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50%, 지각비…청소년 사채 '댈입' 아시나요?

황정원

| 2019-04-01 11:37:50

청소년 대상 불법 사채 '댈입' 성행
술·담배 등 청소년 유해 약물 대리구매도 기승

"'댈입' 해드립니다. 양식은 (빌릴 금액/수고비/반납일)입니다. 금액은 1000원부터 받습니다. 입금은 3일 내로 해주시는 분 우대합니다. 양식 확인 후 개인정보(이름·생년월일·연락처·신분증) 확인합니다. '알계'(부계정)는 안 받을 확률이 높으니 되도록 본 계정으로 '디엠'(메시지) 주세요. 반납일 안 지키시는 경우 지각비 10% 있습니다"

"미성년자 담배, 술 대리구매 해드립니다. 술은 3캔(병,팩) 이상부터, 담배는 3갑 이상부터 거래 가능합니다. 술은 (원금+2000원), 담배는 (원금+2000원)에 팝니다. 택배로 거래하되, 직거래도 가능합니다. 문의는 '디엠' 주세요" 

 

▲ 인터넷과 SNS를 이용한 불법행위에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성인 인증 없이 술·담배를 구매하거나 심지어 돈까지 빌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셔터스톡]


인터넷과 SNS를 이용한 불법행위에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성인 인증 없이 술·담배를 구매하거나 심지어 돈까지 빌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리입금 이자율 30~50%에 달하기도

여성가족부가 전국 초중고 재학생 1만 56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1월 발표한 '2018 청소년 유해환경 실태 및 대응 방향'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1581명이 최근 1개월 동안 술을 경험했고 담배는 601명이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 중 SNS를 통해 술을 대리 구매한 청소년은 175명(11.1%), 담배는 126명(21%)으로 나타났다. 

 

▲ SNS에 올라온 '술·담배 대리구매' 판매 글 [트위터 캡처]


청소년에게 술, 담배 등 청소년 유해 약물을 사다 주는 것은 엄연히 처벌 대상이다. 부탁을 받거나 돈을 벌 목적으로 술, 담배 등을 대리 구매하는 것은 청소년 보호법상 금지돼 있다. 하지만 SNS상에 '술·담배 대리구매'를 검색해보면 수백여 건에 달하는 판매 글이 등장한다. 가격은 원가를 훨씬 웃돌지만, 직접 술과 담배를 구매하지 못하는 미성년자들이 이용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대리입금', 줄인 말로 '댈입'까지 성행하고 있다. 대리입금이란 의뢰인의 계좌에 일정 금액을 타인이 대신 입금해주는 거래 방식이다. 간단히 말해 신종 학생사채다. 급할 때 소액의 돈을 빌리고 후에 수고비 명목으로 이자를 더해 돌려준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10대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댈입'을 '업'으로 삼아 청소년들에게 돈을 대출해주는 계정도 있다.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리입금' 또는 '댈입'을 검색하면 관련 글이 수십 건에서 수백 건까지 나온다. 네이버밴드의 경우엔 대리입금 그룹이 22개나 나왔다. 대리입금 모집자들은 적게는 몇천 원 대에서 많게는 20~30만 원 정도 금액을 빌려준다.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거래 금액은 5만 원대 안팎이었다. 통념상 소액으로 여겨지는 수준이다. 의뢰인들이 대리입금 모집자들에게 정해진 양식에 따라 거래를 요청하면, 모집자들은 양식을 확인한 뒤 이름, 연락처, 신분증 등 원하는 개인정보를 받은 뒤 돈을 빌려준다. 심지어 가족이나 친척의 연락처나 학교명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자를 받는 대부업은 허가가 필수다. 김현수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부업법상 돈을 빌려주는 자가 위치한 곳의 관할 구청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돈을 빌려주면 명백한 위법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청소년들이 여가와 취미생활을 위해 이러한 '소액 급전'에 몰린다. 청소년들은 아이돌 팬클럽 행사나 공연 티켓 구매, 상품 구매 등 짧은 시간 내에 입금해야 하는 경우, 이를 손쉽게 해결할 방법으로 대리입금을 찾는다. SNS상에는 "팬미팅 48800원 댈입 가능하신 분 있나요", "6만원 댈입 구해요 팬미팅 진짜 못 가게 생겼어요" 와 같은 글들이 넘쳐난다.

대리입금의 이자율은 수십 퍼센트에 달해 고리대금업에 가깝다. 현행 이자제한법상 법정 최고금리는 연 24%이다. 수고비 명목으로 지급되는 이자는 금액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부분 5만 원을 빌렸을 경우 2~3만 원, 10만 원을 빌렸을 경우 5만 원 정도다. 대출액수가 크면 이자도 커진다. 이자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에 달한다. 급한 의뢰인의 경우 수고비를 원하는 만큼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지각비'(연체료)도 하루 5000원부터 시작되는 등 천차만별이다. 

 

▲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청소년들이 여가와 취미생활을 위해 이러한 '소액 급전'에 몰린다. [트위터·카카오톡 캡처]


개인정보 도용 등 2차 피해 위험성도

이러한 대리구매 및 대리입금은 2차 피해도 빈번하게 불러온다. SNS에 올라온 거래 후기를 살펴보면 돈을 입금하고도 주문한 물건을 받지 못했다거나, 빌려준 돈을 받지 못했다는 피해를 호소하는 글도 꾸준히 올라온다.

청소년들이 돈을 빌리기 위해 제공한 개인정보가 언제든지 도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연체 시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등의 행위 때문이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김현수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체 시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등의 행위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애초에 개인정보를 취급할 권한이 없는 자가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 자체도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SNS를 통한 대리구매나 대리입금이라는 새로운 수법에 대해서도 감독과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SNS가 익명이 담보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행해지는 사이버수사대의 접근 매뉴얼만으로도 얼마든지 모니터링과 단속이 가능하다"면서 "업으로 행해지는 사채의 경우 현재의 자본시장 규제법과 이자제한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므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청소년들 간에 이루어지는 소액의 대리입금은 단속과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10만원 미만의 소액 대리입금은 이자율이 아무리 높아도 이자제한법의 대상이 아니고, 미성년자라는 신분 탓에 거래 자체도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현수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으로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가 없다면 애초에 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계약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원인 무효"라면서 "결국 가정과 학교에서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SNS를 통한 대출행위가 법리상 엄연히 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지적하는 등의 지속적인 계도와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황정원 기자 hjw@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