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없이 시간만 보내는 '고구마 尹'…'관저 정치' 말 돌아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4-04-18 16:18:46

총선 후 일주일 넘게 고심만…인사 논란에 '비선 의혹'
심판 민심에도 마이웨이…참패 원인·책임 불인정 자세
안 달라지면 신뢰 더 잃어…NBS 지지율 27% 위험 신호
한동훈 저격한 홍준표와 만찬…洪 '김한길·장제원' 추천

"큰일 났다. 이런 정권 처음봤다. 어떻게 인사 논란으로 시간만 보내냐." 

 

여권 관계자는 18일 "정권 망하게 생겼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총선에 참패했으면 서둘러 국정 쇄신과 민생 챙기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동관·양정철·장제원 등 비서실장 인선 문제로 시끄럽기만 하고 일주일 넘도록 내놓은 게 없다"고 개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정 쇄신의 가늠자가 될 인선과 메시지가 자꾸 꼬이는 모습이다.

 

▲ 지난 2월 7일 서울역 대합실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KBS 신년 대담에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의 사진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추진해도 국민들이 변화를 느끼지 못하면 정부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좋은 정책을 못 알아보는 무지한 국민들이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냐"는 등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국민 뜻 못 받들어 죄송하다"는 윤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을 추가로 알리며 진화에 나서야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비서실장 후임을 둘러싼 혼선은 가관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의원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검토된다는 보도가 발단이었다. 대통령실은 "검토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그러나 일부 참모는 "유력 검토가 맞다"고 엇박자를 냈다. 인선 업무와 무관한 윤 대통령 측근 그룹이 '진원지'로 지목됐다. 

 

'야권 인사 검토설'은 정무·인사·홍보라인은 물론 이 비서실장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단순 '메시지 혼선' 해프닝이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통령실 비선'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당선인(전남 해남완도진도)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정부 제2의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은 누구인가를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 정무·홍보수석 등 공식 라인과 함께 결정한 사안을 관저에 들어갔다 나온 뒤 뒤집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며 "김건희 여사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와 가까운 몇몇 참모가 인사와 메시지 등에 개입하는 것으로 안다"며 "최순실 씨와 함께 국정 농단 핵심 인물인 '문고리 3인방'처럼 대통령실에는 '4인방'이 호가호위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여권 내부에선 윤 대통령이 관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관저 정치'라는 말까지 나온다. 


사의를 표한 수석급 이상 참모진은 최근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통 부족을 자성하는 총선 입장문 발표가 되레 불통이었다는 '국무회의 모두발언' 헛발질도 그 여파로 여겨진다. 기존 국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모두발언 준비는 극소수 참모만 배석한 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충성파' 참모만 불렀다는 후문이다.

 

정 컨트롤타워 기능을 못하는 대통령실 난맥상은 결국 윤 대통령 탓이다. 무엇보다 총선 참패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러다보니 국정 방향과 운영 스타일을 바꾸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최대 패인은 오만·불통의 독선적·일방적 국정 스타일이 불을 지핀 '정권 심판론', 특히 '윤석열 심판론'이다.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 황상무 회칼 발언, 51분 의료 담화가 기름을 부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전날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한 발 늦은 판단, 의정갈등에서 나타난 대통령의 독선적 모습들이 막판 표심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여당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공천과 선거전략이 잘못돼졌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난 건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서울 모처에서 홍 시장과 4시간 가량 만찬을 함께 하며 향후 국정 기조와 인선 방향을 허심탄회하게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시장은 후임 총리와 비서실장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을 추천했다고 한다.

 

홍 시장은 총선 전후 한 전 위원장을 수시로 저격했고 참패 책임을 떠넘겼다. 또 윤 대통령을 적극 두둔해왔다. 홍 시장은 온라인 소통플랫폼 '청년의꿈'에서 패인을 두 사람에 돌린 일부 주장에 "그래도 윤 대통령은 대선, 지선을 이겨주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총선 직후 "고구마 100개 먹은 정권"이라고 윤 대통령을 저격했다. 누구 말도 안 듣고 마이웨이하는 스타일을 꼬집은 것이다. '의정 갈등' 방치는 단적인 사례다.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는 국회 세미나에서 "의료 개혁의 본질이 중요한 것이지 숫자 2천명이 중요한 건 아니지 않느냐"며 "국민의힘 후보들이 대통령실을 찾아가 도끼 상소를 올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이 달라지지 않으면 국민 신뢰를 더 잃게 된다.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리더십 위기와 국정 동력 상실을 부를 수 있다. 30%선이 마지노선이다. 이날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위험 신호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사가 이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지지율)는 27%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64%였다. 2주 전 조사보다 비교해 긍정 평가는 무려 11%포인트(p) 급락했다. 부정 평가는 9%p 치솟았다.

 

NBS는 15∼17일 전국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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