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차장, 김앤장 변호사 만나 대법 제출 의견서 지침 전달
'요청서'를 '촉구서'로 바꾸고 "개정 지침 언급 추가" 지침도
양승태 사법부가 일제 강제징용 소송에서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한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소송서류 제출을 조언하고, 이를 검토해 첨삭까지 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0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015년 5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기획조정실장)이 김앤장 송무팀의 한상호 변호사를 직접 만나 김앤장이 대법원에 제출하면 좋을 의견서 작성에 대한 지침을 전달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4일 밝혔다.
임 전 차장 공소장에 따르면, 법원행정처가 외교부 2차관 등과 접촉해서 소송을 지연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임 전 차장이 피고 측 변호인에게 '정부 의견 요청서'를 접수하라고 조언했다. 이를 외교부에 전달해 외교부가 전후 배상문제 처리 등과 관련한 외국 사례를 대법원에 제출하게 하고, 이를 계기로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회부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이에 김앤장 측은 '외교부 의견서 제출 요청서'라는 소송서류를 만들어 임 전 차장에게 검토 받았다. 임 전 차장은 서류 제목을 '요청서'에서 '촉구서'로 바꾸도록 첨삭해줬다. 개정된 대법원 민사소송지침을 언급하는 내용을 추가하라는 지침도 내려 줬다.
김앤장은 이렇게 작성된 '외교부 의견 제출 촉구서'를 2016년 10월6일 대법원에 냈으며, 외교부는 11월29일에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런 사실은 지난달 12일 검찰이 곽병훈 김앤장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5~16년 사이에 한상호 변호사를 대법원 집무실 등에서 세 차례 이상 만난 사실도 포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