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자력연구원, 美 SMR 시장 진출 컨설팅 착수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5-29 13:09:07

공기업, 공공기관, 민간 기업 등 진출 전략
현지 법인 설립, 업체 인수 시 걸림돌 파악
트럼프, 원전 4배 확대 추진..."원자력 시대"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주목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한국 기업들의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원전 확대를 추진키로 한 것도 기존 대형 원전이 아닌 SMR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사전 전략 분석인 셈이다. 

 

SMR은 상대적으로 안전성에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차세대 원전의 핵심이다. 주요 대선 후보들도 SMR을 적극 추진하거나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정책적 추진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SMR 발전소 조감도. [뉴시스]

 

29일 국가종합조달시스템에 따르면 원자력연구원은 최근 '미국 SMR 시장 진출 전략 컨설팅' 용역을 발주했다. 1959년 정부 출연으로 설립된 이 곳은 국내 대표적인 원자력 종합 연구개발 기관이다. 

 

공기업, 공공기관, 민간 기업 등이 현지 법인 설립 형태로 미국 원자력 시장에 직접 진출하려 할 때 예상되는 법적, 정치적, 산업적 장애물을 파악하고 극복 전략을 마련하려 한다. 

 

지난해 7월 제정된 미국의 '원전 배치 가속화법'(ADVANCE법)은 외국인의 원자력 기업 소유와 통제 금지를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연구원은 이번 용역을 통해 관련 법규 내용을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다. 

 

법적 허용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다른 원자력 제도와 산업 특성을 감안해 한국 법인들의 직접 진출 가능성과 애로사항을 분석한다. 또 미국에서 원자력 사업을 할 경우 SMR 기술은 미국 법의 통제를 받게 될 것이므로 제3국 수출 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과 극복방안을 찾으려 한다. 

 

한국 법인이 미국 원자력 기업을 인수할 경우 예상되는 어려움과 전략도 연구 과제다. 원자력연구원은 제안요청서를 통해 "원자력은 민감 기술로 고도의 통제 대상인 점을 감안해 미국 원자력 기업 인수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외국인 투자, 수출 통제, 지식재산권 분야 법제를 포괄적으로 조사할 것을 요망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의 연구소가 공동으로 개발한 지식재산권 관련 우리 측 지분의 보장 방안도 검토한다. 미국 현지의 SMR 인허가 절차와 원전 운영사 취득 요건, 전력사업자 규제와 인허가 등을 분석하고 궁극적으로 한국 SMR 기술의 가장 바람직한 미국 진출 형식 제안을 제시하려 한다. 


미국 원전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시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원자력 발전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내용의 4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원전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4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1978년 이전 미국에는 133개의 원자로가 건설됐으나 이후로는 2개의 상업용 원자로만 신규 가동됐는데 규제 때문이었다는 게 백악관의 인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는 원자력 시대"라고 강조했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조치와 관련해 "이번 행정명령으로 가장 큰 원전 시장인 미국으로의 대형 K-원전 진출 속도가 기존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 담긴 세제 법안도 지난 22일(현지시간) 미 하원을 통과했는데,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는 대폭 축소되거나 조기 폐지되는 반면 원자력은 계속 유지되는 내용이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법안에는 SMR 업체들의 공격적인 로비가 효과를 발휘했다"면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SMR 개발사인) 오클로(OKLO.US)가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00% 이상 증가한 42만4000달러의 로비 예산을 집행했다"고 전했다. 

 

또 현재 미국 내 건설 진행 중인 대형 원전이 없다는 점과 평균 10년의 건설 기간 등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설치가 용이한 SMR에 유리한 법안이라는 평가다. 

 

박 연구원은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전통적인 원전 강국들은 신규 건설보다는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차세대 기술인 SMR 개발과 핵연료 공급망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원전에 가장 적극적이다. 현재 32% 수준인 원전 비중을 60%로 늘리겠다며 대형 원전 추가 건설과 SMR 조기 상용화를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방점을 찍고 원전에 대해서는 안전성 등 면에서 부정적이다. 하지만 SMR에 대해서는 "연구해야 한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국회에는 국민의힘 이철규, 구자근 의원이 각각 발의한 원전 지원 특별법안이 발의돼 있는데 SMR의 보급과 확산 지원이 골자다. 민주당에서도 선대위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정아 의원과 허성무 의원이 SMR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MR은 AI 시대를 맞아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측면에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7개 국가가 83개 노형(원자로 형태)의 SMR을 개발 중이다. 구글은 지난해 SMR 개발사인 미국 카이로스파워와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무엇보다 안전성 면에서 대형 원전에 비해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대형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이 지진이나 쓰나미 등 천재지변 발생 시 배관이 파손되어 방사성 물질의 누출 우려가 매우 높다"고 짚었다. 

 

이어 "SMR은 구조적으로 주변 기기를 잇는 배관을 없앰으로써 냉각재 유실 사고의 위험성이 제거되어 안전성이 증대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경제성 면에서는 발전량 대비 전력 생산 단가가 대형 원전보다 높을 수밖에 없지만, 모듈화의 특성상 완제품을 운송해 설치하므로 설계가 단순해지고 설치나 제거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에너지 플랜트 전문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와 원전 설계사인 한국전력기술, 건설업계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전날 SMR 공사의 핵심인 벽체를 강판 콘크리트 모듈화 공법으로 제작해 실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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