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낙태죄는 여성 기본권 침해"

황정원

| 2019-03-18 09:41:57

"여성의 자기 결정권 인정하지 않아"…헌재 의견 제출

국가인권위원회가 낙태죄가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인권위가 낙태에 관해 위헌이라고 공식 의견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실에서 열린 제5차 전원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인권위는 "헌법재판소에서 심리중인 형법 제269조 제1항 및 제270조 제1항에 대한 위헌소원과 관련해,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과 생명권, 재생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인권위는 "출산은 여성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인데도 낙태죄는 경제·사회적 사안에 관해 공권력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형법은 예외를 두지 않고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사유도 매우 제한적이라 불법 낙태 수술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의사에게 수술을 받더라도 불법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받거나 요구할 수 없고, 수술 후 부작용이 생겨도 책임을 물을 수 없어서 여성의 건강권, 나아가 생명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처벌을 통한 낙태 예방·억제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년)에서 임신 경험 여성의 19.9%가 학업이나 직장 등의 이유로 낙태한 것으로 조사됐고, 이전 조사 등에서도 연간 17만 건의 낙태수술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고됐다는 것이다.

이어 "오랜 기간 여성을 옭아맨 낙태죄 조항이 폐지돼 여성이 기본권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도록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위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한편 지난 8일엔 낙태죄 처벌 관련 현행 헌법의 폐지를 놓고 헌재 정문 앞에서 찬반 기자회견이 열렸다. 현장에선 "낙태죄는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고 있다"는 의견과 "낙태는 태아 살인으로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헌재는 이달 말이나 4월 초 '낙태죄'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회적 관심이 큰 데다, 오는 4월 18일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의 임기가 마무리되기 때문에 그 전에 결정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헌재는 지난 2012년 '낙태죄' 조항들을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

 

KPI뉴스 / 황정원 기자 h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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