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문제풀이'에서 '문제정의'로…AI 시대, 교육의 대전환(上)
KPI뉴스
go@kpinews.kr | 2026-04-09 11:06:56
정답 찾기에서 질문 설계로, 학습의 방향이 바뀐다
'포켓몬' 아닌 '트레이너'…AI와 협업하는 인간 역량
생성은 AI가, 검증과 통찰은 인간이 맡는 시대 ▲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이날 첫 연사로 강단에 선 백형렬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문제 해결을 넘어선 비전과 이해의 가치'를 주제로 수학적 난제 해결의 역사와 AI 도구 특성을 비교하며, 미래 교육의 방향을 제시했다. 백 교수는 푸앙카레 추측 같은 100년 묵은 난제의 해결 과정을 보면 단순히 복잡한 계산만으로 풀린 것이 아니라 공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비전과 큰 틀을 제시한 서스톤, 해밀턴 등 선각자들이 나타나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학자들이 더 추상적이고 어려운 문제를 만드는 이유는 특정 시점에 도달했을 때 전체 틀 안에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기본원리를 이해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함의를 찾고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단언했다. 백 교수는 그러나 최근 수학 연구에서는 AI와의 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사람이 자연어로 적은 내용을 컴퓨터가 논리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바꾸는 '형식화(Formalization)' 기술을 통해 AI가 생성한 증명의 정확성을 라인별로 한 줄 한 줄 체크할 수 있게 되었다. AI는 기존 도구를 조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자동화 증명)에서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성능을 보여준다.
따라서 백 교수는 대학교육 재설계 방향에 대해 교재의 정의를 단순히 따라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과 함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 나가는 통찰의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을 강조했다.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연구의 흐름(워크플로우)을 설계할 수 있다면, 각 단계의 구체적 해결은 AI와 협업해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AI 시대의 교육은 기술적인 문제 풀이가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큰 문제를 정의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연사인 김주호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포켓몬이 아닌 트레이너를 키우는 교육'이란 제목으로 AI를 '인지 증폭'의 도구로 활용하며, 학생들을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다루는 전략가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과거의 교육이 교수가 학생(포켓몬)을 훈련시켜 대신 싸우게(실행하게) 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실행 영역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AI가 포켓몬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학교육의 목적은 학생을 뛰어난 포켓몬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 포켓몬을 잘 다루는 유능한 '트레이너'로 양성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 결과, AI를 단순한 정답 자판기로 사용할 경우 사용자의 자기 효능감이 떨어지고, AI가 사라졌을 때 본래의 실력도 저하되는 의존과 주의력 저하 현상이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이는 당장의 성과는 높여주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인과 팀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부채가 된다며 의존의 위험성과 인지 부채를 설명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15주 수업 내내 AI 에이전트를 트레이닝하고, 그 에이전트가 시험을 보게 하거나 팀으로 협업하는 방식의 현장 중심 PBL(Project-Based Learning) 강화 수업을 제안했다. 나아가 단순한 구현(Coding)에 시간을 쏟기보다 1~2주 안에 AI로 구현을 끝내고, 나머지 기간에는 실제 현장에서 사용자를 만나 문제를 개선하며 실질적인 임팩트를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는 교육 모델을 제시했다. 미래의 대학은 주어진 문제를 푸는 인재가 아니라, 연구자와 창업가처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세 번째 연사인 성민혁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생성에서 검증으로, 바이브 코딩과 기초 교육' 제목으로 최신 코딩 트렌드인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사례를 통해 AI 시대에 기초 지식이 역설적으로 더 중요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성 교수는 미국 스탠포드대 '현대적 소프트웨어 개발자' 과목을 이끌고 있는 안드레 카파티의 수업 내용을 요약했다. 그가 제안한 바이브 코딩은 직접 코드를 짜지 않고 말(자연어)로 지시하며 AI가 만든 결과물을 복사해서 붙여 넣는 방식을 말한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도 코딩 한 줄 없이 앱을 만드는 수업이 열릴 정도로 이러한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검증을 위한 기초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수업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며,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시스템 프로그래밍 지식과 이해도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AI는 항상 완벽하지 않으며 할루시네이션(환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물을 검증하고 수정(디버깅)하기 위해서는 전 과정에 대한 전문적인 기초 지식이 필수적이다. 성 교수는 이제 코딩 교육은 단순한 코드 생성이 아니라 코드 검증과 오케스트레이션(시스템 설계 및 운영)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이 아무리 빨리 변해도 시스템을 설계하고, 직접 작성하지 않은 코드를 분석하며, 최종 20%를 완성하는 판단력과 사고력은 변하지 않는 핵심 역량이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성적 평가는 AI 사용을 막는 것이 아니라, AI가 만든 초안을 어떻게 확장, 활용하며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코딩 교육 패러다임의 시프트'를 강조했다.
마지막 연사로 등장한 홍승범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교무처장)는 '감성 소통과 사고의 수준을 높이는 교육'을 주제로 연설했다. 홍 교수는 대학교육의 행정적 뒷받침과 함께, 인간 고유의 가치인 감성과 정치적 안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대학 교육은 뇌를 훈련시키는 체육관처럼 사고력 증진을 위한 일종의 '브레인 짐(Brain Gym)'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오히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고 수준을 높여주는 진짜 스승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홍 교수는 또한, 학생 간의 공정성을 위해 대학 차원에서 고성능 AI 라이선스를 일괄 배포하는 등의 행정적 지원도 건의했다. AI가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지만 '무엇이 인간에게 중요한 문제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완벽한 인공 다이아몬드보다 천연 다이아몬드에 가치를 부여하는 인간의 심리처럼, AI가 이해하기 힘든 인간만의 가치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미래의 과학자는 기술뿐만 아니라 정치와 정책을 이해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아나 결핵처럼 기술적 해결책은 이미 존재하지만 사회적·정치적 이유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감성 소통 능력과 배려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대학은 이러한 감성 교육을 강화해 인류 난제를 해결하는 리더를 육성해야 한다고 감성 교육과 과학적 리더십을 강조했다.
▲ 노성열 논설위원
'포켓몬' 아닌 '트레이너'…AI와 협업하는 인간 역량
생성은 AI가, 검증과 통찰은 인간이 맡는 시대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모든 것이 변한다. 직장에서 일하는 매뉴얼이 달라진다. 쉴 때 노는 스타일도 바뀐다. 사람들끼리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 감정을 표현하는 문화양식조차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의 대전환일 것이다. 왜냐하면 AI는 지식의 탐색과 형성, 유통 과정을 송두리째 재(再)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교수(敎授)와 학습의 목표, 내용, 절차가 AI 등장을 기준으로 'AI 전(前)' 시대와 'AI 후(後)' 시대로 나뉘고 있다. 전 세계 교육기관들은 선생이 가르치는 교수법과 학생이 배우는 학습법을 어떻게 바꾸어야할지 뿌리부터 고민 중이다.
마침 우리나라 이공계 정상급 대학 KAIST 소속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가 최근 'AI 시대, 대학 교육의 재설계' 워크숍을 열었다. '문제 정의·비판적 판단역량을 기반으로 한 교수-학습 전환'이란 부제가 붙은 이 행사에는 KAIST뿐 아니라 국내외 대학의 컴퓨터공학과·수학과·철학과·교육과 교수와 연구자들이 연사와 패널로 나서 각 기관의 AI 도입 후 교육 전환 동향과 중간평가를 털어놓아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유튜브 영상으로 중계된 전체 강연은 교육계 외에도 지식의 원천적 대변환을 궁금해 하는 일반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이날 첫 연사로 강단에 선 백형렬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문제 해결을 넘어선 비전과 이해의 가치'를 주제로 수학적 난제 해결의 역사와 AI 도구 특성을 비교하며, 미래 교육의 방향을 제시했다. 백 교수는 푸앙카레 추측 같은 100년 묵은 난제의 해결 과정을 보면 단순히 복잡한 계산만으로 풀린 것이 아니라 공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비전과 큰 틀을 제시한 서스톤, 해밀턴 등 선각자들이 나타나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학자들이 더 추상적이고 어려운 문제를 만드는 이유는 특정 시점에 도달했을 때 전체 틀 안에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기본원리를 이해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함의를 찾고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단언했다. 백 교수는 그러나 최근 수학 연구에서는 AI와의 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사람이 자연어로 적은 내용을 컴퓨터가 논리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바꾸는 '형식화(Formalization)' 기술을 통해 AI가 생성한 증명의 정확성을 라인별로 한 줄 한 줄 체크할 수 있게 되었다. AI는 기존 도구를 조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자동화 증명)에서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성능을 보여준다.
따라서 백 교수는 대학교육 재설계 방향에 대해 교재의 정의를 단순히 따라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과 함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 나가는 통찰의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을 강조했다.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연구의 흐름(워크플로우)을 설계할 수 있다면, 각 단계의 구체적 해결은 AI와 협업해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AI 시대의 교육은 기술적인 문제 풀이가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큰 문제를 정의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연사인 김주호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포켓몬이 아닌 트레이너를 키우는 교육'이란 제목으로 AI를 '인지 증폭'의 도구로 활용하며, 학생들을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다루는 전략가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과거의 교육이 교수가 학생(포켓몬)을 훈련시켜 대신 싸우게(실행하게) 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실행 영역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AI가 포켓몬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학교육의 목적은 학생을 뛰어난 포켓몬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 포켓몬을 잘 다루는 유능한 '트레이너'로 양성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 결과, AI를 단순한 정답 자판기로 사용할 경우 사용자의 자기 효능감이 떨어지고, AI가 사라졌을 때 본래의 실력도 저하되는 의존과 주의력 저하 현상이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이는 당장의 성과는 높여주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인과 팀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부채가 된다며 의존의 위험성과 인지 부채를 설명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15주 수업 내내 AI 에이전트를 트레이닝하고, 그 에이전트가 시험을 보게 하거나 팀으로 협업하는 방식의 현장 중심 PBL(Project-Based Learning) 강화 수업을 제안했다. 나아가 단순한 구현(Coding)에 시간을 쏟기보다 1~2주 안에 AI로 구현을 끝내고, 나머지 기간에는 실제 현장에서 사용자를 만나 문제를 개선하며 실질적인 임팩트를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는 교육 모델을 제시했다. 미래의 대학은 주어진 문제를 푸는 인재가 아니라, 연구자와 창업가처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세 번째 연사인 성민혁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생성에서 검증으로, 바이브 코딩과 기초 교육' 제목으로 최신 코딩 트렌드인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사례를 통해 AI 시대에 기초 지식이 역설적으로 더 중요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성 교수는 미국 스탠포드대 '현대적 소프트웨어 개발자' 과목을 이끌고 있는 안드레 카파티의 수업 내용을 요약했다. 그가 제안한 바이브 코딩은 직접 코드를 짜지 않고 말(자연어)로 지시하며 AI가 만든 결과물을 복사해서 붙여 넣는 방식을 말한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도 코딩 한 줄 없이 앱을 만드는 수업이 열릴 정도로 이러한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검증을 위한 기초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수업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며,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시스템 프로그래밍 지식과 이해도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AI는 항상 완벽하지 않으며 할루시네이션(환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물을 검증하고 수정(디버깅)하기 위해서는 전 과정에 대한 전문적인 기초 지식이 필수적이다. 성 교수는 이제 코딩 교육은 단순한 코드 생성이 아니라 코드 검증과 오케스트레이션(시스템 설계 및 운영)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이 아무리 빨리 변해도 시스템을 설계하고, 직접 작성하지 않은 코드를 분석하며, 최종 20%를 완성하는 판단력과 사고력은 변하지 않는 핵심 역량이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성적 평가는 AI 사용을 막는 것이 아니라, AI가 만든 초안을 어떻게 확장, 활용하며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코딩 교육 패러다임의 시프트'를 강조했다.
마지막 연사로 등장한 홍승범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교무처장)는 '감성 소통과 사고의 수준을 높이는 교육'을 주제로 연설했다. 홍 교수는 대학교육의 행정적 뒷받침과 함께, 인간 고유의 가치인 감성과 정치적 안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대학 교육은 뇌를 훈련시키는 체육관처럼 사고력 증진을 위한 일종의 '브레인 짐(Brain Gym)'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오히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고 수준을 높여주는 진짜 스승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홍 교수는 또한, 학생 간의 공정성을 위해 대학 차원에서 고성능 AI 라이선스를 일괄 배포하는 등의 행정적 지원도 건의했다. AI가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지만 '무엇이 인간에게 중요한 문제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완벽한 인공 다이아몬드보다 천연 다이아몬드에 가치를 부여하는 인간의 심리처럼, AI가 이해하기 힘든 인간만의 가치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미래의 과학자는 기술뿐만 아니라 정치와 정책을 이해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아나 결핵처럼 기술적 해결책은 이미 존재하지만 사회적·정치적 이유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감성 소통 능력과 배려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대학은 이러한 감성 교육을 강화해 인류 난제를 해결하는 리더를 육성해야 한다고 감성 교육과 과학적 리더십을 강조했다.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