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젊은층 반발 확산…차기 대선 변수되나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5-03-23 14:49:40
與서 비토론 집중…차츰 마음 돌리는 청년층 이탈 위기감
한동훈 "86 꿀빨고 청년은 독박…이재명 부끄럽지 않나"
안철수·유승민·이준석도 비판 대열…野 "거짓 선동" 반박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18년 만에 연금개혁 합의가 이뤄졌으나 역풍이 심상치 않다.
특히 "비용 부담이 커진 젊은층이 희생당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아 정국 변수로 부상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선 조기 대선이 치러질 수 있는데 청년층 표심의 향배가 관건이 될 수 있어서다. 여야를 떠나 젊은 세대 의원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선 여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권에선 잠룡들이 앞다퉈 비토 대열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김용태·김재섭·우재준,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장철민·전용기, 개혁신당 이주영·천하람 의원은 23일 국회에서 '국민연금은 더 지속가능해야 하고 모두에게 공정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회견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회견에서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올리는 내용의 연금 개정안에 대해 "강화된 혜택은 기성세대부터 누리면서 부담은 다시 미래세대의 몫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에는 청년세대를 설득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없었다"며 "연금개혁 특위에 3040 의원이 절반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청소년의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한 절차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모수조정으로 기금 고갈 시점이 조금 미뤄졌더라도 언젠가는 보험금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기금에 대한 국고 투입을 당장 내년에 시작할 수 있도록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금 수령자가 내는 소득세인 '연금소득세'를 국민연금에 적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들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다시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용태·김재섭·우재준·전용기·천하람 의원은 30대, 이소영·장철민·이주영 의원은 40대다. 이들을 포함해 83명이 20일 본회의에서 반대(40명) 또는 기권(43명)표를 던졌다. 무더기 반대표는 주로 젊은 의원들이다. 여당에선 반대 26표, 기권 30표가 나왔다. 반대 이유는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은 청년층에게 큰 부담을 지운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 보수 진영 대선주자들은 개정안을 일제히 비판했다.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책임을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돌렸는데, 청년층 반감을 부채질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한 전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페이스북을 통해 "청년세대에 독박 씌우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이대로 확정지어서는 안 된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게 거부권 행사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이 개정안대로면, 86세대는 꿀을 빨고 청년세대는 독박을 쓰는 것"이라며 86세대를 향해 "청년세대에 미안하지도 않나"고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렇게 청년세대에 독박씌우는 개정을 해놓고, '모처럼 국회와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칭찬받을 일을 해냈다'고 자화자찬하기 바쁜 이 대표는 부끄럽지 않나"고 날을 세웠다.
기권표를 던졌던 안철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뿐 아니라 3대 연금인 공무원·사학·군인 연금까지 모두 다 (개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국민 저항이 생길 것"이라며 연금 가입자가 은퇴한 후에는 직업과 관계 없이 동등한 기준을 적용받는 일본식 모델로의 변화를 촉구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 개정안대로라면 청년들은 수십 년간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 늙어서 한 푼도 못 받게 된다"며 "청년들의 부담과 불신을 철저히 외면하고 무시한 국민연금법 개정"이라고 혹평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초 한 전 대표를 겨냥해 "청년들이 반대한다고 덩달아 반대하면서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들이 뭘 알고 그런 말을 하는지 안타깝다"고 쓴소리했다. 그러나 2030세대 반발이 거세자 "알았다"며 관련 글을 SNS에서 삭제했다.
중진인 나경원·윤상현 의원과 박수영 의원 등도 이날 공식적으로 개정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연금 개정안에 대한 반대론은 청년층 표심 이탈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 특히 조기 대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여당으로서는 이제 차츰 돌아서기 시작한 청년층이 대거 떠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당하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청년세대의 우려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연금특위를 통해 젊은 세대가 우려하고 있는 구조개혁이 완성될 수 있도록 젊은 의원들, 청년세대들과 호흡하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권을 향해 "거짓 선동을 멈추라"고 반박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일각과 개혁신당 등이 이번 국민연금 개혁이 청년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비난한다"며 "이치에 닿지 않는 정략적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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