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생활물가 상승과 어려워진 민생 해법은

조홍균 논설위원

hongkyooncho@korea.ac.kr | 2024-06-28 11:26:54

팬데믹 이후 식료품 가격 등 韓생활물가 16% 상승
美대선 승부에도 핵심변수···원인 진단은 구조적·다원적
민생 해법 긴요···농업생산성, 공급채널, 거래비용 살펴야

일반 경제학자와 당국은 물가상승률(inflation)을 중심으로 물가를 말하지만 일반 국민은 물가수준(price level)에 의존하는 패턴을 보인다.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물가는 빅이슈인데, 바이든 취임 이후 물가수준은 약 20% 상승했다. 식료품 가격의 큰 폭 상승을 체감하고 있는 미국 유권자들이 예전 가격 수준을 잊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에도 영향을 끼칠 큰 변수다.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65%가 이번 미 대선에서 경제가 아주 중요하다고 답했고 물가수준은 그 중 핵심 이슈로 꼽힌다.

 

▲ 서울 한 대형마트. [뉴시스]

 

한국은 물가 상황이 어떠한가.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7%까지 낮아지는 등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누적된 물가 상승으로 물가수준은 크게 높아져 있기에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높다. 특히 식료품, 의류 등 필수소비재의 가격 수준이 높아 서민의 생활비(cost of living) 부담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난달까지의 누적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4%에 달하며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의 누적 상승률은 16%를 상회하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의 물가를 심층 분석한 이번 달 한국은행 논문에 의하면 식료품, 의류, 주거 등 의식주 비용이 OECD 국가 평균보다 크게 높으며 이는 1990년대 이후 심화되었다. 특히 식료품 가격의 경우 1990년 OECD 국가 평균의 1.2배 수준에서 최근 1.5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식료품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 것은 주로 과일,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오른 데 기인했다. 

 

한은 논문은 국내 농업의 낮은 생산성, 개방도,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여러 국내외 연구도 국가 간의 가격 격차가 주로 생산성 차이, 무역장벽, 거래비용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동일한 생산을 위해 필요한 투입량이 줄어 생산비용이 낮아지고 개방도가 높아지면 공급이 늘어나 가격 경쟁이 촉진되면서 물가의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농경지 부족, 영농 규모의 영세성 등으로 국내 농업의 생산성이 낮아 생산 단가가 높고 일부 과일, 채소의 경우 수입을 통한 공급이 주요국에 비해 제한적인 데다 농산물의 유통비용도 상승하고 있는데 기인한 것으로 평가했다. 경작지 면적 1ha(헥타르) 미만 경작농 비중은 한국이 31%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영농 규모가 영세한 데다 노동생산성이 OECD 국가 중 하위권인 27위다. 

 

더욱이 농가 고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에 따라 최근 작황이 부진했다. 미국 등 주요 농업 수출국과의 지리적 거리 등으로 유통기간이 짧은 신선 식품의 수입이 쉽지 않은 데다 운송비용도 높아 수입을 통한 과일, 채소의 공급에도 제약을 받고 있다. 영세한 생산 농가에 비해 도소매업체의 농산물시장 지배력이 확대됨에 따라 농산물 유통비용률(유통비용/소비자가격)이 1999년 39%에서 최근에는 50%로 높아졌다.

 

물가수준의 상승, 특히 생활물가의 상승은 일반 국민과 서민의 삶에 직접적이고 심대한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해법 마련이 긴요하다. 4개월여 남은 미 대선의 승부에서도 핵심 변수가 되는 이유다. 한은 논문이 언급하듯이 현상의 진단은 구조적이며 다원적 요인에 초점이 있다. 그렇다면 그 해법 또한 일률적(one-size-fits-all) 접근방식이 아닌 구조적이며 다원적 접근방법일 수밖에 없다. 

 

먼저 농업 생산성의 제고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여 농작물을 최적의 상태로 관리함으로써 품질을 높이고 생산량을 늘리는 첨단 영농방식인 스마트팜 조성 등이 한 예다. 좁은 경지면적, 농가 고령화, 기후위기 등으로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국내 농업 생산성을 자동화, 규모화 등으로 돌파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농산물 공급 채널의 다양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국내 농산물 시장은 곡물의 경우 이미 상당히 개방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채소의 경우에는 저장성이 낮은 점이 추가 개방의 효과를 제약할 수 있다. 수입 과일 가격은 국산에 비해 대체로 변동성이 낮아 국내 유통 과일의 다양성이 제고될 경우 과일 가격 변동성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수입이 과도할 경우 국내 생산기반이 약화되면서 국산 과일의 생산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유의하여야 하며 농가 손실을 방지하고 식량 안보를 확고히 하는 정책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과일 수입 개방 확대가 과일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으면서도 개방도가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에는 오히려 과일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최근 연구 분석도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다음으로 거래비용 이슈다. 영세한 국내 농가는 가격 협상력이 약해 공급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유통업자가 제시하는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반면 유통업자의 경우 저장시설 등을 활용하여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재고 및 공급 조절을 통한 시장지배력이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농산물 유통구조의 효율화와 유통채널의 다양화 모색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199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더글러스 노스에 의하면 거래비용은 시장경제에서 발생하는 제반 코스트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거래에 수반되는 코스트는 물론 정보 수집 및 탐색에 투입되는 시간에 대한 코스트를 포함한다. 또한 거래비용은 제반 규제의 코스트와 감독, 조정, 모니터링 및 협상의 코스트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내용이다. 노스는 거래비용을 줄이는 효과적 제도설계와 정책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농업의 거래비용 이슈에도 새삼 다원적 시사점을 준다. 높아진 생활물가와 어려워진 민생에 대한 궁극적 해법의 하나는 우리 경제와 사회의 관련 거래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겉으로 민생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고비용과 비효율의 패턴을 강화하고 있는 제22대 국회의 여야 정치권 또한 그 타깃에 포함됨은 당연하다.

 

▲ 조홍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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