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4 광수' "폭도에서 북한군까지…말이 되나"
장기현
| 2019-02-18 14:16:09
634명을 '광수'로 지목…항의 등 문제 생기면 바꿔
"폭도에서 북한군까지…. 이게 말이 되나."
지만원(77) 씨로부터 '제184 광수'로 지목된 곽희성(59) 씨의 말이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22세로 시민군 활동을 했던 곽씨는 "당시엔 시민군이라는 말도 없었고 그냥 폭도였다"며 "폭도로 몰렸어도 5´18이 민주화에 작게나마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왔는데, 이젠 북한군으로까지 지목받는 상황에 한탄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해된다"
곽씨는 1980년 5월 19일 전후로 시민군에 참여했다. 곽씨는 "처음에는 전남도청에 구경하러 갔었고, 다른 생각은 없었다"며 "처참한 상황과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보고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사진을 보면 내가 헬멧을 쓰고 있는데, 군인들로부터 곤봉으로 머리를 맞아 상처가 많았다"며 "이렇게 40년 가까이 지나도 기억이 또렷하다"고 설명했다.
5·18 당시 찍힌 곽씨의 얼굴은 지씨에 의해 북한 황해남도 인민위원장을 지낸 '권춘학'으로 둔갑됐다. 곽씨는 "백번 양보해서 당시 20대 시민군이었던 나를 포함한 남성들을 광수로 지칭한 것은 그렇다쳐도, 아이들이나 나이든 노인들까지 이런 사안에 끌어들이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비열하다"며 "불순한 의도가 없으면 지금까지 이렇게 저열한 내용과 방식으로 주장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11일 곽씨는 정의당과 함께 지씨와 이에 동조한 자유한국당 의원 3인(김진태·김순례·이종명)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곽씨는 "한 사람의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무덤덤하게 넘길 수 있다"면서도 "이번처럼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가짜뉴스를 사실인 것처럼 말한다는 게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씨는 마지막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으로부터 사과는커녕 인정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명백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가짜뉴스에 평생을 시달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됐다"고 울먹였다.
이어 "지만원, 자유한국당, 태극기부대가 막무가내로 말하기 전에 희생자와 유가족을 한 번이라도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국민들도 광주시민들이 더이상 억울한 일을 겪지 않도록 응원해주시기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제36 광수, 제74 광수 등…피해자 많아
지씨에게 광수로 지목된 5·18 당시 시민군 활동을 했던 광주 시민들은 현재 소송을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다. 지씨가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로 지칭한 제36호 광수 양기남(58)씨는 2016년 말 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최근 지씨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으로 다시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13일 역사 왜곡에 항의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양씨는 "지만원의 주장은 황당하고 참담한 얘기일 뿐"이라며 "나는 괴물이나 북한군이 아니라 뼛속까지 광주시민"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두환 정권은 물론이고 김영삼 정권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북한군 개입설'을 들고 나오는 의도가 궁금하다"며 "김진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광주시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지씨는 현재 과일장사를 하고 있는 차모(58)씨를 전남도청에서 찍힌 사진을 근거로 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대표 소속의 소장 '박림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최근 지씨의 주장을 본 지인이 알려줄 때까지도 본인이 제74 광수로 지목된 사실도 몰랐다고 한다. 차씨는 검찰이나 법원에 출석하면 생업에 지장을 줄 수 있어 법적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5·18에 대한 허위·왜곡 정보가 담긴 호외를 발행해 배포한 지씨가 광주 시민과 관련 단체들에 82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그에 앞서 10월에는 화보집에 5·18유공자를 '광수'로 적시한 지씨에게 1심 법원이 "9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광수의 실체는
'광수'는 '광주의 수상한 사람'을 지칭하는 지씨의 표현이다. 광주에 들어온 북한 특수군으로 설명되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지만원씨의 기준에 따르면) 광수에는 북한군 뿐만 아니라 민간인도 포함된다. 광수찾기 방식은 흐린 사진을 기준으로 얼굴의 특징을 분석해 북한 사람의 사진과 비교하는 것이다. 특히 얼굴의 특징(이마, 미간, 인중, 귀, 코 등)을 비교하는 것만으로 광수를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씨는 이 과정에서 오류가 있거나 항의가 있으면 광수를 바꾼다. 곽씨를 제184 광수로 지목했던 지씨는 소송에 휘말리는 등 문제가 생기자 제184 광수에 다른 이를 집어넣었다. 기존 제184 광수는 인민위원장을 지낸 '권춘학'이었지만, 현재는 북한의 역사학자 '장국종'으로 달라져있다.
지씨는 한때 1976년생인 탈북민을 '제286 광수'로 지목하기도 했다. 나중에 당사자가 "내가 76년생인데 4살 때 광주에 와서 특수군 활동을 했다는 말이냐"며 항의하자 지씨는 이름을 뺐다. 실제로 지씨가 본인 홈페이지에 올린 '광수들의 신분정리' 글에서 보면 총 3명의 광수가 '김00' 식으로 올라와 있다.
차종수 5.18기념재단 연구원은 "지만원의 광수 찾기는 허무맹랑한 짜깁기에 불과"하다며 "사진에 줄 긋고 비교하는 방식 또한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씨의 주장은 당시 광주시민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발언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18일 기준 2명의 광수가 추가돼 총 634명의 광수가 존재한다. 지씨에 따르면 이 중 198명이 인민군이고, 이 중 절반이 넘는 116명이 설명불상이다. 즉 아직 400명이 넘는 북한군을 더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씨의 광수찾기가 북한 특수군 600명을 모두 찾을 때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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