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실화 및 환풍기 본체 발화 가능성은 낮아
KT, 자체 메뉴얼 따라 골든타임 놓치고 119 신고
지난해 11월 통신 대란 및 80억 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일으킨 KT 아현지사 화재가 환풍기 제어반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권은희 의원실이 서울소방재난본부(이하 소방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시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인입통신구 화재보고서'에 따르면, 소방본부는 환풍기를 작동시키는 제어반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 KT 아현지사 화재현장에서 진행된 2차 합동감식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관계자들 뒤로 불에 타버린 전선이 보이고 있다. [정병혁 기자] 소방본부는 아현지사의 보안 시스템과 통신구의 구조 등을 봤을 때 외부인에 의한 방화, 담배꽁초나 인화성 가스 등의 유입에 의한 실화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또한 불에 탄 통신구 내 장비들을 분해해 관찰한 결과를 근거로 형광등이나 환풍기 본체에서의 발화도 화재 원인에서 제외했다.
소방본부는 환풍기 제어반이 고전압을 사용하며 각종 부품과 전선이 연결되어 있어, 전기적 발열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환풍기 제어반 덮개가 불에 잘 타는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 화재가 커졌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소방본부는 KT가 환풍기 제어반 관리를 소홀히 하고, 화재 발생 후 신고를 늦게 해 피해를 키웠다는 점도 지적했다.
KT는 규모가 큰 통신구의 환풍기 제어반에는 온도 감지기와 자동 확산 소화기를 설치했지만, 아현지사 인입 통신구에는 이와 같은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법상 500m 미만의 소규모 통신구에는 온도 감지기와 자동 확산 소화기 등의 설치 의무가 없다.
또 KT는 아현지사 화재 경보가 발생한 지 12분 뒤에야 119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화재 진화의 골든타임 5분을 훨씬 넘겨 늑장 대응을 한 셈이다.
정부의 소방 메뉴얼은 화재 발견 즉시 119 신고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KT는 자체 메뉴얼에 따라 현장 확인, 초기 진화 등 네 단계를 거쳐 신고를 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5일 전체회의와 법안2소위를 열어 KT 아현지사 화재 청문회 계획서를 채택하고 3월 5일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국회 파행으로 청문회는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