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사흘만에 20만? 우린 한달만에 겨우…"
오다인
| 2018-09-10 14:50:23
'웹하드 카르텔 특별수사팀' 청원은 한달 만에 20만
SNS 등에 "한국 남성들이 순식간에 대동단결" 비판도
성추행범으로 구속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국민청원이 나흘 만에 24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 청원은 등록된 지 사흘 만인 9일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하는 최소 동의자 수 20만명을 가뿐히 넘어섰다.
그러나 SNS 등에서는 여성이 피해자인 청원에 대한 동의는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어 이 또한 남성중심주의 문화가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한 청원자는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 글을 올렸다. 당초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등록됐다가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됐다.
이 청원에는 10일 오후 2시45분 현재 24만8475명이 동의했다.
청원자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남편이 식당에서 여성에 대한 성추행 혐의로 징역 6개월을 받고 법정구속된 데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여자가 본인은 무조건 당했다고 해버리니 더 이상 저희 신랑 말은 들어주질 않았다"면서 "진짜 엉덩이를 만졌다고 쳐도 징역 6개월이 말이 되나"고 말했다.
또한 "요즘 미투니 뭐니 해서 성적인 문제 아주 조심스럽고 심각한 일인 거 잘 안다"며 "저도 같은 여자지만 정말 사람 하나 성추행범 만드는 거 일도 아니"라고 부연했다. "성적인 문제에 남자가 너무도 불리하게 돼 있는 우리나라 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이 청원에는 "한 사람을 범법자로 만들려거든 명확한 증거를 게시하라", "무고죄 50만배는 강화해야 된다", "가진 거 없는 남자들이 살기에 너무 어려워졌다", "남성에 대한 여성의 폭력이자 법 위에 있는 판사의 폭력이다" 등의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남성 성추행 혐의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청원에는 뜨거운 호응이 몰리는 반면, 같은 날 등록된 여성 성추행 피해에 대한 청원들은 큰 주목을 받고 있지 않다. '인권/성평등'이라는 카테고리는 같지만 피해자가 남성일 때와 여성일 때 온도차가 확연히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위력에 의한 성추행을 저지른 전 철도경찰대장의 복직을 국토부는 철회하라!'는 제목의 청원은 6일부터 181명의 동의를 얻는 데 그쳤다. 이 청원은 2015년 여직원들을 성추행한 A씨의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 복직을 반대하고 있다.
'성범죄 공소시효를 없애달라'는 청원 역시 6일 시작됐지만 고작 9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몰카와 도촬한 사진이 있는 사이트를 처벌하고 성범죄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은 지난 8월19일 시작됐지만 동의자는 13명에 불과하다.
지난 3일 올라온 성추행 피해 호소글 역시 아직까지 10명의 동의를 얻는 데 그쳤다. 자신을 피해자의 친구라고 밝힌 청원자는 '간호사인데 성추행을 당했고 병원에서 아직도 그 사람과 마주쳐야 한다'면서 피해를 호소했다.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B씨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웹하드 카르텔 특별수사팀 청원할 때 한 달 만에 겨우 20만을 넘었는데 '보배드림'에 올라온 글 하나에 한국 남성들이 순식간에 대동단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틀만에 청원 20만 넘기고, 사실확인 없이 피해자 비난에 범죄자 옹호에 난리가 났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보배드림' 성추행 피해자 일행 중 한 명이자 피해자의 오랜 친구라고 밝힌 C씨는 8일 오후 네이트 '판'을 통해 "피의자 아내가 고의든 아니든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피해자를 꽃뱀으로 매도당하게 했다"는 글을 올렸다.
C씨는 "판결 후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한쪽 입장만 담긴 글이 떠돌아 이미 상처받은 피해자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주고 있다"며 "추측성 댓글이나 남녀 편가르기 같은 여론몰이는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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