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 달라' 문자 수백 통…'차단'돼도 처벌

김이현

| 2018-11-26 09:30:57

불안감 조성 문자 230여회…벌금 200만원 확정
대법원 "문자 확인 여부 무관…인식만 해도 범죄"

불안감을 주는 문자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송했다면 상대방이 수신을 차단해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 대법원 [뉴시스 자료사진]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32)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8월2일부터 5일 동안 초등학교 동창에게 '결혼하고 싶다', '만나주지 않으면 회사에 전화하겠다'며 총 236회에 걸쳐 문자 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졸업 후 동창 모임에서 한 번 만난 것 외에 다른 친분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는 피해자가 이씨의 문자 메시지를 스팸 차단해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는데도 유죄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피해자가 이씨에게 연락하지 말 것을 분명히 요청했음에도 이씨가 5일이란 연속된 기간 동안 문자를 반복적으로 전송한 행위는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유발하는 일련의 행위"라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 측은 "피고인이 보낸 문자는 전부 스팸 처리됐다"며 "피해자가 받아보지도 않은 문자메시지가 피해자에게 도달해 불안감을 유발할 수는 없다"고 항소했다.

그러나 2심은 "문자를 같은 방법으로 반복 전송해 피해자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에 있게 한 이상 법률상 도달은 마쳐졌고, 그 고의도 인정된다.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을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모두 읽어야 도달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해당 법률 목적에 맞지 않다" 며 1심과 판단을 같이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씨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징역형이 아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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