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지원 "북한, 손전화 600만대 장마당 800개…정보가 흐른다"

임혜련

| 2018-10-04 15:40:13

"북한, 개혁·개방 이뤄지고 있다…경제계 인사에 최고로 잘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남북교류의 길을 열고 닦아온 평화의 개척자이다. 

 

박 의원은 2000년 3~4월 문화체육부장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비밀특사로 북측 인사를 만나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냈다. '6.15의 주역'인 박 의원은 그 이후 8.15 언론사 사장단 방북 등 여러 차례 남북을 오가며 화해협력과 교류의 기반을 다져왔다. 
 

▲ 1일 UPI 뉴스 사무실을 찾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있다. [김당 기자]


10년의 암흑기를 거쳐서 남북 관계에 평화의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올해, 박 의원은 다시 한 번 평화의 전도사로 나섰다. 박 의원은 지난 4.27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원로자문단의 자격으로 현역 의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만찬에 참여한 데 이어 지난달 18∼20일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도 조연(특별수행원)으로 참여했다. 

 

남북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면 주·조연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지난 1일 UPI뉴스 사무실을 찾은 박 의원으로부터 방북 후일담을 들어보았다.


"북한의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있다. 남북 교류의 개척자로서 소감이 어떤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트럼프 대통령이란 좋은 파트너를 만나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굉장히 기쁘고 좋다. 그래서 나는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 

 

▲ 평양정상회담 이후 박지원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박지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박 의원은 남북회담의 성과를 가장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의원 중 한 명이다. 그것도 여야를 통틀어서이다. 박 의원은 평양 정상회담에 다녀온 뒤 언론과의 인터뷰를 20여 차례 진행하며 북한의 변화를 국민에게 주기적으로 알리고 있다. 

 

박 의원은 특히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경험을 살려 청와대 참모들에게 직접 코치를 해주었다. "회담이 끝난 후 첫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메시지 선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의원 스스로도 직접 메시지를 선점해 홍보했다. 그는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후 돌아가는 차 안에서 SNS에 '이번 평양 정상회담은 대성공이다. 미국을 움직였다'는 글을 올렸고 (이 글이 기사로) 그대로 다 나갔다"고 말했다. 

 

▲ 지난달 18일 오후 평양 중구역 만수대의사당에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왼쪽부터),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면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앞으로도 북한을 계속 방문하실 계획인가.
"기회가 있다면 얼마든지 가겠다. 이번에 평양을 18년 만에 갔다. 나는 평양의 구석구석을 둘러본 사람인데 북한의 개혁·개방, 평양의 발전상과 희망을 보고 감격스러웠고 오히려 북한이 더 자본주의, 더 시장경제를 추구하고 있다고 느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사회주의 노선인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경쟁, 성과, 영재교육 이런 것을 강조한다. 엄청난 장족의 발전을 했는데 이것은 개혁 경제의 산물이기도 하고 또 국가 발전의 한 과정이라고도 봐야겠다. 박정희 개발독재가 오늘의 서울을 가져왔듯 그러한 계획경제가 북한에 도달했지만 우리도 그 경지를 지나면 많은 사회적 갈등이 오지 않나. 그때까지는 북한이 장족의 발전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저는 그렇게 본다."

"우리나라 군사력, 북한보다 나쁘지 않다"

- 남한은 북한에 비해 훨씬 많은 비용을 국방예산에 지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보수 단체에선 우리의 군사력이 북한에 밀린다고 분석한다.

"(군사력에서) 북한에 밀리는 것 없다. 우리가 이긴다. 보수들의 말은 구실이다. 오히려 보수 정권인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국방비를 삭감했고 진보개혁 정권인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에서는 국방비를 증액했다. 보수정권에서 방산비리 같은 게 터지고, 그런 짓을 하니 약해 보이지 우리가 더 강하다. 단, 북한은 핵 보유 때문에 강하다고 하지만 재래식 무기나 모든 게 우리가 더 강하다."

박지원 의원은 법사위 터줏대감이자 정보통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직업이 원내대표'라고 할 만큼 원내대표를 여러 번 지내 당연직 정보위원으로서 정보위에서도 맹활약했다.


- 그런데 2016년에 북핵 실험으로 지진이 났을 때 국방부가 아닌 기상청이 먼저 핵 실험으로 인한 인위적인 지진임을 알아차린 바 있다.
"국정원도 1조원의 예산을 쓰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로 부상하기 전까지 사진 하나 못구했을 정도다. 알다시피 세계 정보시장은 미국이 장악하고 있고 북한 정보시장은 국정원이 장악하고 있다. 과거 정부의 발표대로 하면 북한은 어제 망했던지 오늘 망하던지 최소한 내일까지는 망해야 한다. 그런데 멀쩡하지 않나? 정보가 틀린 거다. 그 틀린 것을 왜 국민한테 핑계 대냐. 그리고 틀린 자들이 정보시장을 장악해 정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북풍을 일으키는 게 나쁜 것이다."

"북한 인구 4분의 1 핸드폰 사용…부모들 '뼛골이 녹아'"

박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해 직접 보고 느낀 방북 후일담을 이렇게 전했다. 박 의원은 평양이 18년 전에 비해 어떻게 변하고 발전했는지를 설명하며 "북한에서 개혁·개방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3차 남북정상회담 첫날인 18일 오후 평양 시내에서 주민들이 대중교통을 기다리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여성들이 유니폼을 입고 하이힐을 많이 신고 다닌다. 18년 전과 비교했을 때 화장도 짙어졌다. 손전화(핸드폰)도 600만 대 유통되고 있다. 공식적으론 580만대가 사용되고 있다. 인구의 4분의 1이 사용하는 것이다. 장마당도 800개 이상이다. 북한 사회에 정보가 흐르는 것이다. 손전화 비용은 100달러인데 돈을 달러로 받는다. 자기들 돈보다 달러가 더 가치 있다. 손전화기가 평양 노동자가 받는 임금의 1/3 수준이다. 그래서 평양에서도 부모가 (손전화 사주느라) '뼛골이 녹는다'고 말한다."

박 의원은 "북한에서는 대학에 합격하면 군대에 가지 않는다"며 북한의 교육 방향이 엘리트 교육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박 의원은 "특이한 것은 북한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교육을 한다. 그러면 중국어는 어떻게 하나 했더니 대학에서 선택으로 한다"고 말하며 "(북한은) 영어를 중시한다. 세계화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북한조선중앙TV가 방송한 평양 여명거리의 준공식 모습 [조선중앙TV 화면 캡쳐]

박 의원은 "18년 전에 가봤을 때 북한은 이미 도시재생사업을 하고 있었다"며 평양의 발전된 모습을 언급했다. 북한이 평양에 조성한 신도시인 여명거리에 대해선 "과학자나 교수가 사는 좋은 아파트가 있다"며 "총장이나 학장이 좋은 아파트에 사는 게 아니라 젊은 학자들이, 해외 학술지나 과학기술 잡지에 논문을 많이 게재한 이들이 산다"고 덧붙였다.

"북측, 남측 경제계 인사에게 최고로 잘해줘"

이번 평양정상회담에는 국내 경제계 인사가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함께 방북했다. 경제계 특별수행원 명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이재웅 쏘카 대표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방북 후 리룡남 북한 내각 부총리와 만나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18일 리용남 내각 부총리가 북한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박 의원은 경제계 특별수행원에 대해 "(북한에서) 이 전 부회장을 부통령 취급했다. 김용환, 최태원, 구광모 그리고 경제상공회의소 회장, 경총의장에게 최고로 잘했다"고 후일담을 밝혔다. 경제 발전에 대한 북한의 강한 열망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북한이 앞으로 북미-북일 수교가 이뤄질 경우, 경제 발전을 추진하며 챙길 수 있는 전쟁 보상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2000년 6.15 회담 두 달 뒤에 언론사 사장단과 함께 갔었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두 가지를 말하더라. 첫째가 미국과 관계 개선해서 체제를 보장 받으라는 것이고, 둘째는 일본과 관계 개선해서 경제를 발전시키라는 것이었다. 

북한에 대일청구권자금, 소위 전쟁보상비를 일본에서 제공한다고 했다. 그래서 김 위원장에게 이렇게 많이 받냐고 물으니 고이즈미 총리가 70억 달러까지 준다고 했는데 100억 달러에서 한푼도 못깎아준다고 했다더라. 18년 전 100억 달러면 엄청 큰돈이다. 그래서 남쪽의 기술력과 북의 노동력, 그리고 그 돈으로 농업 개선, 철도항만, 통신 인프라 하자고 했는데 지금은 (보상비가) 200억 달러로 올랐다."

 

박 의원은 경제 협력으로 인한 퍼주기 논란과 관련해 군사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가 100 가지를 합의해도 북한과 미국의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 정부가 노력해도 안 된다. 지금 판문점선언 비준동의 요청하며 4000억 원의 부수 법안을 내놓으니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퍼주기 프레임'을 내놓는다. 서민은 어려운데 김대중과 노무현 때처럼 또 퍼주느냐고. 그런데 그게 아니란 것을 대통령이 한 번 설명해야 한다. 

돈 안 들이고 유엔의 대북제재 빠져나가는 것이 남북 군사협력이다. 이건 군축으로 이어진다. 남북한이 각각 휴전선에서 지금보다 더 물러나면 평화가 오는 것 아닌가. 돈 안 드는, 퍼주기 안 하는 방안으로는 군사평화협력이 최고다. 그래서 내가 청와대에 미리 건의도 했었다."

 

박지원 의원은 뼛속까지 평화주의자였다.

 

KPI뉴스 / 임혜련 기자 ihr@kpinews.kr​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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