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 빛과 엑시톤 기반으로 한 초집적 광 데이터 저장 기술 개발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 2026-03-04 10:03:41

"사진 지울 필요 없다"…한 칸에 수십만 배 더 담는 빛의 기술
향후 차세대 반도체 메모리 등 저장 기술 패러다임 바꾸는 전환점 될 것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용량이 부족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진을 지우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추억이 담긴 사진을 지우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 포스텍 연구팀 사진(왼쪽부터 구연정 박사, 통합과정 김수정, 이형우 박사, 통합과정 문태영, 박경덕 교수). [포스텍 제공]

 

포스텍 연구팀이 반도체 내부 입자인 '엑시톤'의 상태 변화를 이용해 하나의 저장 셀에 여러 단계의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새로운 광 데이터 저장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ACS 나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포스텍은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융합대학원·반도체대학원 박경덕 교수, 이형우 박사, 주희태, 문태영, 구연정, 김수정 씨 연구팀이 성균관대 김기강 교수팀, 펜실베니아대 Deep Jariwala 교수팀과 함께 기존보다 수십만 배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광 데이터 저장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스마트폰 사진 한 장 용량은 10년 전보다 10배 이상 커졌다. 초고화질 영상은 더하다. 여기에 AI 서비스 확산으로 생성·처리되는 데이터까지 늘어나면서 저장 공간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하드디스크든 USB든 기존 장치들은 전기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처럼 한 칸(셀)에 '0'과 '1' 두 가지 상태로 정보를 기록한다.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하려면 정보 저장 칸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 한 칸의 크기를 줄이다 보면 전기적 간섭과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빛을 활용한 광 저장 기술은 빛이 퍼지는 성질 때문에 나노미터 수준까지 집적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제약이 있었다.

 

포스텍 연구팀은 반도체 내부에서 빛과 전자가 결합해 형성되는 입자인 '엑시톤'에 주목했다. 엑시톤은 빛의 특성과 전자의 특성을 모두 가진 입자로 이 입자의 상태를 정밀하게 조절하면 하나의 저장 셀에서 여러 단계의 정보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신호등이 빨강, 노랑, 초록 색깔에 따라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듯 엑시톤 발광 밝기를 여러 단계로 나누어 하나의 셀에 두 가지 이상의 정보를 담는 방식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금속·절연체·반도체'를 쌓아 올린 나노 터널 접합 장치를 만들었다. 이 구조에서 전하 이동을 미세하게 조절하면 엑시톤이 또 다른 입자 상태로 변하면서 빛의 세기가 달라진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약 60nm 크기 단일 셀에서 세 단계 이상의 발광 상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저장층 두께를 15nm 이하로 얇게 만들어 소자를 더욱 촘촘히 쌓을 수 있는 기반도 확보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의 핵심은 정보를 '빛의 세기'가 아니라 반도체 내부 입자의 '물리적 상태'로 저장한다는 점이다. 빛을 이용해 비접촉 방식으로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어 장치의 마모와 손상을 줄일 수 있으며 기존 광 데이터 저장 기술이 가진 근본적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을 제시한다.

 

논문 제1저자인 이형우 박사는 "향후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서버, 차세대 반도체 메모리, 스마트 기기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될 경우 저장 기술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KPI뉴스 /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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