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국빈 만찬서 윤동주 시 읊어…尹대통령은 셰익스피어로 화답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3-11-22 11:27:31
한국어로 "영국에 오신 것 환영"…끝날 때는 "위하여"
尹, 셰익스피어 인용 "나의 벗 영국"…"혈맹의 동지"
국빈 방문 중 버킹엄궁에서 화기애애 오·만찬 가져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위해 찰스 3세 국왕이 21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에서 주최한 국빈 만찬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두 정상은 양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문인 중 한 명의 작품을 인용하며 우의를 다졌다. 찰스 3세 국왕은 윤동주 시인을, 윤 대통령은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소개했다.
찰스 3세는 먼저 한국어로 “영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만찬사를 시작하며 흥을 돋웠다.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찰스 3세는 이어 영어로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에서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While the wind keeps blowing, My feet stand upon a rock).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While the river keeps flowing, My feet stand upon a hill)"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바람이 불어’는 바람을 통해 자신이 느끼는 괴로움을 성찰하는 시다.
찰스 3세는 "한국이 어리둥절할 정도로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그 와중에도 자아감을 보존하고 있음은 한국의 해방 직전에 불행히도 작고하신 시인 윤동주가 예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시를 인용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후의 참담한 상황을 딛고 일어난 대한민국 국민들은 기적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찰스 3세는 "영국에 대니 보일이 있다면 한국에는 봉준호가 있고 제임즈 본드에는 오징어 게임이 있으며 비틀즈의 렛잇비에는 BTS의 다이나마이트가 있다"며 문화 수준도 치켜세웠다. 찰스 3세는 만찬사를 마칠때는 "위하여"라고 외쳤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영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나눈 혈맹의 동지"라며 "우리가 미래를 위해 함께 하지 못할 일이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화답했다.
또 "1950년 우리가 공산 침략을 받아 국운이 백척간두에 섰을 때 약 8만1000여 명의 영국 병사들이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다"며 "오늘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영국 참전용사들과 만나면서 양국의 우정이 피로 맺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새겼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비틀즈와 퀸, 그리고 엘튼 존에 열광했다”며 “지금 해리포터는 수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최근에는 한국의 BTS, 블랙핑크가 영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BTS와 영국의 콜드플레이가 함께 부른 ‘마이 유니버스’는 전 세계 청년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며 “무엇보다 영국은 자유민주주의 정치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고안하고 선도해 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셰익스피어의 시에 나오는 ‘나에게 있어, 친구여, 당신은 결코 늙을 수 없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To me, fair friend, the United Kingdom, you never can be old”라고 건배를 제의했다.
윤 대통령은 검은색 연미복에 흰색 나비넥타이를 착용했고 부인 김건희 여사는 검은색 원피스 차림이었다. 만찬에는 블랙핑크 멤버 4명이 모두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구광모 LG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기업인이, 영국에서는 리시 수낵 총리, 윌리엄 왕세자, 데이비드 캐머런 외교장관 등 170여 명이 참석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찰스 3세가 버킹엄궁에서 주최한 오찬에서도 "영국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장병을 파병한 나라"라고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런던 호스가즈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 이후 찰스 3세와 함께 왕실 마차에 탑승해 버킹엄궁으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찰스 3세에게 성대한 국빈 일정을 마련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찰스 3세는 "그동안 양국 협력의 깊이와 범위가 크게 발전해왔다"며 "이번 국빈 방문이 앞으로 한영관계 발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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