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이전'으로 역행하는 與…지지층 겨냥한 강경론 판쳐

박지은

pje@kpinews.kr | 2025-01-05 15:13:36

'尹 체포영장·탄핵사유 내란죄 삭제' 고리로 與 강경론 무장
'대결 정치'로 탄핵정국 돌파…보수층 결집에 지지율 회복세
친윤 주도, 윤상현은 尹대변…'조기 대선' 겨냥 잠룡도 전면에
홍준표 적극, 원희룡도 침묵깨고 참전…오세훈, 이재명 때리기

국민의힘이 강경론으로 무장하고 있다. 지지층만을 겨냥한 '대결의 정치'로 수세적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등지기보다 감싸며 탄핵소추안 가결을 문제삼고 나섰다. 압도적인 탄핵 찬성 여론을 외면하며 '탄핵 이전'으로 역행하려는 모양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면 취임사를 통해 "계엄과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친 점을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여당의 첫 공식 사과였다.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태도를 확 바꾼 셈이다.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와 집행 시도가 기폭제로 작용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 몰린 지지자들에게 "끝까지 싸우겠다"는 편지를 배포했다. '체포 저지 선동 메시지'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건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다시 의결해야 한다고 반격에 나섰다. 지지층을 결집해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친윤계는 대야 공세를 주도했다. '윤핵관' 권성동 원내대표가 앞장섰다. 특히 윤상현 의원은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던 지난 3일 관저로 달려가 윤 대통령을 만났고 입장도 대변했다. 윤 의원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 등 일련의 과정으로 대한민국 사법 체계가 붕괴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며 "대단히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잠룡들도 전면에 나서는 흐름이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보수층 표심을 잡겠다는 계산이 읽힌다. 차기 경쟁이 맞물리면 강경론이 앞으로도 득세할 공산이 크다. '쇄신'을 촉구하던 비윤계 목소리는 거의 실종된 상태다. 

 

최근 조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홍준표 대구시장이 가장 적극적이다. 홍 시장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재판소는 민주당이 불법 탄핵 소추한 사람들부터 조속히 심리해 판단을 내린 뒤 대통령 탄핵은 그다음에 심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헌재가 사건 접수 순번을 어기고 새치기 탄핵을 시도한다면 그건 재판이 아니라 이재명의 시간을 맞춰주기 위한 정치 모략에 불과하다"고 했다.

 

전날 페이스북에는 헌재가 탄핵 사유에서 내란 혐의를 제외할 것을 국회 탄핵소추단에 권유한 정황에 대해 "헌재 안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역자라도 있나"라고 썼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오랜 침묵을 깨고 참전했다. 원 전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내란죄 삭제 문제에 대해 "기존 탄핵소추안은 당연히 실효되고 국회에서 다시 의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내란죄가 탄핵소추안에 없었다면 탄핵소추안은 통과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내란죄 삭제를 비판했다. 오 시장은 계엄을 반대하고 탄핵소추와 헌법재판관 임명을 찬성했다. 그러나 내란죄 삭제에 대해선 이 대표와 각을 분명히 세우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본인 재판 판결이 나오기 전 탄핵을 앞당겨 대통령 되는 길을 서둘겠다는 정치적 셈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 대표의 집권욕이 대한민국 법체계를 마구 흔들고 있지만 행정공백이나 민생공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홍·오 시장, 원 전 장관은 한동훈 전 대표와 함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게 최근 여론조사 결과다. 서로 기선을 잡기 위해 탄핵 정국에서 제 목소리를 높이려는 것으로 비친다. 

 

국민의힘은 전날 의원총회를 열고 입장문을 통해 "국회는 새로운 탄핵소추문을 작성해 탄핵안 재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핵심을 탄핵 사유에서 제외한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니라 찐빵 없는 찐빵"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급락했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의 지난달 2주차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25.7%)은 민주당(52.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12월 4주차 조사에선 국민의힘(30.6%)이 민주당(45.8%)과의 격차를 많이 좁혔다.

 

에이스리서치가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40.4%, 국민의힘은 35.7%였다. 양당 격차가 4.7%포인트(p)로 오차범위 안이었다. 계엄 전인 지난해 11월 둘째주 조사에 비해 양당 격차(11.7%p)가 되레 줄었다.

 

국민의힘 선방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온다. "반(反)이재명 정서와 민주당의 '줄 탄핵'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적잖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겪은 보수층이 두 번째 탄핵 국면에선 결집도가 더 커졌다는 의견도 있다. '탄핵=이재명 당선'으로 인식한 보수와 중도 일부가 위기를 느껴 국민의힘을 밀어줬다는 얘기다. 

 

리얼미터 조사는 지난달 26, 27일 전국 1001명, 에이스리서치 조사는 지난달 29, 30일 전국 1010명으로 대상으로 실시됐다. 둘 다 ARS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응답률은 각각 4.6%, 1.9%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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