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넷, 비어 있는 채널로 이동통신 맹점 파고들다

오다인

| 2019-09-02 14:55:36

[인터뷰] 티브이 화이트 스페이스(TVWS) 연구개발하는 유호상 이노넷 대표
"4차 산업혁명은 모두를 위한 것…돈 없는 사람도 이동통신 부담없이 쓸 수 있어야"

'제4이동통신사'를 줄여 부르는 이른바 '4통'은 정보통신 업계 종사자들의 오래된 꿈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4통이 되고자 시도한 업체들은 번번이 고배를 마셨거나 조롱의 대상이 됐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조차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마당에, 자금력이 훨씬 뒤처지는 중소기업들로선 사실상 4통이 되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간통신사업 진입 규제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완화된 이후 4통에 도전장을 내민 이노넷에 대해서도 처음 소식이 알려졌을 때 이런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노넷이 추구하는 방향은 기존의 이통3사에서 가입자를 빼앗아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통3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지금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일을 직접 수행한다.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는 수식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틈새시장을 파고든 이노넷에 어울린다.


▲ 유호상 이노넷 대표가 8월 23일 서울 송파구 이노넷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노넷은 2011년 설립된 중소기업이다. '티브이 화이트 스페이스(TVWS)'라는 주력 기술을 바탕으로 도시와 농촌 간, 빈부간 IT 격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재난안전망과 버스, 선박 등 공공 서비스에 적용해 각종 사회 문제의 해결도 도모하고 있다. △ 2015년 전파방송기술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 2016년 전파방송신기술상(국무총리상) △ 2017년 대통령상 표창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UHF TVWS 기술을 이용한 원거리 이동체의 사물인터넷 서비스'로 실증특례를 신청하기도 했다.

스마트팜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정부가 선정한 8대 혁신성장 선도사업 중 하나다. 스마트팜은 비닐하우스 또는 축사 등에 ICT 기술을 접목해 원격 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 환경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하는 농장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 8월 29일 2020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스마트 농업을 본격 확산하기 위한 예산을 올해 3067억 원에서 내년 3857억 원으로 25.8% 증액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구축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실제 농가에서 도입하기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TVWS는 이런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TVWS가 도입되면 도서산간 지역에서의 IT 격차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노넷은 전라남도 18개 시군에 구축을 완료한 후 현재 사천시청, 경주시, 강원도청, 김포시, 서초구청과 사업을 협의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리비아, 필리핀, 카자흐스탄 등 해외에서도 TVWS 기반 인터넷 서비스와 버스 공공 와이파이 등을 안건으로 사업 협의 중이다.

〈UPI뉴스〉는 지난 8월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현대지식산업센터에 위치한 이노넷 회의실에서 유호상 이노넷 대표와 마주 앉았다. 유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돈 없는 사람도 이동통신 서비스를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이유일 것이다. 다음은 유 대표와의 일문일답.

주력 사업인 '티브이 화이트 스페이스(TVWS)'는 무엇인가

"디지털 TV 주파수 대역인 470메가헤르츠(MHz)에서 698MHz 대역 사이에는 비어 있는 채널들이 있다. 서울에서 14번 채널을 쓰면 이를 사용하지 않는 경기도에서는 해당 채널이 비어 있는 것이다. 이를 TVWS라고 한다. 큰 장점은 이 채널이 비어 있고 통신용으로 안 들어간다는 것이다. 또 10킬로미터(km)까지 멀리 나가고 초고속이다. 무선은 2메가비피에스(Mbps) 이상이면 고속이라고 한다. 카메라 하나가 이 정도 된다. TVWS는 20Mbps 이상 전송할 수 있고 현재 이노넷은 26Mbps로 전송하고 있다. 게다가 산처럼 막혀 있는 장소에서도 통신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처럼 몇km만 가도 산이 나오는 지형에서는 특히 유리하다."


▲ 이노넷은 2019년 태양광으로 운용이 가능한 제품(위)과 캐리어 및 배낭 타입으로 설치자 한 명으로 운용 가능한 TVWS CPE를 선보였다. [이노넷 제공]


제4이동통신에 출사표를 던졌다

"기존의 4통 사업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그냥 LTE를 사용하겠다는 거였다. 현재 3개 사업자와 차별성이 없다. 4통이 나오면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사물인터넷(IoT)이 활성화하고 데이터 속도가 중요해지는 것과 함께 공공 와이파이와 카메라 기술 활성화가 중요해진다. 스마트팜은 모두 감시 기술이다. 이걸 유선으로 다 깔려니까 엄청나게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다. 전신주에 장비를 모두 꽂는 것도 주민들이 싫어한다. 돈도 돈이지만 보기 싫다는 거다. 무선으로 갈 수 있는 게 시골 같은 데서는 TVWS 밖에 없다. 거기서 LTE와 경쟁하는 건데 보통 10기가(Gbps)에 7만 원 정도 된다. 방범용 카메라 하나를 단다고 치면 한 달에만 6.5테라(Tbps)다. LTE 요금제로 계산해보면 카메라 10대에 420만 원이 드는 셈이다. 감당이 안 된다. TVWS는 초기 설치하면 하면 더 이상 비용이 안 들어간다. TVWS가 스마트팜, 버스 등에 필요한 이유다."


▲ 2019년 8월 남아공 Sentech 및 AFRIKO와 무의도 7km 구간 무선개통시험을 성공했다. [이노넷 제공]


TVWS는 어디에 어떻게 설치하는 건가

"TVWS 게이트웨이라고 한다. 2017년까지는 1만4000여 개의 마을회관에 광케이블을 다 깔았다. 경제성이 떨어진다. 시골에서 인터넷 쓰려고 하는데 통신사에서 설치를 안 해줘서 KT가 50%, 정부가 50% 해서 깔았다. 그런데 마을 안에는 설치가 돼도 마을에서 400m만 떨어져도 인터넷 구동이 안된다. 축사 짓는데 보통 2km가 넘는다. 1km에 1000만 원 정도 들고 미관상 보기도 흉하다. TVWS 게이트웨이는 마을회관에 하나 붙이고, 가정이나 축사에 붙이는 식이다. 네트워크 기능과 함께 온 습도, 수질 센서 기능도 내장시켰다. 비용이 10분의 1로 준다. 장비를 따로따로 도입하면 비용도 커지고 유지보수 비용도 올라가는데 우리는 깔끔하게 해결했다."

스마트팜은 보통 대규모 아닌가

"그렇지 않다. 내 시설에서 편하게 쓰는 것도 필요하다. 소를 키운다고 하면 한 달 동안 외출도 못하고 지켜봐야 한다. 사람이 축사에 곁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TVWS 게이트웨이를 축사에 설치해놓으면 집안에서 카메라로 보고 새끼를 낳는다는지 하는 경우에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양식장 같은 데서도 적조가 왔다고 판정되면 물고기를 풀어줄 수 있다. 센서가 있어야 정부로부터 보상도 받을 수 있다. 일례로 통영시에서는 양식장에 와이파이를 도입하고 적조 센서를 달면 한 달에 25만 원씩 들었다고 한다. TVWS로 하면 초기 비용은 500만 원 들어가지만 자기 집에 이미 인터넷이 있으면 인터넷 요금 외에 추가 요금은 발생하지 않는다."


▲ 이노넷 직원들이 규제샌드박스 실증 지역인 제천 청풍호 유람선에서 TVWS 장비 적용방안 시험을 하고 있다. TVWS 장비를 사용하면 기존 통신망의 10%가격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이노넷 제공]


이번에 실증특례 신청한 건은 뭔가

"TVWS는 고정형과 이동형 두 가지가 있다. 고정형은 10km, 이동형은 600m 간다. 이동형은 가용 채널이 많은데 고정형은 방송에 간섭을 주기 때문에 도심 내 가용 채널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이동체에는 고정형을 쓸 수 없도록 해놨다. 그런데 점대다점 통신이 가능한 TVWS는 근거리 및 원거리 장비가 동시에 통신에 가능하므로, 이동경로가 고정된 유람선, 여객선 등에 적용해도 가용채널이 변하지 않으므로 제안하게 되었다.


세월호도 실시간 관제를 하고 있었으면 상황이 그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거다. LTE로는 비용 문제로 인해 실시간 관제가 안 된다. 전부 통신료와 관련이 있다. TVWS로는 비용 걱정 없이 와이파이 서비스를 해서 유람선 상에서 실시간 관제가 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

재난망은 어떤가

"재난망도 마찬가지다. 전국에 깔려면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이통사들이 전국에 설치하는 데 5조 원 정도가 필요하다. 정부가 세금 갖고 하려고 해도 답이 안 나오는 금액이다. 특히 지하까지 깔면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이노넷은 배낭형 이동기지를 만들어 무선 백홀과 연결하도록 했다. 미국에는 이미 특허 등록이 됐고 중국과 유럽에는 특허 출원이 된 상태다."

통신이 안 되는 산이나 붕괴된 지하철 안에선 어떻게 연결하나

기존 재난안정망은 구조요원들이 사용하는 것이라면, 이번에 개발된 배낭/캐리어 TVWS CPE 및 릴레이는 재난, LTE 음영지역 및 행사장 공공 와이파이 등을 위하여 긴급하게 국민들에게 통신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하였다.


신호만 증폭해주는 게 중계기고, 모뎀을 통해 데이터를 복제한 후 재전송하는 게 릴레이다. 백홀을 TVWS로 연결하면 주파수가 낮은 데도 멀리 고속으로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전까지는 주파수가 낮으면서 고속으로 보낼 수 있는 대역이 없었다. 제품이 나오려야 나올 수가 없었던 거다. 안테나 대역이 높으면 빔이 샤프해진다. 빔이 샤프해지니까 이런 것들이 이동하면 포커싱을 못한다. TVWS로 하면 주파수가 낮아도 간다. 이런 거는 360도 빔패턴이 나온다. 앞서 언급한 마을버스처럼 이동체에 적용하기 좋다."

TVWS 사업은 왜 하게 됐나

"처음 TVWS를 한 건 우연이었다. 계측기를 만들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2011년에 창업했을 때 지인이 요청해서 만들게 됐다. 인건비는 고려 안 하고 만들어줬다. 당시엔 일이 더 중요했다. 2012년부터는 케이블TV에서 전화가 왔고 2013년부터 TVWS가 확산 분위기였다. 케이블TV 컨소시엄과 함께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그때부터 제품을 만들었다.


이후로 유럽에서 사례를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측에서 직접 연락이 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직접 구매한다. 미국의 중부에는 인터넷이 거의 안 되는데 TVWS를 구축해 8달러나 10달러로 인터넷 서비스를 하려고 하는 거다. 세계적으로는 TVWS를 사서 아프리카 등에 지원하려고 한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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