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안돼"
김이현
| 2018-11-01 11:55:27
"집총거부 형사처벌은 양심의 자유에 과도한 제한"
대법원이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기피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판례를 변경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2004년 전원합의체에서 병역기피의 정당한 사유로 '양심'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이후 이를 유지해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모(34)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9(무죄) 대 4(유죄) 의견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국가가 개인에게 양심에 반하는 의무 이행을 강제하고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가하는 것은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감수하지 않는 이상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거나 자신의 인격적 존재 가치를 파탄시켜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병역의무 불이행에 따른 어떤 제재도 감수하겠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집총과 군사 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위협이 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명백한 규범적, 현실적 변화가 없음에도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김소영·이기택 대법관은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해결해야 할 국가 정책의 문제"라며 "이 사건은 헌재 결정으로 사실상 위헌성을 띠게 된 현행 병역법을 적용해 서둘러 판단할 것이 아니라 대체복무제에 대한 국회입법을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다"며 다수의견을 반박했다.
조희대·박상옥 대법관도 "(다수의견) 심사판단 기준으로 고집하면 여호와 증인 신도와 같은 특정 종교에 특혜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양심 자유의 한계를 벗어나고 정교분리 원칙에도 위배돼 중대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오씨는 지난 2013년 7월에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금까지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법원은 병역법 시행령상 병역 면제가 되는 최소 실형인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는 정형화된 판단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2004년부터 하급심에서 무죄 선고가 나오면서 대법원의 판단을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잇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28일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도록 했다.
이번 판결로 향후 대법원과 하급심에서 진행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들에 대해 무죄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기준 대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사건은 현재 227건이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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