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경영권 상실
김이현
| 2019-03-27 10:51:17
20년 만에 대한항공의 경영권 내려놓게 돼
주주 손에 밀려난 첫 대기업 총수 기록 전망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의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표 대결에서 3분의 1 이상 주주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조 회장은 주주 손에 밀려난 첫 대기업 총수가 됐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은 "역사적인 사건", "자본시장 촛불혁명"이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등 4개 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대한항공 정관은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찬성 66.66% 이상이 필요했는데, 이날 2.5% 남짓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해 경영권을 지켜내지 못한 것이다.
이로써 조 회장은 1999년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에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내려놓게 됐다. 특히 최근 한층 강화된 주주권 행사에 따라 대기업 총수가 경영권을 잃는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 회장 연임안 부결은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는 전날 회의에서 조 회장 연임안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투표를 권고했다.
해외 공적 연기금인 플로리다연금(SBAF), 캐나다연금(CPPIB), BCI(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도 의결권행사 사전 공시를 통해 조 회장 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런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와 '큰손'들의 움직임도 외국인·기관·소액주주들의 투표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벌인 조 회장 연임 반대를 위한 의결권 위임 운동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현재 대한항공 주식 지분은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33.35%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 보유율이 11.56%, 외국인 주주 20.50%, 기타 주주 34.59% 등이다. 기타 주주에는 기관과 개인 소액주주 등이 포함돼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조기 정착,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성공적인 서울 개최 등을 위해 "항공전문가인 조 회장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주주들이 대거 등을 돌리면서 조 회장 경영권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이날 주총장에선 조 회장 일가의 갑질과 비리로 기업가치가 훼손된 데 대한 비판과 이에 맞서 의안을 신속히 처리하라고 요구하는 주주들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액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참석한 김남근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은 "회사가 기내면세품 등 납품 과정에서 조양호 이사와 세 자녀가 중간수수료를 챙기고 회사에 196억원 넘는 손해를 입힌 상황에 대해 이사회가 제대로 된 관리를 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주주 자격으로 참석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땅콩회항 사건부터 지금까지 조 회장 일가로 인해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진해운 지원으로 회사에 8000억원대 손실을 입히고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문제를 일으켰는데, 이사회가 어떤 관리를 하고 감사를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일부 주주들은 벌떡 일어나 삿대질을 하며 "국회의원이냐. 국회의원이면 국회로 가라"거나 "공산당이냐"고 소리쳤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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