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캐슬이 남긴 것…'SKY캐슬' 결방 아쉬움 달래기
홍종선
| 2019-01-25 14:01:34
26일 19회, 2월 1일 마지막 방송으로 대단원
시청률 성적표부터 배우들, 패션, 사회적 의미 돌아보기
그야말로 '신드롬'이다. 예능프로그램부터 유튜브까지 패러디가 넘치고 방송 직후엔 어김없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장악하며 무섭게 인기몰이 중인 JTBC 드라마 'SKY캐슬'이 종영까지 단 2회를 남겨 두고 있다. 뜨겁고 또 뜨거웠던 'SKY캐슬'이 남긴 여운을 되짚어본다.
'리턴' '미스터 션샤인' 뛰어넘는 'SKY캐슬' 시청률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SKY캐슬'(이하 '스카이캐슬') 첫 방송은 시청률 1.7%(전국기준, 이하 동일)로 시작했다. 2회 4.4%, 3회 5.2%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더니 12회 12.3%, 13회 13.3%, 14회 15.8%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계속 갈아치웠다. 특히 '대본 유출 사고'를 겪었던 17회 방송은 시청률 20%, 18회는 23%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스카이캐슬 신드롬'을 실감케 했다.
이 시청률은 지난해 지상파 포함 전체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리턴'(최고시청률 19.6%, 평균시청률 14.96%), 2위 '미스터 션샤인'(최고 18.1%, 평균 14%)을 뛰어넘는 수치. 2014년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를 휩쓴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최고 시청률 28.1%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스카이캐슬'의 시청률이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종영까지 남은 2회 분에서 '스카이캐슬'이 다시 한 번 비지상파 최고시청률을 경신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염정아부터 김정난까지…연기파 배우들의 재발견
유럽의 궁을 연상시키는 숲속의 스카이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극은 '명품 배우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11월23일 첫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이렇게 잘 해낼 줄은 몰랐다"며 염정아, 김서형, 오나라, 윤세아, 이태란 등 배우들의 연기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먼저 '스카이캐슬 퀸' 한서진 역의 염정아는 까탈스럽고 신경질적이며 딸과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불구덩이에도 뛰어드는 모습으로 매 회마다 '인생 연기'를 선보였다.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 역의 김서형은 대체 불가능한 연기력과 카리스마로 긴장감을 이끌며 '스카이캐슬' 전개에 관한 궁금증을 유발했다.
박사과정을 수료한 전업주부 노승혜 역의 윤세아는 가부장적 남편(김병철 분)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변화를 겪는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 시청자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 진진희 역을 맡은 오나라는 다소 무거운 드라마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풀어 주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때로는 코믹한, 때로는 속 시원한 한마디로 시청자의 호감을 사고 있기도 하다.
타인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깊은 동화작가 이수임 역을 맡은 이태란은 드라마 말미 아들 우주(찬희 분)에 대한 진한 모성애를 드러내며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애쓰던 수임이 아들을 위해 서진 앞에 무릎 꿇고 눈물을 쏟는 장면은 시청자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캐슬 퀸'들 외에도 한서진의 남편 강준상 역의 정준호와 노승혜의 남편 차민혁 역의 김병철, 이수임의 남편 황치영 역의 최원영, 진진희 남편 우양우 역의 조재윤의 활약 또한 대단했다. 특히 김병철이 드라마 첫 회부터 현재까지 변함없이 힘있는 연기를 보여 주고 있다면, 정준호는 드라마 말미 데뷔 25년차 연기 내공을 발산 중이다. 이기적이고 안하무인인 '금수저'에서 옛 애인(이연수 분)과 딸 혜나(김보라 분)의 죽음으로 깨달음을 얻는 모습을 진정성 있게 표현, 시청자로부터 "재발견"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지난 18회 방송에서 정준호는 성공을 위해 죽어가는 혜나를 모른 체 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태어나 처음으로 어머니(정애리 분)에게 반기를 드는 모습으로 시청자를 울렸다.
"지금까지 어디 있었어?" 혜성같이 등장한 청년 배우들
청년 배우들 역시 성인 배우 못지않은 탄탄한 연기를 선보이는 중.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 배우들의 활약에 시청자들은 애정 어린 관심을 보내고 있다.
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과 '소능력자',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 출연했던 김혜윤은 이번 작품에서 한서진과 강준상의 큰 딸인 강예서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서울대 의대를 목표로 하는 우등생으로 방송 초반 아버지를 똑 닮은 안하무인 성격으로 시청자의 '짜증'을 유발했던 그는 이수임 아들 우주(찬희 분)를 짝사랑하며 소녀 감성을 연기해야 했는데, 설득력 있는 변화로 눈길을 끌었다. 라이벌이자 이복자매인 혜나(김보라 분)에 대한 분노, 그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우주에 대한 연정까지 폭넓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스카이캐슬'을 뒤흔든 김혜나 역의 김보라도 당찬 연기로 시청자에게 인기를 얻었다. 2004년 드라마 '웨딩'으로 데뷔해 올해 데뷔 15년차인 그는 단단한 연기 내공으로 혜나의 심리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어머니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부잣집 사모님들과 기싸움을 벌이고 자신의 아버지가 예서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 복수하기 위해 이를 가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기도.
이수임과 황치영의 아들이자 예서, 혜나와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는 황우주 역은 그룹 SF9의 멤버이자 배우인 찬희가 맡았다. 앞서 2011년 '내 마음이 들리니'로 아역 데뷔한 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여왕의 교실', '시그널' 등에서 내공을 다진 찬희는 이번 작품에서 안정적 연기력으로 격변한 우주의 상황과 심리를 호소력 있게 표현 중이다.
'스카이캐슬' 주민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하버드대 학생'에서 '사기꾼'으로 한순간에 추락한 세리는 배우 박유나가 맡았다. 드라마 후반에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노승혜와 차민혁의 첫째 딸로 동생들을 위해 가부장적 아버지에게 속 시원한 일침을 날려 시청자들 사이에서 '사이다'로 불린다. 지난 2015년 드라마 '발칙하게 고고'로 데뷔해 '비밀의 숲' '더 패키지',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려왔다.
세리의 쌍둥이 동생 서준 기준 역의 김동희, 조병규의 인기도 심상치 않다. '스카이캐슬'의 비주얼을 맡은 두 배우는 각기 다른 성격의 성격을 가진 쌍둥이를 연기하며 여성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서준 역의 김동희는 웹드라마 '에이틴'으로 데뷔, 이제 막 이름을 알리는 중. 온순한 성격으로 강압적 교육관을 가진 아버지에게 소심하게 반항하는 '순둥이' 서준을 표현하고 있다. 드라마 '후아유-학교2015'로 데뷔해 '라이더스: 내일을 잡아라' '뷰티풀 마인드' '란제리 소녀시대' '돈꽃' 등에 출연했던 기준 역의 조병규는 반항기 넘치는 쌍둥이 동생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해 인기를 얻고 있다.
'염드리 헵번'부터 '윤세아 패딩'까지…시청자 사로잡은 '스카이캐슬' 패션
'스카이캐슬'의 인기는 패션계까지 뒤흔들었다. '명문가 사모님들'의 고급스럽고 우아한 패션은 드라마를 본 여성 시청자의 쇼핑 욕구를 자극했다. 방영 직후마다 '스카이캐슬 퀸'들의 블라우스며 패딩점퍼, 원피스와 재킷, 귀걸이와 립스틱 등 패션 아이템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건 기본. 품절 대란까지 일으키며 드라마의 뜨거운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특히 스카이캐슬 내에서도 선망의 대상인 한서진의 패션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염드리 헵번'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로 인기다. 마치 미국 배우 오드리 헵번을 연상하게 만드는 기품 있는 패션은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해 관심이 뜨겁다. 염정아는 트위드 소재의 투피스나 재킷, 컬러풀한 블라우스에 와이드 팬츠에 롱스커트를 매치하기도 하고, 의상에 따라 화려한 핸드백이나 액세서리를 강조하며 한서진 캐릭터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염정아 패션의 일부인 '숏커트' 역시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적이면서도 모던한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한서진 캐릭터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극중 '로열패밀리형 엄마'라는 설정을 가진 노승혜 역의 윤세아도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링으로 매회 '품절 대란'을 이끌어왔다. 가장 인기를 끌었던 건 윤세아의 패딩점퍼다. 딸 세리가 하버드대 학생이라고 속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노승혜가 딸을 찾아 이태원을 헤매는 장면에서 입은 패딩점퍼는 다음 날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화려한 퍼가 돋보이는 패딩점퍼는 '윤세아 패딩'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무한경쟁 입시지옥'이 만든 교육시스템에 문제제기
'스카이캐슬'은 경쟁과열이 낳은 한국 교육시스템을 꼬집고 문제의식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유명 고등학교의 시험지 유출이 뉴스에 오르고, 수시 입시를 통해 공교육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사교육이 번성하고, 서울 강남에서는 실재로 김주영과 같은 입시 코디네이터가 실재한다는 소문이 돌고, 1등만을 기억하고 명문대를 지향하며 나 말고는 다 적일 뿐인 입시지옥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의 풍경이 고스란히 안방으로 옮겨진 것.
의사와 교수 등 이른바 '지성인' 집단으로 구성된 스카이캐슬이지만 문제의식은커녕 입시 경쟁에 불을 붙이는 지성인들의 모습은 때로 우습고 때론 오싹하게 그려지며 시청자를 드라마에 몰입하도록 했다.
앞서 유현미 작가는 "이 드라마로 한 가정이라도 살렸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극본을 쓴 각오를 밝혔던 바. 사교육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입시 코디네이터'를 앞세워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을 꼬집고 사교육의 병폐를 그대로 반영해 씁쓸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간략하게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남긴 것들을 돌아봤다. 대한민국과 카타르의 아시안컵 8강 경기 중계로 '스카이캐슬' 결방이 결정되자 대한축구협회는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게 사과할 일인가의 판단은 차치하고 드라마의 인기를 방증하는 해프닝임에는 틀림없다. 결방에 화내기보다 지나간 18회를 차분히 돌아보며 내일 방영될 19회,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회가 방영될 2월1일을 차분히 기다려 보는 건 어떨까.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사진=JTBC '스카이캐슬'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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