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란의 토닥토닥] 우리 아이, 뜬구름 대신 꿈을 잡게 해주려면?

UPI뉴스

| 2019-04-19 13:52:24

장래에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자녀를 위한 진로파일 만들기


▲ 진로지도는 자녀가 이십대 후반이 되어도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 [픽사베이]


'내 자녀를 위한 진로파일! 만들어 보셨나요?'

꽃샘추위가 두어차례 지나가니 어느덧 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아침 출근시간이 지나자 사거리가 한가해 보인다. 한차례 어린이들이 유치원 통학 버스에 오른다. 느지막이 문화센터나 헬스장, 근처의 산으로 향하는 어르신들의 차림새가 한껏 화사하다. 그 모습을 보면 '백세시대'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다가온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중년기를 40세에서 65세까지라고 정의했는데, 최근 학계에서는 70세까지로 연장한다고 한다. 길어진 수명은 인생을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하는 시도를 하게 한다.

지금 청소년들의 진로 역시 이러한 상황에 맞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대학입시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앞서 자녀를 키운 선배들의 고언을 들어보면 진로지도는 자녀가 이십 대 후반이 되어도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 자녀가 서른 즈음에 "새로이 공부를 시작한다, 다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다, 유학 가겠다."고 하는 탓에 어깨가 시리다는 부모가 많다. 자녀가 진로를 결정할 때 서두르지 않고 다양한 모색과 시도를 통해 선택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갖도록 도와야 하는 이유다.

지금 성장기에 있는 자녀들은 자기표현에 자유롭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려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 '1인 브랜드 시대'라고 할 정도로 저마다 취향과 비전이 다르다. 그에 따라 인기 직업군이 변화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긴 인생을 안정적으로 살려는 마음에 자격증을 갖춘 전문 직업이나 정년이 보장된 몇몇 직업에 응시생이 몰리는 현상을 빚고 있다. 그러나 그 또한 모를 일이다. 언제 인기 직업군, 안정된 직업군이 바뀔지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다. AI시대가 다가와 사람의 일을 로봇이 대신할 거라는 예측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 자녀들은 평생 여러 직업을 갖게 되며,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에 열정적으로 뛰어들면서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사람이 잘 살 거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 자녀의 특성을 알고 장래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가늠해보기 위한 '진로파일'을 만들어보는 게 좋다. 주변을 보면 소위 명문학교에 진학했거나 만족스러운 직장을 구한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보통 자기들만의 진로 파일을 갖춰 지도해왔다. 진로파일을 만들면 한결 명확하게 자녀의 성향과 특기가 보인다. 후에 대입시 때나 진로를 결정할 때 큰 도움이 된다. 바쁜 세상사 속에서도 자녀의 진로파일을 손수 만들고 자녀와 함께 관리한다면 후일 중요한 시기에 뜻밖의 도움이 될 것이다.

진로파일은 단순히 자녀가 탄 상장이나 졸업장 등 학력에 관한 자료만 모아두는 게 아니다. 자녀의 성격, 재능, 학업 면에서의 성취, 스스로 창작한 결과물들을 두루 아우른다. 컴퓨터로 정리해 놓는 방법도 있지만 보통 클리어파일을 많이 사용한다. 먼저 클리어파일과 인덱스 스티커, 형광펜, 네임펜 등 도구를 갖춘 다음 자료들을 모으고 정리한다. 진로파일에 갖춰 놓으면 좋은 내용들을 제시해 본다.

■ 자녀의 적성과 인성 면을 알려 주는 데이터와 자료들을 모은다.
- 해마다 각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MBTI검사, 다요인 인성검사, 진로발달검사 등 여러 검사결과지, 상담자로부터 들은 설명 내용을 모아둔다.
- 어려서부터 흥미를 지녔던 분야와 관련된 자료를 모은다. 예) 전시회관람, 도서관 독서 인증 기록장, 헌혈기록, 외국 등지의 견학, 캠프 체험, 좋아하는 놀이나 동아리 활동 등
- 평소 좋아하는 인물관련 내용, 즐겨 보는 프로그램 목록, 애장하고 있는 소장품, 꾸준히 수집한 물품 등이 있다면 갖춰 둔다.
- 자녀의 인성과 관련된 에피소드나 선생님들의 덕담과 칭찬 등을 기록해 둔다.
■ 자녀의 특별한 장점을 알려주는 자료들을 업데이트해 간다.
- 각종 수상 자료들, 스포츠 경기나 취미활동을 통해 얻은 트로피, 수료증 등을 갖춰 둔다.
- 교내외 행사에 참여한 내용이나 여러 사람 앞에서 퍼포먼스를 했던 일 등은 행사 안내장이나 자녀 이름이 들어간 브로셔 등을 모은다.
- 봉사활동 자료들도 귀하다. 이왕이면 MBTI검사 결과 파악된 자녀의 특성에 맞는 봉사활동을 하면 좋다.
- 리더로서 활동한 증빙자료들, 동아리 리더, 학급 리더, 운동회 등 행사리더 등에 임명된 자료를 모은다.
- 지역사회의 행사에 참여한 내용, 자선 활동 등은 귀한 내용들이다.
■ 자녀의 학업 성취 과정을 기록하거나 관련 자료를 모아둔다. 분석하고 전략을 세운 후 결과 등을 메모한다.
- 각종 모의고사, 성적표, 수행평가 결과 등을 모은다.
- 자녀가 학교 수행평가를 통해 얻은 결과물 중 특별한 점들을 기록하거나 간직한다. 그림, 감상문, 보고서 등을 모은다.
- 독서 목록, 독서 기록 등을 갖춘다.

이러한 진로 관련 파일은 해마다 새로 만들어도 좋고 초등학교 저학년,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단위로 만들어도 된다. 특히 고등학교 때의 진로파일에는 학업 성취 정도와 그 과정이 월별로 누가되도록 한다. 대입시에서 대학과 학과 선택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장래 희망하는 직업과 관련된 활동이 빠지지 않도록 한다. 의료분야에 진학하고자 한다면 헌혈기록이나 장애우 돕기 등 약자를 보호하고 생명을 중시하는 활동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스포츠 관련 학과라면 스포츠 캠프 참여나 운동능력을 증빙하는 자료들이 있으면 좋다. 독서활동에서도 희망 직업과 관련된 책들을 읽는다면 더 큰 동기부여가 된다. 예술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전시회와 각종 공연, 혹은 공연 기획에 참여한 기록 등이 유익할 것이다. 소소한 자료들을 모으다 보면 진학이나 취업 시 자기 소개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자기 소개서란 뜬구름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학생들과 함께 수업시간에 '인생설계도'를 그려보는 활동을 몇 년간 했다. 한데 학생들은 인생의 예측을 사십이나 오십대까지밖에 안했다. 대부분 '그 후에는 쭉 행복하게 잘 살 것이다.'는 식으로 눙쳤다. 아직 십대인 그들에게는 부모의 나이보다 더 위인 오십 대 이후의 인생은 상상하기에도 벅찬 노년인지도 모른다. 좀 더 구체적으로 평생 곡선을 그려보자고 하면 고민을 또 시작한다. 그러니 자녀들의 진로지도는 평생을 계획한다기보다 일단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 지, 어떤 활동을 좋아하는지, 남보다 쉽게 배우고 좋은 성과를 내는 분야는 무엇인지'를 파악하게끔 돕는 작업이 우선이다.

담임하면서 큰 보람이었던 게 이런 진로 이야기장을 만들어 학생들과 소통했던 일이다. 이야기장에 그들과 시험공부계획, 목표, 장래희망, 일상의 문제 등을 나누었다. 내가 해 준 것이라고는 한 두 마디 코멘트였지만 형식적이지 않고 진솔하게 공통관심사를 나누다 보면 학교생활이 건조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자녀에 대한 기록과 자료를 이미 모으고 있겠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자녀의 진로 파일을 지금부터 만들어보기를 권한다.

 

▲ 박형란 청소년상담전문가

​박형란 청소년 심리상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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