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계란말이 만찬' 역효과…중소언론 소외만 심화시켰다
서창완
seogiza@kpinews.kr | 2024-11-04 12:06:34
갑자기 4억2500만 원 투입해 대형 언론사 해외연수 늘린 언론진흥재단
중소언론사 다수 포함 기획취재 지원 사업은 예산 부족으로 대폭 축소
"언론인의 해외 연수 기회를 늘리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이 취지와 달리 중소 언론사를 소외시키는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정된 예산이 대형 언론사의 해외연수 지원에 쓰이면서 중소 언론사의 기획취재 지원이 대폭 줄게 됐다는 시각이다.
4일 KPI뉴스 취재 결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올해 기획취재 지원 사업 3차 모집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3년간 3회차에 걸쳐 운영됐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2회차에 그쳤다.
이 사업은 신문진흥법 제35조에 따라 언론사가 제출한 취재 계획을 선별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주간지 인터넷 신문 등 중·소형 언론사가 다양하게 포함돼 언론 생태계 다양성에 기여해 왔다. 실제 그간 지원 현황을 보면 거의 절반(49%)이 네이버 콘텐츠제휴(CP)가 안 된 중소언론이다.
언론진흥재단은 사업 축소 이유로 '예산 부족'을 들었다. 하지만 언론진흥재단의 올해 사업비(1009억 원)가 작년보다 6.7%(64억 원)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크지 않다. 한 회차당 20~30개 언론사에 2000만 원 남짓한 비용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4~5억 원 정도다.
업계에서는 기획취재 지원 사업 축소가 지난 5월 대통령실의 언론인 만찬 행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당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에게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직접 만들어 대접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기자 여러분의 연수 기회를 좀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후 6월, 언론진흥재단은 느닷없이 '장기 해외 연수 추가 공모'를 시작했다.
언론진흥재단이 갑자기 해외 연수 인원을 늘린 근거는 희박하다. 언론진흥재단이 추가 공모를 발표하면서 내놓은 자료에는 '코로나19로 해외 특파원이 축소돼 글로벌 취재 역량 부족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적혀 있지만, 실상 2022~2023년 국내 언론사의 해외 주재 특파원 수는 평균 183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2018~2019년, 평균 148명)보다 훨씬 많다.
당초 계획에 없었던 해외 장기연수 지원에는 약 4억25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공교롭게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취소된 기획취재 3차 사업 재원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언론진흥재단이 대통령 발언에 급히 코드를 맞추느라 기존 프로그램을 줄이는 '조삼모사' 행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는 대목이다.
언론진흥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이다. 문체부 장관이 이사장을 임명하고, 비상임이사를 승인한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독립성이 깨지기 쉬운 구조여서 그간 정파성 논란이 심심찮게 불거져 왔던 곳이다.
언론계 전문가들도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라고 지적한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언론진흥재단 사업이 예측 가능하지 않게 변경되는 것이 문제"라면서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고, 대통령 발언이나 기타 외부 요인에 의해 영향받는 것으로 비친다면 곤란하다"고 평가했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언론진흥재단은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고, 그게 안 되면 적어도 중립성이라도 유지해야 한다"며 "정부의 손발처럼 움직여버리면 국가가 언론에 개입하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 지원이 줄면서 애꿎은 중소 언론 소외만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관행적으로 해외 장기 연수는 소위 '10대 종합일간지'나 지상파 방송사 같은 대형 언론사의 전유물처럼 운영되기 때문이다. 2021년 이후 이뤄진 22건의 지원 가운데 네이버 콘텐츠제휴가 돼 있지 않은 언론사는 1곳뿐이다. 이마저도 지상파 방송사인 OBS여서 중소형 언론사로 보기 어렵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외국 대학 강의를 듣는 데 불과한 장기 연수와 달리 기획취재 지원 사업은 언론인들이 실제로 글로벌 취재 역량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필요하다면 예산을 더 확보할 일이지 다른 프로그램을 없애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해외장기 연수 지원사업은 법인회계(정부지원예산), 기획취재 지원사업은 언론진흥기금에서 나가기 때문에 서로 다르다"며 "지난 6월 공모한 해외장기 연수 지원의 예산 집행 시기는 내년이므로 돌연 추가 모집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KPI뉴스 / 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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