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항지진 '인재(人災)' 가능성, 해외저널은 1년전 결론
장기현
| 2019-03-21 13:24:41
정부연구단 "인근 지열발전 굴착·물주입 단층에 영향"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인근 지역의 지열발전에 의해 촉발됐다는 사실이 정부 공식조사로 확인된 가운데 이미 1년 전에 이 가능성을 높게 본 해외 과학전문 저널의 연구보고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과학전문 저널 <사이언스>는 지난해 4월 26일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을 위한 굴착과 물 주입이 원인으로 분석된다는 국내외 연구팀의 논문 2편을 잇따라 온라인판에 실었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김영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은 이 과학저널에 기고한 '2017년 규모 5.4 포항 지진이 유발 지진일 가능성 평가'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지진학, 지질학, 지구물리학 증거를 종합해 포항지진의 원인으로 지열발전을 위한 굴착와 물주입을 지목했다. 이들은 물이 단층대에 직접적으로 주입됐을 것으로 봤다.
같은 날 사이언스에는 포항지진이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논문도 함께 실렸다. 스위스 연방공과대학(ETH), 독일 지질연구센터(GFZ), 영국 글래스고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별도 연구를 통해 국내연구팀의 추정대로 지진의 원인 단층이 주입공의 하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의 <네이처>도 26일 이 논문을 인용해 '한국 최악의 지진은 지열발전소서 촉발됐다'는 기사를 배포했다. 특히 반론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참사가 지열발전 산업 자체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유명 과학전문 저널에 논문이 실린 것만으로 관련 내용이 모두 맞다고 볼 수는 없지만, 사이언스 심사위원들이 논문 게재를 채택한 것은 연구진이 제시한 자료들에 대한 타당성을 확인한 것이다.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을 직접 유발한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촉발했다고 밝혔다. 지열발전소가 고압으로 물을 주입해 땅에 영향을 줬고, 이로 인해 발생한 작은 규모의 지진이 쌓여 규모 5.4의 지진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앞서 스위스 바젤에서는 물을 주입한 뒤 인근에서 규모 3.4의 지진이 나자 선제적으로 지열발전소 운영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포항에서는 작은 지진이 수차례 발생했지만, 시험 운영을 몇 차례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열발전소 폐쇄 결정을 내렸지만, 국가가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소송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 규모가 수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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