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주재 저녁 자리서 음주 후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이민재
| 2019-10-01 10:11:33
상사가 주재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지나친 음주를 한 뒤 퇴근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를 법원이 업무상 재해로 판결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회사 동료들과의 술을 마시고 집에 가던 중 버스에 치여 사망한 A 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A 씨는 2017년 9월 야근을 하다가 회사 동료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한 뒤 술에 취한 상태로 집에 가다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넘어져 버스에 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당시 저녁 식사는 회식이 아니었고, 망인이 과음해 스스로 넘어지면서 버스에 치여 사망했으니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다"며 유족에게 유족 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족은 당시 저녁 자리가 회식을 겸해 이뤄진 것이고, 식비 또한 1차는 상사가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해 비용 처리가 되는 등 회식으로 봐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 씨가 참석한 저녁 자리가 사실상 회식이었다며, 근로자가 회식에서 주량을 초과해 음주한 것이 주된 원인이 돼 재해를 입은 경우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직장 상사 및 동료와 회의하다가 저녁 식사를 한 뒤 계속하자는 상사의 말에 함께 식사하러 나갔다" "저녁 식사를 제안한 사람은 회사 임원 중 한 사람이었고, 1차 저녁 식사도 그가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 설명했다.
또 "함께 식사한 이들은 모두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복귀해 일을 계속하려 했으니 당시 저녁 식사와 회사 업무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며 "이들은 사무실을 정리하지 않은 채 외출했고, 이 때문에 망인과 동료는 실제로 식사 후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1차 저녁 식사가 끝날 때쯤 이미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취했다"며 "그 과정에서 망인이 동석자들의 만류나 제지에도 독자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술을 마셨다고 볼 만한 사정은 드러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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