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넘쳐나는 대한민국,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이민재
| 2019-04-17 10:01:08
증오의 화살 불특정 다수에게 돌리는 가해자 속출
전문가들 "사회적 박탈감 해소할 제도 마련해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17일 아침 온 국민을 충격과 경악에 빠뜨린 진주 아파트 방화 및 살인사건을 포함해 올들어서만 이미 수차례의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언제, 어디서 범죄의 표적이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 및 살인사건은 여러가지 면에서 충격적이다. 40대 남성이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놀라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평소 아무런 원한관계에 있지 않았던 평범하고 약한 이웃을 대상으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부산 사상구의 한 커피숍에서는 A(19) 군이 공부하고 있던 여대생 B(20) 씨의 옆구리를 흉기로 찔렀다. A군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하고 비웃는 것 같다고 느꼈으며 "누구든 걸리면 죽이겠다고 마음먹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지난해에는 경남 거제에서 묻지마 폭행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20대 남성A(20) 씨가 거제시 한 선착장 길가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50대 여성을 수십 차례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이외에도 직원의 불친절을 이유로 든 '강서구 PC방 살인사건'등 '일면식도 없는 가해자'에 의한 묻지마 범죄는 최근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발생한 살인범죄 858건 중 '타인'에 의한 살인범죄가 27.9%로 가장 많았다. 이어 △ 친족 27.6% △이웃/지인 17.2% △ 애인 10.4% △ 친구/직장동료 9.7% △ 기타 5.6% △ 고용/피고용/거래관계 1.6%에 의한 살인범죄가 뒤를 이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범죄의 표적이 될 지 알 수 없으니 시민들 사이에선 "불안해 못살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원 이한욱(29·가명) 씨는 "묻지마 범죄 뉴스를 언론에서 접할 때마다 내게도 그런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며 "내가 피하려 한다고 해서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단순한 공포의 수준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근 5년간 통계를 보면 '묻지마 범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 가해자는 △ 2013년 54명 △ 2014년 54명 △ 2015년 50명 △ 2016년 57명 △ 2017년 50명으로 5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더 심각한 건 '묻지마 범죄' 대부분이 여성이나 어린이처럼 자기 방어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강력범죄라는 점이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묻지마 범죄 가해자의 절반 이상은 살인·상해범이었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의 원인이 '사회적 박탈감'에 있다고 분석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증오 범죄의 원인은 빈부격차 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좌절"이라며 "절대적인 좌절에 처하면 폭력적인 성향을 띈다는 사회심리학적 연구 결과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사회 안전망 밖으로 밀려나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을 공적 구제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여 범죄에 대한 유혹을 줄일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교수는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사회적인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며 "늘어나는 증오 범죄를 막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부연했다.
KPI뉴스 / 이민재 장기현 강혜영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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