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판결' 압박 일 모리-박근혜 면담, 김앤장 고문이 주선
황정원
| 2019-01-22 09:52:39
박근혜 "국격 손상 안 되게 처리" 외교부에 지시
일본 고위 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강제징용 판결 관련해 "한일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압박했으며, 이 자리를 일본 전범기업 측을 대리하고 있던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인사가 주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검찰과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2015년 6월 '한일현인(賢人)회의' 인사들이 청와대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모리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에게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판결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이렇게 압박했다.
한일 관계 개선 모색 등을 목적으로 하는 한일현인회의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정·관·재계 원로들로 구성됐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가와무라 다케오 전 관방장관 등 일본 측 인사와 이홍구 전 국무총리,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 한국 측 인사들로 구성됐다.
이 자리는 당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근무하던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이 주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기업 측을 대리하는 김앤장 측 인사가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된 일본 측 의견을 대통령에게 개진할 수 있도록 해준 셈이다.
이 자리에서 모리 전 총리 등은 박 전 대통령에게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서 "일본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고,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드러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면담에 참석한 인물들의 메모 등을 확보해 이런 발언이 오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2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파기 후 항소심은 지난 2013년 7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고,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나라 망신이 안 되도록, 국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징용소송을) 처리하라"며 외교부에 지시했다. 일본 기업 측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지도록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 제출 등을 하도록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외교부는 국민 정서와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 체결로 악화된 여론 등을 고려해 의견서 제출을 미뤘고, 박 전 대통령은 다음해 4월 '모든 프로세스를 8월 말까지 끝내라'고 재차 지시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이후 외교부는 법원행정처와 협의해 신속히 의견서 제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일본 기업 대리인인 김앤장 측과 연락을 취해 의견서 제출 촉구서를 접수토록 했다.
검찰은 이런 과정을 거친 뒤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사법부 고위 법관들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KPI뉴스 / 황정원 기자 h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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