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또 국제기구 출신 한은 총재…신현송이 넘어야 할 두 가지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hongkyooncho@korea.ac.kr | 2026-03-24 10:10:43
국제기구 출신 및 중앙은행 경력 없지만 한은 총재 자격 충분
중앙은행가 정신과 DNA 만들어가며 공감의 리더십 발휘하길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배경은 국제결제은행(BIS) CI와 한국은행 이미지 합성. [챗GPT 생성]
다음으로 중앙은행 경력 제로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소림사에서 수십 년 내공을 쌓고도 주지에 오르지 못하고 역할은 물론 전통과 문화가 다른 해외 종파에서 소림사의 주지를 연속해서 수입하는 형국에 지금의 한은을 비유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인재가 범람할 정도로 인재의 보고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아오며 75년 역사와 전통을 지닌 한은에는 총재감이 없다는 말인가. '조사부의 빛나는 전통을 계승하여 국민경제 발전에 헌신하자.' 한은 조사부에 수십 년 걸려 있는 액자의 문구다. 그러한 열정으로 수십 년을 헌신해 온 한은맨들은 아예 존재감조차 없는 듯하다. 물론 변화와 혁신을 위해 한은 출신과 외부 출신이 두루 총재에 기용될 필요성은 있다. 그렇지만 두 번이나 연속으로 중앙은행 경력 제로인 국제기구 출신이 총재를 맡게 되는 대목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으리라 본다.
신현송 차기 한은 총재 지명자는 그 능력에 대해서 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출중함과 탁월함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물이다. 미 아이비리그 교수 출신으로 세계 톱 클래스의 경제학자이며 그동안 국제기구에서 장기간 실무 경력을 쌓아왔다. 거시경제와 금융에 정통한 당대 최고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문적 탄탄함에 더하여 현실에 대한 통찰력까지 겸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은 총재 후보로서 능력에 손색이 없다. 이재명 정부의 첫 한은 총재 후보로 지명될 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격을 갖춘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가 앞으로 좀 더 채워나가면 바람직할 부분은 어떤 것일까. 앞서 언급한 현 이창용 총재와 신현송 총재 후보자의 두 가지 공통점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 맥락에서 우선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중앙은행가 정신(central banker spirit)과 DNA다. 지금 신현송 후보자는 국제기구 수장이 아니라 한국의 중앙은행 수장에 지명된 것이다. 중앙은행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그 장(長)의 임명을 대통령이 하지만 대통령의 직접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기관이라는 제도적 특징이다. 중앙은행을 대통령의 직접 지휘하에 놓지 않는 이유는 중앙은행의 결정에 대한 직접적 통제를 줄임으로써 중앙은행 기능이 순수한 공공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불편부당하게 행사되도록 하는 데 있다. 통화정책은 일반 행정기능과는 달리 본질적으로 중립성과 자주성이 크게 요구되는 영역이다. 그래서 한국은행법은 한국은행을 일반 행정부 조직과 분리된 독립적 특수공법인으로 설립하여 중립적이고 자주적인 입장에서 통화정책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통화정책의 중립적 수립 및 자율적 집행과 중앙은행의 자주성 존중을 법제화하고 있다.
199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도경제학자 더글러스 노스는 제도는 마음이 만드는 구조물이라고 했다. 중앙은행 법제의 독립적 책무와 역할을 감당하는 중앙은행 총재직은 독립성에 관한 성찰을 일상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자리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직접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기관을 이끄는 중앙은행 총재에게 필수적으로 요청되며 반드시 갖춰야 하는 마음의 조건은 중앙은행가 정신이자 DNA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중앙은행가 정신과 DNA는 학문적 이론으로 학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현장에서의 치열한 고뇌와 성찰, 그리고 사회적 신뢰 형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마음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신현송 후보자가 차기 한은 총재로서 갖추어 나가야 하는 필수조건이다.
둘째, 공감(sympathy)의 중앙은행 리더십이다. 중앙은행은 예컨대 특정 개인, 뛰어난 이론가 등의 견해나 주장을 관철하여 움직이는 곳이 아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조사연구와 정책 수행을 통해 형성된 조직으로서의 지적 자산과 경험(institutional memory)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기관이다. 통화정책 결정은 한 개인의 직관이나 판단이 아니라 조직으로서의 지적 자산과 경험 위에서 이루어진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 차기 총재에 지명된 케빈 워시 또한 직면하고 있는 시험대는 정책 방향 자체라기보다 중앙은행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워시 지명자가 펼치는 인공지능(AI) 기반 생산성 증가가 금리 인하 여지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 그리고 비대해진 연준 대차대조표를 축소해야 한다는 논쟁의 정답을 혼자 제시하는 것이 그의 역할은 아니다. 워시의 진정한 시험대는 그가 주장하는 AI 생산성 낙관론이 맞는지 대차대조표 축소가 필요한지에 대해 단일한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 조직의 지적 자산과 경험을 통찰력 있게 살피며 이끄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연준이 축적해 온 연구와 경험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활용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정책 결정자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논쟁의 본질은 정책이 매파냐 비둘기파냐 하는 이분법적 구분에 있지 않다. 핵심적인 질문은 워시가 연준의 지적 자산과 경험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가다.
이처럼 중앙은행 업무에서 중시되는 핵심 요소는 조직으로서 지니는 지적 자산과 경험이다. 이는 리더가 중앙은행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감의 과정을 통해 형성되고 발전한다.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공감을 이끌어 내는 리더십이다. 조직 내부의 다양한 조사연구와 정책 경험, 다른 견해 등을 어떻게 통합해 정책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 하는 과제다. 결국 중앙은행 총재 리더십의 본질은 특정 주장이나 이론을 관철하는 데 있지 않고 조직이 축적해 온 지적 자산과 경험을 이해하고 발전시키며 그것을 올바른 정책 판단으로 연결하는 능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성과 야성과 감성'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는 신현송 차기 한은 총재 지명자에게 기대되는 능력이다.
그동안 한국의 정책 당국이 아닌 국제기구와 학계 등에서 주로 경력을 쌓아 왔으며 중앙은행 현장 경험이 없는 한계 등이 있지만 여러 면에서 다양한 강점과 역량을 지닌 신현송 지명자는 차기 한은 총재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앞으로 중앙은행 총재직 수행에 필수적인 마음의 요소인 중앙은행가 정신과 DNA를 만들어 가면서 공감의 중앙은행 리더십을 훌륭하게 발휘하며 한은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한다. ▲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중앙은행가 정신과 DNA 만들어가며 공감의 리더십 발휘하길
'국제결제은행(BIS) 신현송 국장 발탁', '국제통화기금(IMF) 이창용 국장 발탁'.
마치 올림픽 성화대처럼 4년 만에 같은 형태로 점화된 한국은행 총재 인사의 데자뷰다. 공통점은 두 가지다. 국제기구 국장 출신이며 중앙은행 경력이 제로라는 점이다.
먼저 국제기구 출신이라는 점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국제기구는 가입 회원국들의 집합체로서 각국의 정보를 교환하고 수집하여 공동의 관심사를 토의하며 이를 바탕으로 여러 정책 제안과 보고서 등을 발표하는 것을 기본 업무로 한다. 특정국의 정책, 특정국 중앙은행의 정책을 결정하는 업무가 아니다. 회원국들을 종합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서 각국의 정책 등에 관하여 분석적 권고적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 국가 정책 당국자의 위치에 서 있지는 않다. 각국 특유의 현실과 치열한 민생의 현장에 직접 접하고 있지 않기에 정책 고민과 성찰에 쏟는 열정 또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는 개인 능력이나 역량의 차이가 아니라 관찰자와 당국자라는 역할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다음으로 중앙은행 경력 제로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소림사에서 수십 년 내공을 쌓고도 주지에 오르지 못하고 역할은 물론 전통과 문화가 다른 해외 종파에서 소림사의 주지를 연속해서 수입하는 형국에 지금의 한은을 비유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인재가 범람할 정도로 인재의 보고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아오며 75년 역사와 전통을 지닌 한은에는 총재감이 없다는 말인가. '조사부의 빛나는 전통을 계승하여 국민경제 발전에 헌신하자.' 한은 조사부에 수십 년 걸려 있는 액자의 문구다. 그러한 열정으로 수십 년을 헌신해 온 한은맨들은 아예 존재감조차 없는 듯하다. 물론 변화와 혁신을 위해 한은 출신과 외부 출신이 두루 총재에 기용될 필요성은 있다. 그렇지만 두 번이나 연속으로 중앙은행 경력 제로인 국제기구 출신이 총재를 맡게 되는 대목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으리라 본다.
신현송 차기 한은 총재 지명자는 그 능력에 대해서 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출중함과 탁월함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물이다. 미 아이비리그 교수 출신으로 세계 톱 클래스의 경제학자이며 그동안 국제기구에서 장기간 실무 경력을 쌓아왔다. 거시경제와 금융에 정통한 당대 최고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문적 탄탄함에 더하여 현실에 대한 통찰력까지 겸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은 총재 후보로서 능력에 손색이 없다. 이재명 정부의 첫 한은 총재 후보로 지명될 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격을 갖춘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가 앞으로 좀 더 채워나가면 바람직할 부분은 어떤 것일까. 앞서 언급한 현 이창용 총재와 신현송 총재 후보자의 두 가지 공통점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 맥락에서 우선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중앙은행가 정신(central banker spirit)과 DNA다. 지금 신현송 후보자는 국제기구 수장이 아니라 한국의 중앙은행 수장에 지명된 것이다. 중앙은행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그 장(長)의 임명을 대통령이 하지만 대통령의 직접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기관이라는 제도적 특징이다. 중앙은행을 대통령의 직접 지휘하에 놓지 않는 이유는 중앙은행의 결정에 대한 직접적 통제를 줄임으로써 중앙은행 기능이 순수한 공공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불편부당하게 행사되도록 하는 데 있다. 통화정책은 일반 행정기능과는 달리 본질적으로 중립성과 자주성이 크게 요구되는 영역이다. 그래서 한국은행법은 한국은행을 일반 행정부 조직과 분리된 독립적 특수공법인으로 설립하여 중립적이고 자주적인 입장에서 통화정책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통화정책의 중립적 수립 및 자율적 집행과 중앙은행의 자주성 존중을 법제화하고 있다.
199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도경제학자 더글러스 노스는 제도는 마음이 만드는 구조물이라고 했다. 중앙은행 법제의 독립적 책무와 역할을 감당하는 중앙은행 총재직은 독립성에 관한 성찰을 일상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자리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직접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기관을 이끄는 중앙은행 총재에게 필수적으로 요청되며 반드시 갖춰야 하는 마음의 조건은 중앙은행가 정신이자 DNA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중앙은행가 정신과 DNA는 학문적 이론으로 학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현장에서의 치열한 고뇌와 성찰, 그리고 사회적 신뢰 형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마음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신현송 후보자가 차기 한은 총재로서 갖추어 나가야 하는 필수조건이다.
둘째, 공감(sympathy)의 중앙은행 리더십이다. 중앙은행은 예컨대 특정 개인, 뛰어난 이론가 등의 견해나 주장을 관철하여 움직이는 곳이 아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조사연구와 정책 수행을 통해 형성된 조직으로서의 지적 자산과 경험(institutional memory)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기관이다. 통화정책 결정은 한 개인의 직관이나 판단이 아니라 조직으로서의 지적 자산과 경험 위에서 이루어진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 차기 총재에 지명된 케빈 워시 또한 직면하고 있는 시험대는 정책 방향 자체라기보다 중앙은행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워시 지명자가 펼치는 인공지능(AI) 기반 생산성 증가가 금리 인하 여지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 그리고 비대해진 연준 대차대조표를 축소해야 한다는 논쟁의 정답을 혼자 제시하는 것이 그의 역할은 아니다. 워시의 진정한 시험대는 그가 주장하는 AI 생산성 낙관론이 맞는지 대차대조표 축소가 필요한지에 대해 단일한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 조직의 지적 자산과 경험을 통찰력 있게 살피며 이끄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연준이 축적해 온 연구와 경험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활용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정책 결정자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논쟁의 본질은 정책이 매파냐 비둘기파냐 하는 이분법적 구분에 있지 않다. 핵심적인 질문은 워시가 연준의 지적 자산과 경험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가다.
이처럼 중앙은행 업무에서 중시되는 핵심 요소는 조직으로서 지니는 지적 자산과 경험이다. 이는 리더가 중앙은행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감의 과정을 통해 형성되고 발전한다.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공감을 이끌어 내는 리더십이다. 조직 내부의 다양한 조사연구와 정책 경험, 다른 견해 등을 어떻게 통합해 정책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 하는 과제다. 결국 중앙은행 총재 리더십의 본질은 특정 주장이나 이론을 관철하는 데 있지 않고 조직이 축적해 온 지적 자산과 경험을 이해하고 발전시키며 그것을 올바른 정책 판단으로 연결하는 능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성과 야성과 감성'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는 신현송 차기 한은 총재 지명자에게 기대되는 능력이다.
그동안 한국의 정책 당국이 아닌 국제기구와 학계 등에서 주로 경력을 쌓아 왔으며 중앙은행 현장 경험이 없는 한계 등이 있지만 여러 면에서 다양한 강점과 역량을 지닌 신현송 지명자는 차기 한은 총재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앞으로 중앙은행 총재직 수행에 필수적인 마음의 요소인 중앙은행가 정신과 DNA를 만들어 가면서 공감의 중앙은행 리더십을 훌륭하게 발휘하며 한은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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