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성년' 염정아 "감독은 타고난 재능, 내가 잘하는 건 사랑"

홍종선

| 2019-04-23 13:19:10

'완벽한 타인' 'SKY캐슬' '미성년' 통해 최고 배우로 '우뚝'
"진심 다한 연기, 캐릭터 속을 파서 겉과 안을 모두 표현"
“김윤석 감독 첫 번째 영화에 출연해 영광…차기작 기대"
"타고난 재주 없어…아이들에게 사랑 주는 건 잘해" 겸손
▲ 영화 '미성년'의 주인공 영주를 연기한 배우 염정아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배우 염정아를 두고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고들 말한다. 아니다. 2019년 오늘 대한민국 최고의 여자 배우다.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의 현실감 높은 아내 연기, 착하지만은 않은 캐릭터라 해도 그가 연기하면 대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 준 드라마 'SKY캐슬'에서의 엄마 연기, 그리고 영화 '미성년'을 통해 확인된 상처 받은 여자이자 아내지만 그래서 더욱 강해지는 엄마로서의 복합적 심상을 완벽하게 그려낸 명연기. 염정아 아닌 누가 가능했을까. 배우 염정아에게는 자신의 연기를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자신의 작품세계 안으로 들어온 이를 제 편으로 만들어 그에게 공감하고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 염정아를 만나 보니 본인이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지 그래서 얼마나 예뻐 보이는지 잘 모르고 있다. 끊임없이 자신의 연기를 의심하고 변함없는 자세로 오늘을 살고 주어진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바로 거기에 배우 염정아의 '최고' 비결이 있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시종일관 기자들의 칭찬에 부끄러워하는 염정아, "어머, 이 분들 오늘 작정하고 오셨나 봐요"라고 말하며 볼이 발그레해지는 염정아, 그러면서도 화려한 언변은 아니지만 자신의 연기관을 또박또박 말하는 염정아를 볼 수 있었다. 즐겁고 유쾌했던 분위기, 겸손해서 더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염정아의 느낌을 가능한 옮겨 본다. 첫 질문부터 칭찬이었다.


▲  영화 '미성년'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염정아 [쇼박스 제공]

ㅡ'완벽한 타인'의 유해진, 이서진 배우가 이구동성으로 연기 정말 잘한다고 칭찬하더라고요. 같은 배우, 연기 전문거들에게 이런 평을 듣는 비결은 뭔가요?

"어머, 그런 얘길 했어요? 저 앞에 두고는 얘기를 안 하니까. (뜸) 감사하죠."

ㅡ 유해진 배우가 말하길 계속해서 자기 연기에 대해 의심한다더라고요. 놀라웠어요, 자신의 연기 결과물도 보고 주위에서 얘기도 들을 텐데 이런 초심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게요.

"당연한 거라서, 너무. 매번 역할이 어렵거든요. 이번 ('미성년' 영주) 역할도 그렇고 '완타'(완벽한 타인) 때도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아요. 저한테 (스포트라이트가) 오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럴 땐 정말 엄청 긴장해요. 내가 살려내지 못 하면 의미가 없는 신(Scene)인데…. 근데 그분(유해진 등)들도 그렇게 하셨는데, 다 그랬던 것 같아요."

"이건 있어요. (내게 오는 장면은) 꼭 살려야만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요. 능력이 안 돼 못 살리면 몰라도요."


▲ 염정아가 연기하면 캐릭터는 인물이 된다. 영화 '미성년' 스틸컷 [쇼박스 제공]

ㅡ '미성년' 때도 그랬나요? 영주에게 주목하고 염정아에게 맡겨진 장면이 많잖아요.

"매 신이 너무 고민스럽고 어려웠어요. 역할 자체가 해석하기 어려웠어요. 김윤석 감독님이 현장에서 다 잡아 주지 않았으면 어디로 갔을지 몰랐을 정도로 헷갈렸어요. 영주가 선택하는 모든 것들이 일반적이지 않아요, 그런데 내가 표현하잖아요. 매번 물어보고, 다시 물어보고, 도와 달라고 하고. 영주, 쉽지 않았어요."

"아, 감독님이 이런 영주를 원하셨구나. 완성된 작품 보고 깨달은 면이 있어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느끼고 있고요. 배우로서가 아닌 감독으로서의 김윤석 선배님은 굉장히 섬세하고 꼼꼼하고, 자상한 건 말할 것도 없고, 연출을 너무 잘하시는 분인 것 같아요. 철저한 준비, 하나도 놓치지 않은 것 같아요. 신인감독인데 당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ㅡ (본인 자랑 좀 해 달라 하니 감독에 대한 칭찬과 존경을 표하는 염정아. 내친 김에 물었다.) 감독 김윤석에 대해 좀 더 얘기해 주세요.

"연기라는 게 강요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자신이 배우라 너무 잘 알아요. 자연스럽게 끄집어내야 한다는 걸 아는 거죠. 디렉팅을 정말 이해하기 쉽게 쏙쏙,제 눈높이에서 해 주셨어요. '정아 씨, 이런 기분에서 이렇게 연기했죠. 그런데 이렇게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피상적으로가 아니라 내가 고민하던 지점을 딱 짚어 주시는데(감탄). 골프의 원 포인트 레슨처럼 방향을 확 바꿔 버리시니까(또 감탄)."

"관객 분들이 기존의 감독님 이미지, 소재 때문에 무거운 영화로 아실까봐 걱정이에요. 재미있는 영화인데, 블랙코미디 요소도 많고요. 그런 선입견을 버리셔야 할 것 같은데. 여배우 넷이 다 울었어요, 웃음 나는 신에선 많이 웃고. 관객 분들도 절대 심각하지 않으니까 웃음 기대하고 보시면 좋겠어요."

ㅡ 영주 얘기를 더 해 보죠.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뻔하지 않은 영주로 잘 소화했어요. 어떤 인물로 비쳐지길 바라며 표현했나요?

"그런 일(남편의 외도)이 생겼다 할지라도 이 일로 나도 망가지고 싶지 않거든요. 내 아이한테도 더 이상 나쁜 영향이 없었으면 좋겠고요. 그런데 미희(김소진 분)를 밀친 것에 대한 죄의식이 영주를 너무 잡고 있어요. 이런 복합적 감정 때문에 울기도 하고 잠도 한숨 못 잤을 거고요."

"대원(남편, 김윤석 분)에게 딱 한 번 물어보잖아요. '성욕이야 사랑이야, 대답해'. 더 이상 이 남자와 할 얘기가 없어요. 재산 보니 행복한 가정생활 했었고, 헤어질 생각 없었으니 모든 재산을 남편 이름으로 했고. 딸 하고 살아야 하니까 현실적 생각도 했을 거고. 고해성사에서 속마음을 딱 한 번 털어놔요. 여기서 주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전복죽 끓여 미희에게 가죠. 안 좋은 일 겪었으니 망가져 있는 걸 보고 싶었을 거고. 나는 너 같은 여자랑 달라, 더 큰 사람이야! 그래야 내 마음이 더 편하다, 이렇게 마무리 짓고 앞으로 사람답게 살고 싶었어요. 갈 데가 거기밖에 없었어요, 이 일을 공유할 사람이 그 여자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 심정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이런 모든 게 영화 보고 느낀 거예요, 연기할 때는 명확히 잘 모르겠더라고요."


▲ 작품 안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염정아는 배우다. 영화 '미성년' 스틸컷 [쇼박스 제공]

ㅡ (염정아로 시작해 영주가 되어 얘기를 하다 염정아로 마무리하는 모습. 짧은 드라마를 보는 듯 빠져 들었다.) 드라마 'SKY캐슬' 때도 그렇고, 보는 사람 마음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요. 사실 도덕적이고 올바른 일을 하는 캐릭터는 따로 있는데 사랑은 한서진, 염정아 씨가 받았어요. 작품 선택할 때도 이렇게 사랑받을 걸 알았나요?

"저는 그런 사람을 더 응원하는 걸 알아요. 관객들이 좋아하셔요. 다만, 사람은 누구나 다 이런 면 저런 면을 가지고 있는데 피상적으로 외적으로 나타나는 면으로는 관객을 설득할 수 없어요. 캐릭터 안과 속을 다 보여줘야 해요. 그런 점에 중점을 두고 연기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진심으로 하는 거예요. 그 여자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가 다 있거든요. 겉만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 속을 파내서 보여드리는 건데, 저 혼자 하는 건 아니고 작가님과 감독님이 써 주시고 만들어 주시는 거예요."

ㅡ (입만 열면 김윤석 감독에 대한 칭찬이다.) 배우가 감독인 영화, 그것도 연기마스터라 불리는 선배의 영화에 출연하는 일, 쉽지 않은 선택인데요. 어떤 점이 좋아 선택했나요?

"그 우려가 없었어요. 시나리오가 그렇지 않았어요. 이 영화와 거의 똑같은 시나리오였어요. 전혀 그런 생각이 안 들었고요. 사적인 친분이 없었기에 두려움이 있고, 카리스마 넘치셔서 연기 못한다고 하실까봐 무서웠던 것뿐이죠. 그런데 작업해 보니 제가 알고 있던 선입견을 가진 분이 아니더라고요."

"내 바닥을 보는 사람은 감독님밖에 없을 것이고, 관객들한테 그 바닥을 안 보이게 해 주실 분이고, 절대적으로 그런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김윤석(또박또박) 감독님의 첫 영화에 출연할 수 있어서 제게 영광이었습니다."


▲ "에뻐 보이고 싶은 욕구? 작품 속 인물로 보이는 게 중요해요"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ㅡ (본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 필요했다) '완벽한 타인' 때도 그렇고 이번 '미성년'에서도 영화 속 민낯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그래서 영화 밖 모습이 더 빛나고요. 드라마 'SKY캐슬' 때도 어찌나 못나게 우는지^^. 배우지만 예뻐 보이고 싶은 욕구, 있을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런 생각) 전혀 안 해요. 미워 보인다고 생각을 안 해요. 울 때 그렇게 안 우는 사람 있나요? 제 눈에는 미워 보이지 않아요, 화난 모습일 때 더 밉지. 그리고 평소에 잘 안 울어요, 영화 볼 때 울죠(웃음)."

"꾸미지 않는 역할이라고 해서 안 예뻐 보이는 게 아니에요. 영주도 처음에 등장했을 때 놀라셔서 그렇지(웃음) 사실은 딱 그 캐릭터로 봤을 때 색조 안 하고 베이스만 했는데 예쁜 사람이죠. 영주가 겪는 고통에 맞게 얼굴을 건조하게 만들었어요, 파우더 많이 발라 거칠게 한 거죠. 감독님이 잘 설정하신 것 같아요. 예뻐 보이는 것보다 그런 게 더 중요한 거죠."

ㅡ 배우 출신 감독, 여자 배우는 드물어요. 방은진 감독 정도인데, 그 바통을 이을 생각은 없나요?

"저는 아니에요, 요만큼도. 너무 신기해요, 어떻게 하지? 따로 타고나는 재능이다 싶어요. 저는 아예 없습니다."

"저도 잘하는 거 있어요(귀여운 눈웃음). 사랑을 주는 것, 애들에게 사랑을 주는 것. 재주는 없어요.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아니고 음악도 운동신경도, 재주는 없어요. (뜸) 눈치 빠르고 촉이 빨라요."

ㅡ '범죄의 재구성' '장화홍련' 일일이 말할 것도 없이 과거부터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지만, 그때는 동급최강이라 여겼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완벽한 타인' '미성년' 보며 대한민국 최고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성장하는 비결은 뭘까요?

"그렇게 봐 주셔서 감사한데요. 저는 그냥 똑같은데…. 더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한 것밖에 없는데. 비결 없는데 어떡하죠(난감, 멋쩍은 웃음)."

"어느 순간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 좋고, 현장 가는 게 즐겁고, 캐릭터 만나는 게 설레고, 그러면서 열심히 안 할 수 없었고. 그런데 운이 좋아서 좋은 작품들 만났고, 갑자기 사랑을 갑자기 받게 됐고. 그거예요(웃음)."

"제2의 전성기라는 말 저도 들었죠.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가? 다만 그냥 저 자신한테 생긴 변화는 없는데 어디 갈 때마다 좋아한다고 표현해 주는 젊은 팬들이 생겼다는 거가 달라요. 여학생들이 많아요."


▲ 영화 '미성년'의 주역들. 배우 염정아, 김소진, 김혜준, 박세진 그리고 김윤석 감독 [쇼박스 제공]

ㅡ 그럼, 앞으로 어떤 연기하고 싶다, 이런 것은 있을까요?

"그런 게 없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니 시나리오 많이 들어오고 할 수 있는 게 많아져서 좋아요. 영화 '시동' 열심히 찍고, 그 다음 재미있는 작품 만나 열심히 해야죠."

ㅡ ('시동'은 마동석, 박정민, 정해인과 주연을 맡은 영화다) 그 다음 작품이 드라마일 수도 있을까요? 기다리는 시청자 분들 많을 텐데요.

"(웃음) 너무 잘된 드라마를 해 놔서. 잘돼도 보통 잘됐어야 말이죠."

"연기는 똑같은 것 같아요. 영화는 러닝타임 제한이 있으니까 드라마처럼 펼쳐서 다 보여 드리는 게 아니라 응축해서 보여드리는 신들이 많은 거고, 드라마는 다 펼쳐서 보여 드릴 수 있고. 각각의 매력이 있어요. 그리고 배우라는 게 제가 택하는 게 아니에요. 선택 받는 거죠. 요즘 잘돼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고 그렇게 여기저기서 저를 찾지 않았어요(웃음). 지금은 운때가 몰려서 그런 거고 배우라는 게, 잘된다는 게 어떻게 할래야 할 수가 있는 게 아니에요."

영화 '미성년'은 개봉 열이틀 동안 25만명이 관람했다. 염정아의 말대로 그게 무엇이든 잘된다는 게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라지만, 영화의 완성도와 '미성년'을 보는 동안 맛볼 수 있는 공감과 웃음을 생각해 보면 아쉽기 그지 없는 성적이다. 요즘 극장가는 야박하다. 역주행의 기회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IPTV도 좋고 어떤 터미널로든 챙겨볼 만한 수작이지만 기왕이면 극장에서 볼 수 있게 서둘러 보는 건 어떨까. 놓치기엔 아까운 염정아의 연기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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