'가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화두가 됐다. 포문은 유상임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먼저 열었다. 유 장관은 지난 달 기자회견에서 "연구개발(R&D)의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지는 '범정부 기술 사업화 지원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기술 사업화)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장관직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달 19일 부처 간의 기술 사업화 업무 조율에 초점을 둔 연구 성과 확산 촉진과를 장관 직속 조직으로 신설했다. 

 

▲ 과학기술 관련 이미지 [픽사베이]

 

이를 곧바로 받아 23개 정부 출연 과학기술연구소를 통괄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새 리더로 취임한 김영식 이사장도 "R&D 완결성을 추구하는 출연 연구기관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최근 '돌발 계엄'으로 기능 정지 상태에 들어가긴 했지만 용산 대통령실도 거들었다. 박상욱 과학기술 수석은 11월 말 브리핑에서 "내년 중에 기술 사업화를 위한 전문회사를 출범시키겠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 등 여러 부처로 나눠져 있는 기술사업화 지원 정책을 관계부처 협의체로 조율하고 대통령실에서 직접 챙길 것"이라고 지원 사격을 했다. 

 

모처럼 위에서 아래까지 랩(연구실) 연구 성과의 산업 연계 지원 정책에서 의견일치를 본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창업 기업이 올 10월 치매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 수출로 약 5000억 원을 벌어들인 사례처럼 이공계 박사님들의 실험실 연구가 기술 사업화 대박으로 연결되는 성공담을 확산시킨다는 목표이다.   

 

기술 사업화란 큰 화두에 이처럼 일사분란하게 정부가 올인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경제 엔진이 식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밸류 업' 용어가 올 하반기부터 유행 중인 주식시장에서는 우리나라 대표주자였던 삼성전자 등 간판스타 기업들의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정치 디스카운트가 포함돼 있지만 한국 기업의 경쟁력 위기 현상은 뿌리 깊은 곳에서 훨씬 전부터 나타났다. 60년대 경공업을 거쳐 70~80년대 중화학공업, 90년대 이후 통신 등 첨단 산업으로 성장해온 제조업에서 중국의 추월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알리, 테무로 대표되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벌써 국내 소비자 시장을 상당부분 잠식했다. 화학제품의 원가 경쟁에서 밀려 롯데케미칼이 코너로 몰리자 그룹의 '얼굴'인 잠실 롯데타워 매각설까지 나돌았다. 중국 스마트폰과 자동차도 인해전술 물량 공세와 인공지능(AI) 및 전기 동력화에 발 빠르게 적응해 우리 첨단기업들을 위협한다. 

 

여기에 트럼프 2.0의 보호무역 체제로 전환 중인 미국은 높은 관세와 자국 상품 우대로 벽을 쌓는 중이다. 게다가 대중 견제 정책으로 반도체 등 첨단 제품과 기술의 중국 수출을 막기 시작했다. 양자, 인공지능, 우주항공, 바이오 등 미래 패권 기술에 대한 투자도 대대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국은 두 강대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다. 그뿐인가. 반도체의 강력한 경쟁자인 대만과 '잃어버린 30년'으로 가라앉던 일본도 치고 나오고 있다. 일본 혼다와 닛산 자동차가 내년 상반기 중 합병에 성공하면 세계 3위의 자동차 회사로 떠오른다. 

       

과기부가 앞장서는 기술 사업화 앞에 놓인 도전은 만만치 않다. 우선 기초 과학 외에 응용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 전략적 기술에 집중해 '코리아 슈프리머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여러 기관들이 이미 선정해놓은 전략 기술이 사업으로 꽃피울 생태계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규제 개선과 금융·수출 지원 제도 역시 다시 들여다보자. NST 산하 정부 출연연들은 그동안 20조 원 넘는 연구비를 쓰면서도 '파이오니어 기술'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 1월 공공기관 지정 유보로 자율성에 날개를 달아준 만큼 더 이상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국민경제 기여 연구'로 보답해야 한다. 

 

과학기술은 이제 미래 경쟁력을 위한 기초투자만이 아니다. 국가 간 안보와 산업 경쟁의 핵심이다. 팔란티어 등 미국 인공지능 군수업체의 시가총액이 벌써 록히드마틴 등 전통적인 방산기업을 넘어설 만큼 현실로 다가왔다. 미국과 유럽, 중국이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첨단기술 법률은 모두 자국의 산업을 지키고 수출에 날개를 달아주려는 제도적인 무역진흥책이다. 과학기술 입국(立國)이 1960년대 구호였다면 과학기술 강국은 2025년의 다짐이 되어야 한다. 

 

▲ 노성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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